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전직 대통령 한명이 또다시 법원 재판정 앞에 섰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따른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에 선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 구속돼 법정에 서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로 불행한 역사의 한 장면이라는 점에서 참으로 착잡하다.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첫 정식 재판이 열렸다.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지 53일 만, 기소된 지 1개월여 만이다. 전두환·노태우에 이어 법정에 서게 된 세 번째 전직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은 임기 중 탄핵까지 당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사실 최씨 국정농단 사건이 아니었다면 지금도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었을 사람이 법정에 앉았고 ‘피고인’으로 불렸다. 옷에는 수인 번호 ‘503’ 표지가 달렸고 구치소에서 법정으로 이동할 땐 손목에 수갑을 찼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이보다 더한 불명예가 없겠지만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도 착잡했을 터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이같은 처지를 피할 수 있었던 갈림길에서 악수를 둬왔다는 점이다. 불통과 아집, 실망스런 인사 등 국민들과 담을 쌓은 듯한 국정 운영이 그것이다. 돌려보면 무소불위의 대통령제가 갖고 있는 한계라는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권력을 휘두르는 데 제왕적인 지금의 대통령제를 손보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을 언급한 바 있다. 대통령 자리 하나 놓고 전쟁하듯 싸우는 정치, 이후엔 저주와 보복이 되풀이되는 시스템을 끝내는 것만이 불행한 대통령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