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 이라는 속담이 있다. 명분도 설득력도 공감도 없는 주장을 부러 강변하는 태도를 한껏 비꼬아 하는 말이다. 예로부터 민초들이 삶의 현장에서 서로 다투고 부대끼는 과정에서 명분 없이 떼쓰는 걸 책망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이같은 속담에 딱 어울리는 일이 발생했다. 다른곳도 아닌 대한민국 신성한 법정에서다. 그것도 전직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지난 6개월여 재판기간 동안 말 한마디 없던 박 전대통령이 재판이 종착점으로 향하는 시점에 드디어 입을 열었다. '법치를 가장한 정치보복'이라 했다. 아울러 자신은 재임기간 잘못 한 것이 없으며, 이같은 정치보복은 자신으로 끝나길 바란다는 얘기도 했다. 참으로 어이없고 황당한 궤변이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지, 아니면 자신의 잘못을 뻔히 알면서도 정치적 노림수를 위해 부러 그러는 것인지 황당하고 혼란스럽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의 정신세계를 의심하지 않을수 없으며, 알면서도 그렇게 하는 것 이라면 자신만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그의 치졸함에 측은함이 느껴진다. 왜냐하면 인정하기 싫지만 그는 5천만 국민의 삶을 책임졌던 이 나라의 대통령 이었기 때문이다.



전직 국가 원수로서 무책임



박 전대통령의 잘못은 검찰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이미 드러날대로 드러났다. 최순실과의 국정농단으로 국가 기능을 마비 시켰으며, 재단설립이란 미명하에 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저해 했고, 또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건전한 문화발전을 가로막는 등 사법기관에서 밝힌 잘못만도 헤아릴 수 조차 없다. 여기에 자신을 보좌했던 정호성, 안종범, 김기춘, 조윤선 등 이른바 공범들의 진술과 증거만으로도 충분히 그의 잘못이 드러났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6개월만에 입을 연 그가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니 참으로 기가찰 노릇이다. 나라를 혼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국가위신을 현저히 훼손한 죄를 반성하고 국민앞에 사죄하지는 못할망정 '정치보복'운운 이라니 참으로 쓴 웃음 마저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동안 "정당한 사법절차를 무시하는 행위는 자유민주주의와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용납 할 수 없는 범법행위"라고 누차 강조한바 있다. 그럼에도 이처럼 자신 스스로 정당한 사법절차를 무시 하는 행위는 어떻게 설명 해야 하는 지 묻고 싶다. 사법적 절차를 통해선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자신의 문제를 정쟁의 장으로 옮겨 정치적 해결책을 찾아 보겠다는 계산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아울러 일부 보수야당을 비롯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존재감을 일깨우고 '무죄석방을 위해 노력하라'는 무언의 압력이 아닌지도 모를일 이다. 이제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은 상당기간 지연이 불가피 하다. 그 자신이 사실상 재판거부를 시사 했으며, 변호인단이 전원 사퇴함으로써 현실적으로 정상적인 재판진행이 어려워 졌기 ?문이다. 실제로 법률전문가들은 그가 법정 출석을 거부 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법원의 강제구인도 여러 여건상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변호인 선임을 미룰 경우 이를 강제 할 방법이 없으며, 설사 국선변호인을 선임한다 해도 수십만건에 달하는 수사자료를 단시간에 검토 한다는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는 자신의 재판이 사법부 일정대로 진행되는 걸 거부하고 정치권과 언론에서 논쟁의 대상이 되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정치권 국난극복에 집중해야



의도가 어디에 있든 이미 박 전대통령의 발언은 정치권의 최대 정쟁대상으로 부상 했으며, 일부 보수언론의 좋은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여당과 국민의당은 '국민앞에 반성을 모르는 후안무치한 행동, 반성하고 재판에 임하라'고 질타하고 나섰으며, 자유한국당은 '심정적 공감'을 표하면서도 '출당'에 고민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 한 것은 나라가 내외적으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박 전 대통령 논쟁으로 허비 할 시간이 없다는 얘기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 문제는 공정한 사법절차에 맡기고 국가적 위기 극복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북핵 등 국가적 어려움을 극복해 내는 일이 그 무엇보다도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 두 헌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