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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그 넓고 깊은 숲(22)경기잡가‘유산가(遊山歌)’

피고 지고 피고 지고…

2017년 04월 14일(금) 00:00
아파트 창문 넘어 봄날에 중심에 이르도록 아무 소식이 없던 목련이 벚꽃나무 사이에서 수줍게 피어 있다.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목련은 늘 나를 학창시절의 어느 봄날로 데려다 주었는데 이번 봄은 그 추억 소환시기가 늦은 것이다.

무엇이나 화창했던 20대 학창시절, 목련은 중간고사 기간에 꽃을 피워냈고, 그 시험기간에 부슬부슬 비는 오기 일쑤였으며 그 빗속에서 기다림에 지친 듯 제 몸을 떨구고 말았던 목련에 대한 기억은 안타까운 내 젊은 봄날의 어느 날인 것이다. 갈색 멍이 들어버린 목련 잎을 밟지 않으려 피해 걸으며 내 가슴도 시렸던 기억인 것이다.

우리 노래 중에서 “간밤에 부던 바람에 만정도화 다 지거다. 아희는 비를 들고 쓸려 하는구나. 낙화인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삼하리오”라는 시조를 얹은 노래가 있다. 떨어진 꽃에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었으나 이 노랫말을 들여다보게 된 후부터는 ‘떨어진 꽃이라도 꽃은 꽃이니 그것을 그렇게 서러워 할 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리고 떨어진 꽃도 그 꽃의 열정으로 느낄 수 있고 대견해 하며 행복해 할 수 있으니 나이가 든다는 것도 씁쓸하게 좋은 일인 것 같다.

그런데 2017년 봄은 이상하다. 봄소식을 먼저 알려줘야 할 목련과 개나리가 피는 시기가 늦어져 이후에 피는 꽃들과 함께 피어 있으니 말이다. 물론 어떤 자연 현상, 기온 등의 이유는 있었겠지만 그런 이유 말고 왜 이들이 함께 피어 꽃세상을 이뤘을지 마치 2016년 그 기나긴 시간을 보내고 맞은 반가운 봄이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딱히 꽃구경을 가지 못하고 주변을 둘러보기만 한 내게도 이렇게 꽃세상으로 보이니 얼마나 화려한 봄을 맞았는가 싶다. 바로 이 순간 번뜩 생각나는 우리 노래가 있다. 바로 경기지역의 음악적 특색으로 불리는 경기잡가 중에서 ‘유산가(遊山歌)’라는 노래인데 이 노래의 가사가 딱 요즘 꽃세상과 어울리는 것 같다. 노래 가사는 이렇다.

“화란춘성(花爛春城)하고 만화방창(萬化方暢)이라 때 좋다. 벗님네야 산천경개(山川景槪)를 구경가세...(생략)”

약 10분 정도 노래를 하는데 사실 요즘 가요를 듣는 이들에게는 정말 길고 긴 시간이겠지만 우리 노래의 미학은 노랫말을 알고 들어야 하고 그래서 이미 장착한 사전지식으로 들을 노래에 대해 노래를 부르는 사람 못지않게 듣는 사람도 그 선율에 감성을 실어 듣게 되니 그리 긴 시간으로 느끼지 않는다는데 있다.

다시 노래로 돌아와 정말 온갖 생물이 활짝 피어 절정을 이루는 듯, 그리고 온 세상이 꽃으로 가득해 찬란하게 빛나는 듯 하다. 이렇게 노래 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노래는 봄날의 아름다운 경치를 노래한다. 그리고 나는 요즘이 딱 경기잡가 ‘유산가’ 속의 그 때인 것만 같아 마치 노래 속으로 발을 첨벙 들여놓은 듯하다.

이렇게 찬란한 4월 중심에 서서 피고 지고 피고 지는 꽃처럼 우리의 하루하루는 비워지고 채워질 것이다. 그리고 노랫말처럼 환하게 빛나는 세상 속에서 누군가는 여전히 찬란하고 또 누군가는 거짓말을 되뇌고 또 누군가는 헤어 나올 수조차 없는 아픔 속에서 보내야 하겠고, 그리고 또 누군가는 그 아픔을 외면하기도 하겠지만 언젠가는 이 봄날이 아픈 이들을 다독일 수 있어 이 찬란한 봄을 같이 나눌 수 있기를 바라본다. 찬란하게 아름다운 봄날을 노래한 ‘유산가’를 같이 듣고 즐길 수 있다면 좋겠다.
/김은하 광주국악방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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