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시를 중심으로 한 핵심 키워드는 정무라인 사표 수리다. 검찰의 연이은 시청사 압수수색과 관련공무원들의 소환조사가 잇따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윤장현 광주시장의 인척인 김 모 전 정책자문관의 비리 의혹 관련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더구나 수사당국은 김 전 자문관의 동생인 김 모 전 비서관이 광주시 계약 관련업무에 개입, 중추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관련공무원들을 불러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공무원들은 검찰에서 김 전 비서관이 계약업무에 깊숙이 관여했고, 심지어 서기관급(4급) 간부가 사무관(5급)인 김 전 비서관에게 업무보고를 했다는 증언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공무원 조직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같은 상황의 중심에는 윤 시장이 있다고 시청 안팎에서는 설왕설래다.
검찰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새로운 분야의 진술들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바탕으로 검찰은 지난 7일 김 비서관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또 물품계약을 맺은 업체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상 전혀 관련이 없는 김 전 비서관이 광주시의 계약업무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을 포착, 관련자료를 확보하는 차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말인 8일엔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김 전 자문관과 관련한 수사가 동생인 김 전 비서관의 비리의혹 수사로 확대 재생산되는 양상이다.


뒤숭숭한 공직사회 분위기


김 전 비서관은 지난달 30일 ‘검찰 수사로 시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사의를 표명했고, 윤 시장은 사직서를 곧바로 수리토록 했다.
김 전 비서관과 더불어 최근엔 박 모 비서실장과 노 모 정무특보, 김 모 참여혁신단장, 박 모 사회통합추진단장 등 측근 4인방이 일괄사의를 표명했다. 윤 시장은 지난 6일 오후 이 중 비설실장과 정무특보 2명에 대해 사의를 전격 수용했다. 이들의 사표수리는 본인들이 자신들의 희생을 통해 민선 6기 광주시정의 신뢰를 회복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함에 따라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직서가 반려된 김 단장과 박 단장의 경우 시정의 핵심인 ‘광주형 일자리’와 ‘참여형 혁신정책’을 이끄는 정책라인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교체에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 광주시는 언론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이번 정무라인 사표수리는 검찰 수사와 관련된 문책성 인사가 아니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그나저나 자신이 아끼고 같이 시정을 이끌어 온 최측근을 잘라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도 윤 시장의 마음은 읍참마속의 심정이었을 게다.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수순으로 가능한 곳부터 일단 사표를 수리하고, 대시민 사과를 통해 윤 시장 스스로 천명했던 인적쇄신을 단행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특히 김 전 자문관 수사과정에서 시청이 압수수색을 당하고 공무원이 줄소환되며 뒤숭숭한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고심 끝에 내린 대책이다.

광주시정 신뢰회복 관건

그러나 외척을 중용한 윤 시장에 대한 책임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정무라인 3명을 교체하는 수준에서 인적쇄신을 끝내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최측근 정무라인 경질로 시청 안팎의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 윤 시장도 김 전 자문관의 비리의혹에 따른 검찰 수사로 광주시가 발칵 뒤집힌 부분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일각에서는 김 전 자문관이 ‘비선실세’ 역할을 한다며 숱한 경고를 보냈는데도 윤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해 9월 시 정책자문관이란 ‘공식명함’까지 주며 감싸고 돈 것이 이번 사태를 자초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 맞은 최대 정치적 위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풀어 나갈지 이목이 집중된다.



/ 강 성 수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