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병은 동생만이 고칠 수 있었다네”


“애야! 이제 나 걸어갈란다. 너 너무 힘들구나. 어서 내리거라.”
동생은 깜짝 놀랐다. 곧 죽어가던 어머니가 기운을 차려 걸어가겠다니 꿈만 같았던 것이다.
“아프시잖아요. 그대로 있으세요.”
동생이 말했다.
“아니다. 나 다 나았다. 어서 내리거라.”
어머니가 보채서 지게에서 내리니 정말 어머니가 생생하게 잘도 걸어가는 것이었다. 동생은 참으로 형이 괘씸하게 여겨졌다. 이렇게 닭 한 마리를 먹으면 깨끗하게 나을 병을 가지고 모른 체 하였다니 집으로 돌아가면 형에게 달려들어 대번 패대기를 쳐야겠다고 마음을 다져 먹으며 동생은 어머니와 밤길을 재촉해 걸었다.
집에 도착하니 아침이었다. 대문을 들어서자 마침 형인 의사 빈지기가 마당에 나와 있다가 반갑게 맞이하며 말했다.
“동생, 그동안 고생 많았네.”
“내가 무슨 고생을 했소. 닭 한 마리 고아 드리면 나을 어머니 병을 안 고쳐준 그 심보는 도대체 무어요?”
동생은 대번 화를 내며 형인 의사 빈지기에게 삿대질을 했다.
“이 사람 동생, 어머니 병은 동생만이 고칠 수 있었다네.”
“그 이유가 도대체 무어요?”
동생은 계속 형인 의사 빈지기가 모를 소리를 하자 따져 물었다.
“어젯밤 어머니가 드신 물은 천년 묵은 사람의 두상, 즉 해골 물이었다네. 그리고 어머니가 드신 닭은 천년 묵은 닭이었다네. 그 두 가지는 오직 동생이 어머니를 지게에 지고 나가야 구할 수가 있었다네. 아마 지금 동생이 다시 어젯밤 간 길을 가서 그 산과 마을을 찾아본다고 해도 그 산과 마을은 이미 없어져 버렸을 것이네.”
“............”
의사 빈지기의 말을 듣고 동생은 문득 자신이 어젯밤 꿈결 속을 헤매다 온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진짜 멀고 먼 어느 별나라에 갔다 온 느낌이었다.
“애들아! 무엇하느냐? 밤새 걸었더니 나 배고프다. 아침 상 들여라 어서!”
방안으로 들어가던 어머니가 둘을 쳐다보고 소리쳤다. 동생은 저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어머니를 모시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을 바라보며 의사 빈지기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이런 게 바로 알다가도 모를 오묘한 세상일임을 의사 빈지기는 이제 겨우 조금 알 것만 같았다.
의사 빈지기는 눈을 멀리로 돌려 파란 봄 하늘을 바라보았다. 지난 가을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고 그새 살구꽃이 진자리에는 또 다시 푸른 열매가 맺히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