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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설재록 작가

"독특한 콘텐츠… 지역 브랜드로 키워지길 바라죠"
창평소재 연극 '쌀엿 잘 만드는 집' 희곡 구성
극단 백진, 10월 '한옥에서' 첫 공연 선봬 반향
"창평에서, 창평 사람들이 해야 제맛인 연극"

2017년 12월 07일(목) 18:11
설재록 작가
소설가와의 만남은 유독 설레고 긴장된다. 방대한 지식, 풍부한 경험, 유창한 말솜씨. 그 모든 것을 집약시킨 글발….

설재록 소설가(68)와 첫 만남에 앞서 연극 '쌀엿 잘 만드는 집' 팜플렛 '작가의 말'을 통해 작가의 이야기를 먼저 들었다.

깐깐함이 느껴지는 사진속 이미지와 달리 작가의 언어는 참 편안하고 여운 있었다.

작가는 "연극을 보고 나왔는데 시 한 편을 읽고 나온 기분"이었다고 표현했다. 작가의 글을 읽은 기자는 분명 글을 읽었는데 마치 그림 한 편을 보고있는 느낌이었달까.

글의 느낌 그대로였다. 포근하고 명쾌하고 자상함과 열정을 전달해주는 노작가는 "먼 길을 가야하는데 석양에 서 있는 나그네 심정"이라며 문학적 열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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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된지 44년 됐습니다. 그런데 글 쓰는 일에 10분의 1도 투자를 안한 것 같아요. 앞으로는 내가 힘이 되는 한 글쓰는 일, 지역 연극에 관심을 가질 겁니다."

지난 10월 27일과 28일 담양 창평면 슬로시티 삼지내마을 '한옥에서'란 이름의 펜션에서 연극 '쌀엿 잘 만드는 집' 공연이 2회 올려졌다.

담양 지명 천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이 공연은 담양군이 주최하고 담양 최초 연극단체인 극단 백진이 첫 공연작품으로 선보였다.

설재록 작가는 지난해 담양송순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강효미 작가의 동명의 동화를 연극으로 재구성했다.

이 극은 소설가인 그가 198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인 처녀작 단막희곡 '새'와 1989년 장막희곡 '정부사'로 삼성문학상을 받은 이후 28년만에 쓴 희곡이다.

"참 잘 쓴 동화입니다. 연극에서는 원작 동화와는 전혀 다른 인물도 나오고 동화 속에 들어있지 않은 이야기도 전개됩니다. 극적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서죠. 나는 연극의 대사는 시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복잡한 고민없이 관객이 바로 받아들이는 단어를 선택해야 합니다."

작가는 모든 이야기들을 담양 창평 현지에 맞도록 재구성했다. '외동에 퐅(팥)밭 무시가 유명하다'는 창평 고유의 말 등이 대표적이다. 지역의 독특한 콘텐츠로 자리매김해 지역 문화상품으로 키워지길 바라는 작가의 소망을 담았다.

그는 참으로 오랫만에 희곡을 쓰면서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일을 왜 등한시 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좋은 엿은 어떤 엿이냐. 서리 맞은 해묵은 볏짚이 바삭하고 부서지는 그맛, 그게 바로 창평 엿이여."

대사 중에 나오는 이 말은 창평의 한 노인이 작가에게 귀띔해 준 실제 비법이라고 한다.

"이 연극은 다른 지역에서 공연되면 맛이 없는 연극입니다. 오로지 창평에서, 나아가서는 창평 사람들이 해야 하죠. 그런 맛을 연극이 전해줘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첫날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을 보러 온 외동댁 할머니 7~8명이 연극 속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불려진 것을 그렇게 좋아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며 "그게 로컬의 맛이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지금 기분으로는 몇 편의 희곡을 더 쓸 것 같다"며 "글 쓰는 스타일이 소낙비 오듯 몰아쓰는 스타일이다. 문학작품을 쓸 때는 배경지식, 경험, 취재도 기본이지만 영감도 있어야 하는데 요즘은 꿈 속에서도 작품을 연결해 쓰고 있다"며 웃었다.

담양읍 백동리 출신인 그는 관방제림을 배경으로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엮은 소설 '백진강 전설'로 잘 알려졌다.

최근 '다시 쓴 백진강'을 마무리하고 출간할 예정이며, '담양'이라는 제목으로 담양의 역사 등을 담은 장편소설을 연말께 탈고할 계획이다.

광주 최초 연극전용 소극장 '레퍼터리 극장'을 운영했고, 순천 극단 '거울'을 창단해 순천에서 최초 연극활동을 시작했으며 순천시립극단을 태동시키는 등 어찌보면 연극과 무관하지 않은 길을 걸어온 작가는 내년엔 연극 '쌀엿 잘 만드는 집'을 상설공연으로 정착시켜 담양 지명 천년을 알리고 매주 토요일 연극을 관람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쌀엿, 푸성귀 등 담양 특산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까지도 전개할 생각입니다. 담양 천년을 겨냥해 담양을 어떤식으로 바꿔야 할 것인가. 문화를 재조명하고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이것이 담양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담양 르네상스 운동을 일으켜보자는 꿈이죠. 아마 이 공연은 창평의 문화콘텐츠로 자리잡게 될 겁니다. 우리가 사라져도 창평이 사라지지 않는한 계속 공연되길 바랍니다."

끝으로 그는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시대에 따라 다르지만 1970~80년대에 비하면 요즘은 많이 풍요로워진 반면 그 종사하는 사람들의 치열한 예술혼은 사라지지 않았는가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진지하게 예술정신에 대해 고민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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