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로써 어둠을 걷어내라는 고산 윤선도 선생의 정신으로 언론계에 지망해 평생을 글만 써왔습니다. 글로써 세상과, 어둠에 맞서는 일이 가장 보람된 일로 느껴졌습니다."

언론인 겸 시인 윤재걸씨가 최근 새 시집 '유배공화국, 해남 유토피아!'(실천문학사 간)를 펴냈다.

시인의 제2시집 '금지곡을 위하여'(1985년, 청사 간) 이후 무려 33년 만이다.

올해 고희를 맞은 윤 시인은 "50년동안 시집 3권밖에 못 냈는데 이것도 과분하다 생각한다"며 "촛불혁명의 가장 큰 수혜자는 나다.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으로 책을 내고 어줍잖은 한마디라도 이렇게 전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해남 옥천 출신 윤 시인은 고산 윤선도 선생의 11세 직손이다. 광주서중과 광주일고,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 정치학과를 중퇴했다.

스무 살 때인 1966년 다형 김현승 시인의 추천으로 월간 '시문학' 10월호와 12월호에 작품을 발표했으며, 1975년 '월간문학' 8월호에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전개했다.

1979년 첫 시집 '후여후여 목청갈아'(평민사)를 출간했고,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취재와 관련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A급 문제언론인'으로 낙인찍혀 동아일보사에서 강제해직을 당했다.

해직 이후 5공 폭압정권 때 이른바 '르뽀시대'를 이끌었으며, 이때 그가 펴낸 '서울공화국'(1984, 나남)은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1984년 8월 동아일보사에 복직, '신동아' 기자로 필명을 날리던 그는 1985년 2월, 두 번째 시집 '금지곡을 위하여'(청사)를 펴냈다.

전두환 정권이 한창일 때 '청사민중시선 3'으로 선보인 이 시집은 1980년 5월 광주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시편 '무명의 혼들과 함께', '다시 부르는 노래', '오월1', '오월곡五月哭', '미완의 시1' 등으로 제1시집과 마찬가지로 출간 즉시 당국에 의해 판금조치를 당할 정도로 문단 안팎에 화제를 몰고 왔다.

제2시집을 출간할 무렵 신동아 기자로 복직한 그는 1985년 신동아 7월호에 '도큐멘터리-광주, 그 비극의 10일간'이라는 특집기사를 써서 한국 공식언론사상 최초로 광주문제를 정면으로 기사화했고, 1987년 12월에는 광주민중항쟁의 기록 '작전명령-화려한 휴가'(실천문학사)를 출간해 광주시민들의 한을 풀어줬다.

'작전명령-화려한 휴가'는 출간 즉시 교보문고 집계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1987년 일본 후지TV 선정, '올해의 한국 언론인'이 됐다.

1988년 4월, 한겨레신문 창간에 참여했고 이후 광남일보 편집국장과 주필, 일요신문 편집인, 시사신문 사장 겸 편집인 등을 역임했다.

사회평론집 '연희동 할아버지', 정치평론집 '정치, 너는 죽었다' 등 20여 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지난 2008년 해남 옥천면 동리마을로 귀향해 자연과 민초들의 순리를 깨치며 '땅끝 해남에서 순정한 혁명의 귀거래사'를 노래해온 윤 시인은 이번 시집에 '고향정신의 회복'과 함께 한국 현대사에 깊숙이 발을 담갔던 시인의 인생역정을 담은 53편의 시를 담았다.

오는 12월 1일 오후 6시 광주 동명동 민들레소극장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릴 예정이다. 광주문단을 대표해 이명한, 김준태, 나종영, 박호재, 김경윤, 박관서, 이승철 등 문인들이 초청인이 되어 출판기념회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