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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그 넓고 깊은 숲(24) 여민락(與民樂)

‘함께’에서 찾는 가치 발견

2017년 04월 28일(금) 00:00
아주 많이 산 것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나이를 더해가는 사람으로서 인생을 살며 뒤로 지나간 시간들을 돌이켜 볼 때 인생의 전환점이 몇 번 있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몇 번 전환점을 맞게 되는 것 같다.
우리 소리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찾아보면 흥부는 형인 놀부 집에서 쫓겨나 막막한 가난과 마주했지만 결국 살 길을 찾게 됐고 춘향은 이도령을 만나 변사또의 무자비함 속에서도 자신의 사랑을 지켜내어 영원한 사랑을 이루게 됐으며, 심청가에서 심청이는 그렇다고 해도 물질적 욕심 때문에 심봉사의 마음을 뺏었던 뺑덕 어미는 황성으로 가는 길에 심봉사를 버리고 달아나 결국 심봉사의 평온한 행복을 함께 누리지 못하게 된 것을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대단한 전환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내게도 인생의 전환점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무용을 했던 나는 국악고등학교에 입학해 무용을 전공하려 했으나 선배들이 선보여준 연주를 듣고는 바로 ‘거문고’를 선택해 버렸다. 왼손으로 줄을 짚는 것 뿐만이 아니라 오른손에 ‘술대’(오른손에 쥐고 음을 튕기거나 뜯을 때 사용하는 도구)를 쥐고 줄을 내리치고 긁을 때도 힘이 부족해 고생을 좀 했던 나는 무용에서 거문고로의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었다. 선생님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고 나도 선생님과 같은 연주자가 되기 위해서 같은 음을 여러 번 무한 반복하며 연습을 했고 한 음 한 음 소리를 더해가며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날들이 그저 행복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사랑하는 거문고를 처음 시작했을 때 배웠던 곡 가운데 잊을 수 없는 음악이 있다. 정말 아무 것도 없는 것만 같은 음악이었다. 정간보라는 악보도 생소했고 한자로 보이는 음이름도 생소했고 그 음을 듣고도 그게 ‘도’인지 ‘레’인지 평균율에 익숙한 내게는 모두 없는 것과 같은 백지상태였다. 격함도 없고 그저 평탄하기만 한 그 음악은 세종대왕이 백성을 생각하며 더불어 즐겁고자 만든 ‘여민락’이었다. 복잡한 기교가 들어가 있지도 않고 그저 차분하게 한음 한음을 연주하다 보면 그 긴 시간을 지나 음악도 끝이 난다. 정말 꾸밈없이 솔직한 민낯의 음악이다. 민낯이어서 더 좋은 음악인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펼쳐진 토론회에서 대통령 후보에 나선 분들에게 닮고 싶은 위인을 말해달라고 했더니 그 가운데 세종대왕을 이야기한 분이 다섯 명의 후보 가운데 두 분이나 있었다. ‘출신 성분을 가리지 않는 인재등용’과 ‘백성과의 소통을 통한 획기적 조세개혁 등을 일궈낸 인물’이어서 닮고 싶은 위인으로 선택된 것이다. 정말 많은 사람이 닮고 싶을 인물이기도 하고 차마 닮고 싶다는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의 인물이기도 한 ‘세종대왕’을 이야기 하면 국악을 전공한 나는 ‘세종대왕’의 음악적 업적과 함께 관련된 음악이 먼저 떠오른다. 그렇게 떠오른 음악이 ‘여민락’인 것이다.
여민락은 1445년 권제, 정인지, 안지 등이 조선왕조의 창업을 담아 만든 125장의 ‘용비어천가’에서 몇 장을 뽑아 그 가사에 맞춰 ‘세종대왕’이 새롭게 만든 음악이었다. 원래는 이렇게 가사가 있는 성악곡이었지만 오랜 시간이 더해지면서 노래는 없어지고 관현악곡으로 남게 된 것이다. 백성과 더불어 태평성대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자 한 그 ‘여민락’을 얼마나 많은 그리고 얼마나 저 밑에 있었던 백성까지 듣고 즐길 수 있었을지 알 수 없지만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자 했던 세종대왕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태평성대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이 시대의 ‘세종대왕’이 가져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 가장 힘들고 가장 소외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하며, 함께 할 수 있는 꾸밈도 속임도 없는 민낯의 인물을 그려본다.
/김은하 광주국악방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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