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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그 넓고 깊은 숲(49) 경기민요 태평가

니나노

2017년 12월 14일(목) 17:37
한 1년 전쯤인 것 같다. TV를 보고 있는데 익숙한 가사와 선율이 나와 눈을 크게 뜨고 보게 되었다. '000 니나노'라는 제목으로 어느 CF 배경음악이 되어 '니나노'가 흘러나온 것이다.

이 '니나노'는 원래 민요 '태평가'에 나오는 가사이다. 내가 어렸을 때 그러니까 한창 우리음악을 공부하고 있을 때 나는 '니나노'가 싫었다.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의 어느 술판 장면에 나오는 그런 음악인 것만 같았다. 왜 그런 술판자리에 남자는 여자를 끼고 앉아 흥을 돋우는지 정말 싫었고 일제강점기 우리 문화를 저급한 문화로 만들어버렸던 온갖 것이 떠오르며 싫었던 것이다.

그런데 TV 속 CF에서 '니나노'가 흥겹게, 때로는 질러버리듯 때로는 감미롭게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새롭게 편곡된 '니나노'는 마치 다른 세상을 만난 것만 같았다. 음악적 요소부분에 있어서 전통적인 것은 많이 잃었으나 요즘 우리와 공감할 수 있는 또다른 '태평가'가 만들어진 그런 기분이 들어 반갑기까지 하였다. 그리고는 어렸을 때 그렇게 싫었던 그 '니나노'를 내가 언젠가부터 노래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저녁 어스름이 찾아올 때, 그리고 화창한 봄날 창밖 풍경을 잠시 훔쳐보았을 때, 겨울 눈이 살포시 쌓인 기차 차창밖 세상이 어둠에서 눈을 뜰 때, 사무실 모니터를 마주하고 하루 종일을 보낸 늦은 밤시간, 손뼉을 세 네번 치고서는 이런 노래가 입속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다. 그러니까 세상살이를 조금은 알 나이가 되어서 그런 듯싶다.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나 성화는 바치어 무엇하나…. 공수래 공수거하니…." 한마디로 정리가 되는 노랫말이다. 삶에서 나온 노래가 맞나보다 싶다.

민요 '태평가'는 "니나노 닐니리야 닐니리야 니나노 얼싸 좋다 얼씨구나 좋아 벌 나비는 이리저리 펄펄 꽃을 찾아서 날아든다"라는 후렴부분이고 우리가 잘 아는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나 성화는 바치어 무엇하나 속상한 일도 하도 많으니 놀기도 하면서 살아가세", 그리고 "청사초롱 불 밝혀라 잊었던 낭군이 다시 온다 공수래공수거하니 아니나 노지는 못하리라"라는 가사가 있다.

허무한 인생 속에서 그래도 잠깐 잠깐 반딧불처럼 빛나는 삶이 있어 또 살아볼만한 세상이리라…. 이런 대단한 삶을 터득하게 해 주는 노래이다.

'태평가'는 원래 모습은 따로 있다. 일제강점기 때 정사인이 작곡하고 선우일선이 노래해 1935년 11월 '태평연'이라는 제목으로 음반이 나왔다. 그리고 경성방송국에 이듬해 겨울부터 방송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곡은 '창부타령'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노래이다. 이후 6·25전쟁 때 이은주 명창이 가사를 고치어 제목을 '태평가'로 바꾼 민요인 것이다. 경기민요의 특징이 반영된 이 노래는 지금 경기민요로 분류를 하고 있다.

이 곡이 태어난지 80년이 넘었다. 격동의 세월을 거친 이 노래는 그래서 시름을 잊고 살아보자는 내용이 어쩌면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복잡한 세상, 순간순간 세상이 날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주문처럼 외워보면 좋겠다.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나~"

오늘이 '국악, 그 깊고 넓은 숲' 마지막 시간이다.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면이나 인터넷을 통해 만나게 된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국악은 삶이었고 여전히 우리 삶이니 멀리하지 말고 가까이 두시기를….

그리고 한 가지 더 이은주 명창이 노래하는 '태평가'를, 또 넬(NELL)이 노래하는 '사는게 니나노'를 시대가 바뀌었지만 그 속에 담긴 삶의 멋이 살아 숨쉬는 이 노래들을 들어보시기 바라본다. <끝>
/김은하 광주국악방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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