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광주FC를 성원해주신 모든 팬들에게 진심으로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사죄드립니다. 이 시간 이후 광주FC의 새판짜기 일환으로 감독직을 사퇴합니다."

광주FC 김학범 감독(57)이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18일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최종전을 마친 뒤 김 감독은 "어떻게든 강등되지 말았어야 했는데 강등에 대한 책임은 뭐라고 답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의를 밝혔다.

김 감독은 지난 4일 2부리그 강등이 결정된 뒤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에서는 강등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았지만 김 감독은 "팬들과의 약속(클래식 잔류)을 지키지 못했다"며 사퇴의사를 굳혔다.

K리그 클래식 12위로 강등이 확정된 광주는 이날 포항과의 38라운드 최종전에서 0-4로 완패했다.



◇강등은 예견된 참사

광주FC는 지난 4일 대구FC전 0-2 패배로 챌린지 강등이 확정됐다. 광주의 2부리그 챌린지행은 3년 만이다.

지난 2014년 챌린지에서 4위를 차지해 승강 플레이오프를 뚫고 2015년 클래식으로 승격한 광주는 승격 첫해 10위, 지난해에는 8위까지 성적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번 시즌 광주는 초반부터 부진이 계속되면서 최하위권에서 허덕여야 했다.

23라운드부터 11경기 연속 무승(4무 7패) 행진이 이어졌다. 36라운드까지 득점은 33골로 경기당 0.92골밖에 되지 않았다.

광주는 남기일 전 감독이 지난 8월 성적 부진을 책임지고 자진해서 사퇴하자 '승부사' 김학범 감독을 영입하는 극약처방을 내렸지만 분위기 반전에는 실패했다.

그나마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광주가 이달 초까지 6경기 연속 무패(2승4무)를 달리면서 마지막까지 잔류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지난 3년간 클래식 잔류가 오히려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올시즌 대구는 150억원, 강원은 200억원으로 운영됐다. 광주는 70억원이었다. 프로에서 투자 없이 성적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올 시즌 광주는 지난해 주축선수였던 정조국과 이찬동을 보내야 했다. 연봉을 맞춰줄 수 없었던 광주에게 예측된 일이었다. 광주는 외국인선수를 통해 두 선수의 빈자리를 메우려 했지만 이 작전은 실패였다.

전훈지인 포르투갈에서 점찍었던 용병은 한국 상황을 눈치 채고 몸값을 2배나 올려 광주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기영옥 단장이 추천받았던 용병은 당시 코칭스태프가 탐탁지 않게 여기면서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다. 그 용병은 다른 팀 유니폼을 입었다. 대구 에반드로다. 에반드로는 대구에서 29경기를 뛰며 1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올시즌 득점기근에 시달렸던 광주로서는 아쉬운 일이다.

선수단도 모든 경기를 사실상 원정으로 치르며 힘든 시즌을 보냈다. 클럽하우스 없이 목포축구센터에서 '셋방살이'를 하는 선수들에게 경기력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이 축구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장과의 소통을 맡을 프런트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현장에서는 프런트를 통해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하고 요구사항을 전달했지만 기영옥 단장에게 전달이 되지 않았다. 서로 간에 불신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서로 100%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 간격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필요한 법이다. 뒤늦게 소통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미 시기가 늦었다.

강등이 걸려있던 지난 4일 대구와의 원정경기는 현장에 가지 않은 구단직원들이 더 많았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지만 구단 직원들이 먼저 포기했다. 전반전을 가까스로 버틴 선수들은 후반에 부담감을 떨치지 못하고 무너졌다.



◇새판짜기 시급

김학범 감독은 '새판짜기'와 '인적 재구성' 강조했다.

김 감독은 "이제 광주는 새로운 팀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된다. 건강한 팀으로, 새 팀으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새판짜기에 돌입해야 하고 그런 가운데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새판짜기를 위해서는 뼈를 깎는 아픔이 있겠지만 광주는 훌륭히 해낼 것으로 믿는다"며 "감독직 사퇴는 새판짜기의 일환이다"고 강조했다.

김학범 감독에게 강등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분위기임에도 김 감독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모든 것이 변화해야 하고 감독부터 변하지 않으면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김 감독은 "없는 예산으로 어렵게 끌고가는 팀이지만 군살빼기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내년에 곧바로 승격하지 못하더라도 그 다음해에는 승격할 수 있는 건강한 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광주는 내년 예산 60억원이 세워져 있지만 챌린지 강등으로 인해 삭감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내년 시즌 운영비 마련을 위해 부득이하게 '파이어세일'이 현실이 될수도 있다. 선수 입장에서도 관심과 열기가 떨어지는 챌린지 팀보다는 조금 더 관심을 받을 수 있는 클래식 팀에서 뛰길 원한다.

기영옥 단장은 "올 시즌 경험해봤지만 다른 팀으로 가고 싶어 하는 선수는 잡아봤자 소용없었다. 떠나려는 선수는 잡지 않겠다"며 "젊은 선수 위주로 키우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용구장 클럽하우스 예정대로

광주시는 광주FC '새판짜기'에 대해 구단에 맡긴다는 입장이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 유지다.

추진중인 전용구장과 클럽하우스, 연습구장은 예정대로 건립한다. 책정된 내년 구단 예산 60억원도 삭감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연습구장은 12월 첫삽을 뜬다. 전용구장과 클럽하우스는 광주FC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설계를 진행중으로 내년 상반기에 첫삽을 떠서 2019시즌부터 사용하게 된다. 이 사업은 차질없이 추진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예산이다. 내년 예산이 60억원 책정돼 있지만 2부리그 강등을 내세워 의회에서 삭감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축구계 관계자는 "투자 없이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 시와 구단의 의지에 따라 광주가 빠른 시간 내에 승격될 수도, 아니면 다시 올라오지 못하는 2부리그팀으로 고착될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