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뜨는 풍경'과 '내 곁에 유령'의 손병헌 소설가가 이번엔 광주를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동문다리 브라더스'로 돌아왔다.

80년 5월의 강팍한 시대를 견디며 함께 피와 땀을 흘린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단순히 5·18 민주화운동 이후를 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관심 갖지 않았던 주변부를 보여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 서봉, 웅걸, 병구, 산, 묵경, 홍구, 김국장, 태섭 등은 개별적인 고유명사로 호칭되고 있으나 이들은 고향 광주를 지키며 살아가는 인물을 대변한다. 5·18 민주화운동 속에서 본의 아니게 세속화 돼가는 비정한 현실에 동화되지 못한 채 험난한 삶을 견디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영어는 잘 하지만 하는 일 없이 여관방을 전전하며 사는 병구, 누나 가게에서 허드렛일을 도와주는 웅걸 등 지난날을 회상하는 얘기 속에는 자연스레 80년 광주의 5월 이야기가 스며있다. 삶의 낙오자들의 군상을 통해 5·18 광주의 또 다른 진실을 드러낸다.

인물들이 광주에서 빚어지는 문제를 대면하면서 광주가 성취해낸 민주주의의 가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시 도약할 수 있는 힘을 길러내는지 살펴 볼 수 있다.

문학들. 232쪽. 1만3,000원.

         이보람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