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한국’의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 지고 있다. 그동안 이의 대책을 끊임없이 주문했음에도 머뭇머뭇거리는 사이 초고령 사회는 눈앞의 현실로 다가와 버렸다. 이미 30여년 전부터 귀가 아플 정도로 우려와 걱정을 쏟아 냈건만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채 자꾸만 늙어가고 있다. 우리의 고령화에 대해 오히려 다른 나라가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며 걱정을 해줄 지경이니 쓴웃음만 나온다.
엊그제 우리는 또다시 좌절감 큰 통계를 접해야 했다. 바로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 전수조사’다. 이 자료는 늙어가는 한국의 심각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번 인구 통계에서 가장 뚜렷한 특징은 고령화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는 점이다. 지난 5년 사이 0~14세의 유소년 인구의 비중은 16.2%에서 13.9%로 하락했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11%에서 13.2%로 높아졌다.


정부 과연 무엇을 한 것인가


30년 전인 1985년만 해도 유소년 인구수는 1,209만명으로 고령 인구수 175만명보다 무려 1,034만명이 많았다. 하지만 2000년 이후 5년마다 100만명 가까이 줄더니 지난해에는 691만명까지 줄어들었다. 반면 고령 인구는 같은 기간 100만명씩 증가하면서 유소년 인구와의 격차가 34만명까지 좁혀졌다. 이 같은 속도라면 내년엔 고령 인구가 유소년 인구보다 많아져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 손녀보다 많아지는 상상속의 상황이 현실화될 것이 유력하다.
무엇보다 전남의 경우, 고령자 비중이 21.1%에 달해 광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는 점이 씁쓸하다. 65세 인구가 20% 이상 되는 사회가 ‘초고령 사회’다. 특히 고흥군은 고령화율이 무려 38.5%나 됐다. 1위를 하지 말아야 할 부문에서 1위를 질주하고 있으니 착잡하다.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 특히 걱정스럽다. 2000년 7%이던 고령 인구 비중은 15년 만에 13%로 급증했다. 대표적인 고령 국가 일본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기까지 25년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두배가량 빠르다. 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데 영국이 45년이 걸렸고 미국은 69년, 프랑스 115년이었던 점과도 현격히 대비된다.
이 같은 통계는 우리가 평소 체감하던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막상 우려하던 초고령사회가 눈앞의 현실로 닥친 것을 확인하니 마음이 무겁지 않을 수 없다. 초고령사회 진입은 경제성장과 재정, 일자리, 복지 등은 물론 교육과 국가안보에 이르기까지 나라의 모든 국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될 것이 분명하다. 사회 유지에 필수인 시스템이 고장난 엄중한 문제인 것이다.
정부는 고령화 대책으로 최근 10년간 80조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실패했음을 이번 인구 통계는 잘 말해 준다. 그 첫째 이유가 바로 지엽적 대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은이들이 스스로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양육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도록 하는 궁극적인 대책없이 밑빠진 독에 물붙기식 정책을 쏟아낸 것이 큰 이유다.
저출산 문제 해법을 찾지 못한 것이 가장 문제다. 한국은 2000년 초반부터 저출산 문제에 직면했지만 15년째 근본 해결책을 못찾고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유일하게 최장기간 저출산을 겪고 있다. 정부는 합계출산율을 2020년까지 1.5명, 2045년은 인구 대체 수준인 2.1명까지 끌어 올린다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출산율 해결 없인 미래 없다

결국은 인식의 대전환 밖에 없다. 이를 위해선 파격적인 정책이 필수다. 단발적인 보조사업보다는 육아수당과 같은 직접 급여를 확대하고 국공립보육시설 확충, 영·유아 무상의료 도입 등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아이를 기르는 것은 경제력인데 가장의 직장이 불안정해서는 절대 아이를 낳을 수 없다. 따라서 고용 안정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노동정책을 바꿔야 출산율은 올라갈 수 있다.
재앙을 피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유비무환 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맞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수 밖에 없다. 홍수나 가뭄을 막기 위해 댐을 건설하고, 독감에 걸리기 전에 예방주사를 맞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큰 재앙으로 꼽히는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방지하기 위해선 땜질 처방이 아닌 근본 대책을 고민해야 하며 그 시점이 지금임을 명심해야 한다.


/ 정정용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