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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그 넓고 깊은 숲(37) 청성자진한잎

저 멀리 들리는 열정

2017년 09월 08일(금) 00:00
무등산에 있는 증심사 가는 길, 그 길 오른쪽 편에 전통문화관이 있다. 이곳은 무등산의 사계절을 늘 끼고 있어 공기도 좋고 풍경도 좋다. 전통문화관은 주말마다 상설공연이 열리고 있고 작지만 우리 음악을 무등산 옆에서 들어볼 수 있는 정취가 있는 공연장이다.
이 곳 문턱을 넘어서면 들려오는 또 하나의 소리가 있다. 조근 조근거리는 말소리와 함께 우리 음악이 풍경처럼 들리는데 이것은 국악방송을 관내에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국악방송이 나와서라기보다 전통문화관과 이곳 풍경이 우리음악과 잘 어울린다 싶어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들어 미소가 지어진다.
우리 음악은 자연과 어우러질 때 더 짙은 향기를 내뿜는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서울 남산에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학교까지 들어가는 길이 300미터는 되는 것 같은데 걸음을 옮길 때마다 들려오는 소리가 달랐다.
멀리 있을 때는 대금소리가 운동장을 넘어 공간을 가로질러 아스라이 들려오고 조금 더 가까이 가면 꿋꿋한 피리 소리가 남산의 소나무처럼 지키고 앉아있는 것만 같이 들려온다.
그리고 조금 더 가까이 학교 건물에까지 이르면 가야금과 거문고, 그리고 해금 소리까지 이런 저런 악기들 소리로 가득 찬다.
그 소리는 마치 어머니가 가족들을 위해 저녁식사를 준비할 때 나는 이런 저런 소리만큼이나 익숙하고 기대감이 들게 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고향집 찾아가듯 그립고 편안한 감정이 몰려온다.
그런데 그 때 제일 처음 맞았던 대금소리는 '청성자진한잎'을 연습하는 소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 음악은 여러 곡 중에서도 대금연주자라면 잘 연주하고 싶은 그야말로 욕심나는 곡이다. 그래서 연주자들은 박자를 잘 지키려 하기 보다는 음악적 기량을 최대로 선보이고자 한다. 연주자의 기량이 한껏 담긴 이 곡은 연주자뿐만이 아니라 듣는 이들의 마음까지 매료시켜 최고의 곡으로 손꼽는다.
'청성자진한잎'이라는 곡은 우리나라 전통 성악곡인 가곡의 반주음악에서 변주된 곡인데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이라 해도 곡명에 '맑을 청(淸)'과 '소리 성(聲)'자를 써 '청성(淸聲)'이라는 한자가 붙은 것만 봐도 얼마나 청아한 소리의 연주곡일지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음악의 역사를 가늠하기는 어려운데 일제강점기인 1931년 콜럼비아사에서 발행한 음반에 '청성자진한잎'의 최초의 음원이 실려있다. 이 음원은 전에 소개도 했던 정약대 명인의 제자인 김계선 명인이 녹음을 했고 이후 중요무형문화재 제20호 대금정악 보유자로 지정받았던 김성진 명인이 이 음악의 아름다움을 이어줘 지금도 대금연주자들은 김성진 명인의 '청성자진한잎'을 손에 꼽는다. 절제된 감정이지만 풍부한 기교를 담뿍 담아 기품을 더해주는 '청성자진한잎'.
청아하게 뽑아내는 소리가 마음에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 이 곡을 새벽부터 연습실에서 반복해 불고 불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했던 학생들의 열정은 소리로 몸에 기억되어 있다. 잘 하지는 못해도 잘 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그리고 경쟁적인 관계에 있을 수는 있으나 서로를 격려했던 학생들은 부족해도 서로의 소리를 나누려 모여앉아 불고 타며 어설프지만 깊은 공감을 나눴었다.
처음에는 조화롭지 않았으나 그 조화를 만들어내려던 학생들의 모습이 그리운 요즘이다. TV 뉴스를 보다 말고….

광주 99.3MHz
전주 95.3MHz
남원 95.9MHz
진도목포해남 94.7MHz
www.gugakfm.co.kr
/김은하 광주국악방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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