(4)누정문학의 특성
누정문학 대표 ‘제영시’ 다양한 방식 창작

누정문학은 누정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나타났지만 주변의 빼어난 절경과 그 속에서 표출되는 창작자의 심리를 소재로 하여 고유의 특성을 나타냈다.
‘누정문학(樓亭文學)’은 용어 그대로 누정과 관련된 문학을 뜻하며, 넓은 의미로는 누정에서 행하는 전반적인 문학적 행위와 이를 통해 나타나는 창작물을 일컬어 말할 수 있다.
누정문학의 특징은 그 양식의 종류가 매우 다양한 것을 들 수 있으며 이를 구체적으로 열거하자면 다음과 같다.
누정의 건립 배경이나 과정 및 주변 경관을 사실적으로 나타낸 ‘기문(記問)’, 누정 상량(기둥 위에 지붕을 얹는 것)의 구체적인 의미와 이와 관련한 의식 등 상량과 관련된 모든 행위를 나타내는 글인 ‘상량문(上梁文)’, 제목을 정해 놓고 누정과 주변 경관·자연을 소재로 삼아 시로 나타낸 ‘제영시(題詠詩)’, 누정의 경관과 창작자의 감회를 압축적 언어로 표현한 ‘소지(小識)’, 산문과 운문의 혼용 문체인 ‘서(序)’, 기둥이나 벽에 세로로 써 붙이는 ‘주련(柱聯)’, 공덕있는 인물의 뜻을 기리기 위해 쓴 ‘공덕문(功德文)’ 등이 있다.
특히 누정문학을 대표하는 ‘제영시’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발달하게 된다. 시인 묵객들이 누정에 올라 시를 지으며 아름다운 자연을 예찬했고, 누정을 찾은 다른 문인들과 활발히 교류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누정을 중심으로 시를 창작하는 고유의 집단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러한 집단을 바로 ‘시단(詩壇)’이라 한다.
‘시단’에서 지은 ‘제영시’의 주제는 전국에 분포한 누정의 수만큼 매우 다양한 소재를 대상으로 삼았다. 누정에서 바라본 풍경, 창작자의 감정이나 정서, 누정 건립자의 삶과 사상, 당시의 정치적 배경 등 관계된 모든 것들이 시의 주제가 될 수 있었다.
‘제영시’ 또한 그 종류가 나누어지는데 창작자 중 한 사람이 먼저 운을 떼어 시를 지으면 그 시가 ‘원운시’가 되고 다른 작가들이 이를 따라 시를 짓게 되는데 이를 ‘차운시’라 한다. 이처럼 원운과 차운으로 시를 지은 형태를 ‘갱가제영’ 또는 ‘수창제영’ 이라 한다.
이와는 다르게 다른 작가의 운과 관계없이 작가가 혼자 지은 시를 ‘단독제영’이라 한다. 또한 시 여러 수가 모여 한편의 제영을 이루는 ‘연작제영’이 있으며 사전에 특정한 틀이나 내용 등을 고려하여 제작한 ‘누정연작제영’이 있다.
이러한 다양한 방식을 통해 시단의 문인들은 ‘제영시’를 창작했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한시 형태인 제영시 뿐만 아니라 가사와 시조, 국문시가까지 창작하게 되어 이들의 창작활동은 제영시 뿐만 아닌 시가문학 전체의 발전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옛 선조들은 지금의 국립공원 지역처럼 다채로운 풍경과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광범위한 문화 창작활동을 통해 풍경에 대한 단순한 감상을 넘어서 인문·예술적 가치가 담긴 문학작품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작품 창작의 배경에는 어김없이 누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내장산국립공원백암사무소 제공
(※본 쌍계루 누정 한시의 번역은 전남대학교호남학연구원과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