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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그 넓고 깊은 숲(23) 추임새

암은 그라제 그렇고 말고!

2017년 04월 21일(금) 00:00
서울 집에 다녀오기 위해 금요일 저녁이면 지하철을 타고 광주송정역으로 향한다. 정말 이곳의 시민보다도 더 많이 탔을 것만 같이 익숙한 광주지하철이다. 어느 금요일도 광주송정역으로 지하철을 타고 이동 중이었는데 16~17세 정도의 청소년들이 한쪽 구석에서 서로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 뭐라고들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그래서 ‘소머즈’가 되어 보기로 한다.
이 ‘소머즈’가 무엇일지 궁금한 사람들도 있겠다 싶다. 그래서 잠시 이야기 하자면 예전에(그야말로 예전에) 방영됐던 외화 중 린제이 와그너라는 배우가 ‘소머즈’라는 역을 맡은 TV연속물이 있었다. 이 드라마에서 ‘소머즈’는 멀리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여인이다.
나는 주변의 모든 소리를 물리치고 지하철 한쪽 구석에서 자신들의 세상에 빠져있는 청소년들의 말소리에 마치 ‘소머즈’처럼 온 세상이 귓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뚜두두두...’(그 외화에서 집중할 때 들리던 효과음이라고 할까?)를 상상하며 소리에 집중해 그들 이야기를 듣다말고는 그만 미소를 짓고 말았다.
조물조물 작은 입에서 진지하게 자신들만의 세상에서 나누는 언어는 바로 사투리였다. 아이들이 사투리를 쓰는 것은 사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는 상당히 흥미롭고 인상적이며 초강력의 귀여움을 장착한 일이다. 그러고 보면 지역마다 다른 ‘아리랑’과 같이 사투리는 지역성을 반영한 최대의 특징이다.
특히나 나에게 전라도 사투리는 판소리라는 음악을 통해 참 친근한 언어로써 학창시절 친구들과 어리숙한 말투로 전라도 사투리를 썼던 기억이 떠올랐다. 사실 최근에도 광주에 와 일을 하면서 사투리를 종종 써본다. 그러나 원조 광주사람들은 내가 사투리를 쓸 때 손을 내 저으며 그런 발음 아니라고 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 억양과 말맛이 즐거워 자주 써본다.
광주에 와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느끼는 점인데 전라도 사투리와 대화방법은 호응의 말이 참 많다는 것이다. 누가 말을 하면 이내 “그라제”, “암은”, “그러시게요” 등등…. 마치 판소리 대목을 들을 때 ‘추임새’를 넣는 것과 같이 말이다. ‘추임새’를 통해 판소리에서는 노래를 하는 사람 말고도 ‘북’을 쳐주는 고수나 노래를 듣는 사람 모두 공연을 같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것에 판소리의 미학이 담겨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전라도 대화방법에 있었던 것이다. “옳지”, “그라제”, “암은” 등등... 대화법에서 중요한 것이 공감이라고 했던가! 판소리에 있던 공감의 언어가 바로 전라도 사투리 언어에 중요한 부분이란 것을 광주에 와서 느끼고 있다. 사설이 여러 가지로 붙을 수 있었던 것 또한 이야기를 창의적으로 저마다 만들어가는 재능에서 온 것이라는 생각도 더불어 하게 된다.
판소리에서 ‘추임새’는 노래를 하는 사람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고 듣는 사람들이 관람자가 아닌 참여자가 될 수 있는 순간으로 만들어 준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세상을 바라보며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판소리 소리꾼과 고수 그리고 청중이 만들어내는 최고의 공연무대처럼 ‘추임새’를 통한 넉넉한 세상을.... 부정부패 세상을 통쾌하게 싹 쓸어버리는 판소리 춘향가 중 어사 출도 대목을 들어보면서 추임새 한번 넣어보면 어떨까?
/김은하 광주국악방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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