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일상을 모던한 감각과 간결한 형태로 그려내는 조근호 작가가 동구 예술의 거리 갤러리봄(대표 최정화)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25일부터 6월 3일까지 ‘도시의 창- 시간의 지갑’을 주제로 갖는 작가의 20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는 기존 ‘도시의 창’ 시리즈에 ‘시간의 지갑’이라는 부제를 더했다. 시간이 지나 뒤돌아보니 많은 사연들이 시간의 지갑 속으로 하나 둘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는 '숨어버린 시간' 이야기로 대중과 교감한다.

작가는 지난 겨울, 대통령 탄핵 정국 속 거리로 나온 시민들의 희망의 촛불집회 과정을 지켜보며 봄에 대한 희망을 품었다. 동구 예술의 거리 작업실에서 눈 쌓인 무등산 풍경을 바라보며 캔버스에 봄의 희망과 염원을 담아냈다.

작가는 “염원대로 봄이 왔고, 함성으로 가득 찼던 거리도 일상으로 돌아왔다. 나 역시 지난 겨울의 절망을 이제 시간의 지갑 속에 넣어두고 일상으로 돌아왔다”며 “지난 시간 속 이야기들을 작가 입장에서 꺼내어 작품으로 대중과 교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또 “이번 작품의 부제 ‘시간의 지갑’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의 대사 중 나오는 말에서 인용했다”며 트로이 전쟁에서 아킬레스 장군과 율리시즈 장군의 대화 내용을 들려줬다.

전시되는 25점의 작품 중에는 금남로 촛불집회와 서울 광화문집회 현장을 그린 작품이 3점 걸렸다.
작가가 금남로 촛불집회 현장을 그린 50호 작품은 작품 진행 도중 탄핵정국이 끝나며 그림도 그 자리에 멈추고 일상으로 돌려보내 미완으로 남겼다고 한다.

이번 전시 작품에서도 절제된 선과 형태로 다채로운 도시생활과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가는 ‘도시 이야기’를 그리는 이유에 대해 “인간의 흔적도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그림을 그려왔다”며 “개미나 동물들이 집을 짓는 것은 자연이라고 하는데 왜 사람들이 짓는 건축물은 자연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도시를 자연으로 생각해 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가의 그림 속엔 약간의 상상력도 감춰져 있다. “상상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작가는 덧붙였다.

“사람들이 힐링할 수 있는 부분들을 작품에 남기려 노력했습니다. 도시생활에서 느꼈던 아기자기한 부분들을 작가 입장에서 바라보며, 각박하고 힘든 생활이지만 그림만큼은 각박하지 않고 여유로운 시간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오픈식은 25일 오후 6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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