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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기와 '라스트 사무라이'
2017년 12월 13일(수) 17:23
며칠전 퇴직후 고향인 임자도에서 제2의 황혼을 보내고 계시는 선배님으로 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풍력발전기가 마을앞에 들어선다며 주민들이 술렁인다는 내용이었다. 조용한 마을에 괴물처럼 나타날 풍력발전기에 대한 공포와 저주파로 인한 인체 유해를 걱정하는 한숨이 묻어나는 하소연과 함께 "어떻게든 임 의원이 막아줘야 한다"며 반대구호가 적힌 현수막 사진을 보내왔다.

우후죽순 신재생에너지 업체

정부는 원전정책을 상당부분 후퇴시키거나 중단하고 신재생에너지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전남의 경우도 산자부로부터 봇물처럼 쏟아져 내려오는 발전허가(3mw이상)와 밀려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허가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나 전남은 드론산업과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지정받아 어떤 형태로든 이 분야에 전력을 쏟아야 할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생명의 땅 전남이라는 슬로건 아래 바람과 햇볕, 맑은 공기를 자산으로 여기며 대규모 공단이 적어 청정지역을 자랑으로 여겨온 전남이지만 반면에 성장동력의 상실로 인해 급격한 인구감소 등 낙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도 현실이다. 풍부한 일조량과 세찬 바람이 돈이 되는 신재생에너지 시대를 맞아 전남이 몸살을 앓고 있다. 조용하던 바닷가 산중해변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삶의 터전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신재생에너지 생산 업체들로 야산은 물론이고, 염전(폐염전)과 농지를 가리지 않는 땅 사재기 현상이 신안군 전역을 휩쓸고 있어서 70년대 부동산투기 열풍을 보는 듯 하다.

지난해는 비금도가 풍력발전으로 몸살을 앓다가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몇 달 전에는 장산면과 하의면 일대로 옮겨 붙던 풍력발전기 사태가 이젠 임자도로 옮겨온 모양이다. 그보다 훨씬 전에 지도읍 태천마을과 자은면 일대에 들어선 풍력발전기로 인해 주민들의 집단행동과 소송으로까지 번지더니 제 풀에 지친 주민들이 결국 수용하는 모양새로 이제는 자고나면 풍력기가 들어서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쯤에서 2003년 뉴질랜드와 미국의 제작사가 합자하여 만들었다는 톰 크루즈 주연의 '라스트 사무라이'라는 영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영화의 배경이 된 당시 일본에서는 일본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개혁파들과 사무라이 정신의 보수파들이 대립을 하고 있었다. 천황과 그의 측근들은 일본을 서양화시키기 위하여, 사무라이 제도를 끝내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알그렌 대위(톰 크루즈)와 갠트는 일본의 신식군대를 훈련시키고, 다음날 새벽 사무라이들에 맞서는 전투에 참전했다가 갠트는 전사하였고, 알그렌 대위는 사무라이들에게 포로로 잡혀간다.

포로로 잡혀 일본 사무라이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마을에서 간호를 받은 알그렌 대위는 오히려 그들의 문화에 젖어들어 검술을 배우기 시작하고, 사무라이 대장 가쓰모토 영주와 인연을 맺어 그들과 함께 싸우기로 마음을 먹는다. 허허벌판에서 대포와 현대식 조총으로 무장한 천황의 정부군 정예부대와 칼과 화살로 무장한 전근대적인 사무라이들과의 처절한 전투의 끝은 사실 뻔한 결말이지만 알그렌 대위와 가쓰모토 영주, 그를 따르는 사무라이들의 죽음을 뛰어넘는 신념과 전통을 지키려는 고집스런 전투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명장면으로 자리하고 있다.

주민들 절망감 갈수록 커져

대세로 다가온 신재생에너지 산업시대지만 유독 풍력발전기에 대한 대다수 섬 주민들의 속내가 편치 않다. 시장·군수들은 개발행위 허가권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지만 군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거의 없다. 벌판에 내몰린 주민들이 거대한 자본과 정부에 맞서 몇장의 풍력반대 프랑카드를 내걸고 맨주먹으로 맞서는 현실에 절망하고 있다. 삶의 터전이자 탯자리인 마을을 내줄 것인지 아니면 마을을 등질 것인지 이도저도 아니면 '라스트 사무라이'가 되어 장렬한 최후를 맞이할 것인지 결단의 시간은 다가오지만 비빌 언덕은 어디에도 없다는데 주민들은 다시한번 절망한다.
/임 흥 빈 전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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