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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그 넓고 깊은 숲(39) 휘모리잡가 '병정타령'

펄럭이는 태극기 아래에서

2017년 09월 22일(금) 00:00
서울 여의도에 대형 태극기가 하늘을 가르며 나부끼는 공원이 있다. 밑에서 그 태극기를 바라다보면 얼마나 큰지 가늠도 되지 않을 정도의 큰 태극기가 사시사철 바람을 가르다.

그 주변으로 숲도 제법 이루고 있는 이 여의도 공원은 여름철에는 매미가 그렇게 울어대며 한쪽에서는 농구를 하는 사람들의 풍경도 자리한다. 그리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또 저쪽에서 이쪽으로 운동 삼아 거니는 또는 한가하게 거니는 그런 사람들이 찾는 공원이다. 이곳은 사실 공원이 아니라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모습은 광장이었다.

그러니까 '여의도 광장'이라고 불리었던 이 광장에서는 10월이 되면 잊을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바로 10월1일 '국군의 날' 행사를 이곳에서 하면서 육군, 공군, 해군 군복을 입은 군사들은 육중한 탱크와 미사일 등을 얹은 차와 포를 앞세워 그 드넓은 광장길을 지나갔다. 그리고는 어느 정도 고조가 되고 나면 하늘에 어느새 큰 굉음을 내면서 전투기들이 묘기를 부리기까지 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그렇게 '국군의 날'이 되면 거리 곳곳에는 태극기가 걸리고 집집마다 현관문 앞에도 태극기를 내다 걸었다. 모두가 태극기 나라가 되었고 충성심으로 가득 찼던 것 같다. 그런데 여의도 광장도 모습을 감추고 공원이 되어 사람들이 산책하는 곳이 되었고 국경일 가운데 국군의 날이 제외되면서 사람들 기억 속에 국군의 날 의미도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군인은 나라를 지키는 사람들이었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뿌듯해 했던 그런 때가 있었다. 강력한 무기를 앞세워 사열하는 군대를 보면서 군인의 나라가 된 것 같다. 그런데 그 강력한 무기에도 뒷거래가 있고 부당한 가격을 지불하면서 사들여야 하는 뒷이야기가 있고 그렇게 눈감아 주고 그 속에서 서로 무슨 이익을 챙겼는지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쓰레기통 같이 냄새를 풍긴다.

정말 믿지 못할 세상 속에서 어이없어 하다 떠오르는 노래 한 곡. 서울과 경기지방에서 불렸던 휘모리 잡가 가운데 한 곡인 '병정타령'(兵丁打令)이다. 이 노래는 조선말기 신식 훈련을 받은 병정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익살맞은 노래이다. 노래 가사를 보면 "남의 손 빌어 잘 짠 상투 / 영문(營門)에 들어 단발(斷髮)할 제 / 상투는 베어 협낭(夾囊)에 넣고 / 망건(網巾)아 풍잠(風簪) 너 잘 있거라 / 병정복장 차릴 적에 / 모자(帽子) 쓰고 양혜(洋鞋)신고 / 마구자 실갑 각반(脚絆)치고 / 혁대(革帶) 군랑(軍囊) 창집 탄자(彈子) 곁들여 차고 글화총 메고 구보(驅步)로 하여 가는 저 병정(兵丁)아 좀 섰거라 말 물어보자(후반 생략)..."

'병정타령'의 가사 일부분인데 얼핏 보더라도 병정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노래이다. 당시 단발령이 내려져 상투는 잘라내야 했고 그렇게 잘라내고 나니 망건이나 상투에 끼우는 풍잠 등의 용도가 사라져 "너 잘 있거라"라며 아쉬움을 담아낸 듯 보인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구보하는 병정의 모습이 애처롭다. 현대적 군사력에 비하면 참 초라한 행색의 군인이고 군대였을 것이다.(지금도 다른 뒷거래만 없어도 더 단단한 군사력을 갖출 수 있겠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변화하면서 현재에 이르게 되었고 현대적 군사력을 갖춘 한국군에 거는 기대는 크다. 요즘 같은 잊힌 불안감 속에서는 더욱 더 그러하다. 격변하는 시대를 지켜낸 병정의 모습이 휘몰이잡가 속 '병정타령'의 모습처럼 행색은 초라하지만 그들이 굳건하게 지켜낸 이 나라에서 이제 몇몇의 손에 이끌려 좌지우지 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올바른 곳에서 태극기가 펄럭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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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하 광주국악방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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