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편해야 하루가 즐겁습니다. 주민들이 편한 신발을 신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16년째 남구청에서 신발종합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구두 수선공 선정환씨(56).

남구청에서 오랫동안 구두수선을 하다보니, 선씨는 구청 직원들 사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유명인이다. 남구청 직원들은 선씨를 '신발 귀신', '구두 달인'이라고 부른다.

선씨는 이러한 별명이 붙게 된 일례로 남구청의 모 계장 새 신발 이야기를 언급했다.

하루는 새로 산 구두를 자랑하러 온 계장에게 선씨는 "그 구두 불편할텐데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계장은 선씨의 조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구두를 신고 다녔다. 하지만 계장은 구두가 점점 불편해져 일주일도 못가 신지 못할 정도로 발에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고 한다. 이후 선 씨에게 찾아가 수선을 맡기고 난 뒤 계장의 구두는 거짓말처럼 발에 꼭 맞는 구두로 탈바꿈했다.

선씨는 "기존의 신던 구두를 봐왔고, 그 사람의 걸음걸이도 잘 알기 때문에 신발 형태만 보더라도 착용감이 어떨지 감이 온다"고 말했다.

선씨는 태어난 지 얼마 안돼 4급 소아마비 판정을 받았다. 남들처럼 폭넓은 활동이 불가능해, 유년 시절부터 조각, 조립 등 앉아서 할 수 있는 취미를 갖기 시작했다. 손재주가 특출났던 선 씨는 학창 시절부터 온갖 가전제품을 분해해 다시 조립했고, 연필로 도장까지 팔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있었다.

선씨는 건강 상태로 인해 직업 선택의 폭이 좁아, 중학교를 졸업한 직후 전자제품 관련 직종에 뛰어들었다. 이전부터 선 씨의 손재주는 동네에서 익히 소문나 있던 터라, 이듬해 집 근처 구두공장 기술자들로부터 일을 함께 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선씨는 18살 어린 나이에 구두 제작 일을 시작했다. 선씨의 솜씨는 입소문을 타면서 1979년 서울에 있던 한 양화점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상경했다. 양화점에서도 선씨의 실력이 두각을 보여 보통 4~5년 가량 수련을 해야만 들을 수 있던 기술자 직함을 6개월만에 달았다.

선씨는 "사수를 잘 만나 일대일 과외를 받았다"며 "그 때 배웠던 학습 내용들이 현재 기술력의 초석이 됐다"고 말했다.

한 길을 오랫동안 걷다보니 선씨는 광주에서 이름난 수제화 장인이 돼있었다. 일본에 넘어가 사업을 시작해보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IMF 금융 위기와 더불어 브랜드 신발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수제화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어졌다.

선씨는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하향세로 접어든 수제화 제조가 아닌 구두 수선을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지난 2001년 남구청사 안에 있던 구두수선점을 인수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다른 구두수선점과 다르게 선씨는 어떤 신발이든 빛을 내주고, AS까지 확실하게 해주기 때문에 구청 직원 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까지 찾아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발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는 선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제 구두약은 마르는 날이 없을 겁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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