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어느 아마튜어의 노래가 전국을 뒤흔들었다. '팬텀싱어'에 기업체 소속 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뮤지컬 '오페라 유령'의 '더 팬텀 오브 디 오페라'(The pantom of the opera)를 열창했다. 그리고 전국에 폭풍같은 감동을 일으켰다. 강형호는 노래하기에 앞서 겸손함을 엿보였다. 자신보다 앞서 노래한 해외파와는 달리 비전공자로 클래스가 확 떨어져 죄송하다며 고개를 낮추었다. 그러나 웬걸, 그가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현장의 심사위원들은 물론 시청자들까지 고개를 들어 그를 다시 보았다. 모두들 입을 쩍 벌리고 노래하는 그에게 빠져들었다. 흡사 여자와 남자 두 사람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듯한 무대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리듬에 맞춰 자연스럽게 손을 앞으로 내뻗는 화려한 무대매너도 정말 매력적이었다. 그의 무대를 지켜보는 이들의 반응은 정말 뜨거웠다. 그리고 그의 말이 옳지 않다는 게 증명되었다. 그의 클래스는 앞서 노래한 해외파에 전혀 꿀리지 않은 품새였고 오히려 또다른 감동의 도가니를 연출했다. 열정적으로 부르는 그의 노래는 이미 '클래스'의 기준에서 자유로움을 달고 있었다. 심사위원도 앞서, 노래했던 해외유학파들도 '엄지 척'을 올리며 경의를 표했다.

문화예술은 모든이의 영역


어찌 문화예술이 전공자들만이 행하는 영역인가. 전혀 아니라는 게 강형호를 통해서 증명되었다. 전공자들만이 생산하고 일반인은 소비한다는 이분법적인 구분은 보기좋게 허물어졌다. 일반인 누구나 하고자 한다면 충분히 즐기고 행하고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하나의 의문점이 생길 수 있다. 강형호처럼 숨 넘어가게 잘 해야만 예술을 할 수 있을까? 그건 좀 아니다. 현대예술은 이미 오래 전에 그 완성도가 높아야만 한다는 개념을 뛰어넘었다. 조금 어설퍼도 자기 철학과 의미와 가치가 들어있으면 또 시대가 필요로 한다면 충분히 예술로 불리워질 수 있다. 그게 일반인이 행한 결과물일지라도. 그러나 그것을 피력하기 위해선 더 강력한 한방의 설명이 필요하다.
지난 20일 오후5시 빛고을아트스페이스 소공연장에서 빛고을시민문화관 공연장상주단체인 푸른연극마을이 퍼블릭 프로그램으로 진행한 '나도 배우다-낭독극' 발표회가 있었다.
여기에 참가한 이들은 모두 연극의 경험이 없는 일반 시민들이었다. 참가자들은 지난 5월 일반 시민의 자격으로 이 프로그램에 접속돼 100여일간을 거쳐 당당히 시민배우로 거듭 태어났다. 이들이 발표한 작품은 현대인의 불안과 소외를 다룬 독일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었다. 잘 나가던 세일즈맨이 어느 날 갑자기 갑충으로 변하는 내용을 다룬 작품이다.
처음엔 리딩도 힘들었다. 버벅대기 일쑤였다. 감정선을 넣는 것은 차치하고 발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호흡을 어떻게 끊어야 할지도 몰랐다. 갈 길이 멀고도 험난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시민배우들은 낭송무대에 섰다. 흔치 않은 낭송극 무대, 그것도 시민배우들이 꾸민다는 사실에 관람객들은 의아심을 갖고 참석했다가 놀라움을 표시했다. 낭송극 무대가 정식 연극 무대 못지 않은 몰입 효과를 자아내 감동이 있었다며 큰 박수를 쳐주었다.

푸른연극마을 시민 관심을


객석의 반응 못지 않게 시민 배우 스스로 뿌듯함이 차올랐다. 완벽한 무대는 아니었지만 적잖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연극에의 맛을 보았고 흉내라도 내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 가슴을 벅차오르게 했다. 꼭 잘해야만 예술가가 아니었다. 문화와 예술로 세계로 나아가는 창,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임에 더욱 이 무대는 빛이 났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잠깐이라도 성취하는 기쁨은 매우 특별했다. 극단 푸른연극마을 두 번째 퍼블릭프로그램은 오는 9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며 역시 시민배우를 모집한다. 뜻있는 잠재적 예술가들은 다 모이시라.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열심히 연습한 다음 마치 예술가처럼 무대에 서보시라.


/김 영 순 광주문화재단 빛고을시민문화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