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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어떻게 돼 가나요-정세균 국회의장 인터뷰

"국민에 의한·미래를 향한·열린 개헌 추진"
적폐청산, 우리사회 도약 위해 필요불가결
5·18 특별법 제정 여야합의 통과가 바람직
'지방분권' 미래시대정신 담아내는 게 중요
"'개헌 성공' 국회의장으로 남기 위해 노력"

2018년 01월 01일(월) 15:29
정세균 국회의장은 '미스터 스마일'이란 별명을 가진 6선 의원이다.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정치인이면서도 원칙과 소신, 강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또한 사람을 잘 챙기며,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의리와 인간성을 겸비했다는 평가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입법부 수장으로서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데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 개헌론자인 정세균 의장을 만나 정국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에 대해 정치보복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 국정원 특활비 상납, 댓글 공작,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 등 지금까지 드러나거나 실체가 확인된 불법행위들이 부지기수다. 일부 정파에서는 이를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면서 수사에 불편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들을 덮고 넘어가는 것이 타당한 일인지는 의문이다. 국가가 자행한 불법행위들의 실체를 규명하고 단죄하는 행위는 단순히 과거 집권세력을 공격하기 위한 낭비적·소모적 절차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잘못을 반성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필요불가결한 절차라고 본다. 오히려 그걸 덮거나 봐주고 넘어가는 것이 적폐가 아닐까 생각한다.



- 국회의장 임기 중 현역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의 소회를 밝혀 주시기 바란다.

▲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당시에는 탄핵을 저지하기 위해 의장석을 점거했었는데 박 대통령 때는 탄핵의결을 위해 의장석을 지켰다. 역사의 아이러니이자 제 숙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 및 측근의 불법·부당한 행위들로부터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나,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일들이 재발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 대표적인 개헌론자로 인정받고 있다. 개헌에 대한 평소 소신을 설명한다면.

▲ 저는 이번 개헌을 '국민에 의한 개헌', '미래를 향한 개헌', '열린 개헌'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국민에 의한 개헌'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다. 과거 9차례의 개헌은 두 번을 제외하고 대부분 권력의 필요에 의한 개헌이었다. 나머지 두 번도 국민이 아닌 정치권이 주축이 돼 개헌을 했다. 이번 개헌은 국민이 개헌의 주체가 되는 '국민에 의한 개헌'이 돼야 하고, 분권과 같은 시대정신을 담아 내는 '미래 지향적 개헌'이 돼야 한다. 그리고 국민·국회·정부가 함께 만드는 '열린 개헌'이 돼야 한다.

제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정부형태나 선거구제가 있지만, 국회의장의 역할은 제 의견을 관철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합의안을 도출해내는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겠다. 다만, 분권과 기본권 강화는 꼭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 의장님의 생각은 어떠하신지.

▲ 외국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선진국은 분권형 국가체제인 반면, 후진국은 중앙집권적이다. 이는 선진국이 돼서 지방분권을 한 것이 아니라 지방분권을 했기 때문에 선진국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앙과 지방 사이의 권력불균등이 국가발전에 큰 걸림돌로 자리잡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지방자치가 도입됐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도 과도한 권력과 권한이 중앙에 집중돼 있다고 생각한다. 개헌과정에서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시대정신을 담아 내는 것이 중요한데, 저는 그 시대정신 중 하나가 '지방분권'이라 생각한다.



- 선거제도 등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높다.

▲ 개헌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지만, 이에 못지 않게 선거제도 개편도 중요한 부분이자 관심사안이다. 개헌논의의 핵심 중 하나가 권력구조 개선인데, 이는 선거제도 개편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개헌과 함께 선거제도 개편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제도와 관련된 중요사항을 헌법에 규정함으로써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비례성·대표성 강화 등의 원칙이 흔들리지 않도록 할 필요도 있다.



- 일각에서는 지방분권 개헌이 이뤄지더라도 재정이 열악한 호남지역 지자체들의 경우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 저는 지방자치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중앙의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지방의 입법권 및 지방재정권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지방재정권이 보장될 경우 지방재정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재량이 더 커지므로 그러한 우려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중앙이 스스로 권한을 내려놓지는 않는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실질적 지방자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끊임없이 요구하고 관철해야 한다. 또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방이 그 권한에 맞는 역량을 갖추고, 이를 증명해 보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 국회 청소용역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성원이 높다. 의장님의 추진력이 아니었으면 힘들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 과거 국회에서 청소용역 근로자를 간접고용함으로써 위탁기간이 만료될 경우 고용불안에 노출되고, 간접고용으로 인해 근로조건이 악화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전임 의장들이 개선약속은 했지만 실제 실천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는데, 제가 작년에 간접고용 청소근로자를 직접 고용했다.

사실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이 아니라 예산비목만 바꾸면 되는 일이었음에도 당시 박근혜 정부가 공공부문 직접고용에 부담을 느껴 반대해 왔다. 하지만, 국회부터 고용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만들고자 끝까지 노력했고, 기재부와 예산안 처리 마지막 날까지 줄다리기한 후 단호하게 요구해 관철시켰다.

다행히 새 정부는 저와 뜻이 통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적극적이시고, 최근에는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협상이 타결됐다는 기쁜 소식도 들리고 있다. 국회에서 시작한 고용안정 노력이 공공부문·민간기업까지 확산되기를 바란다.



-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국정운영을 평가한다면.

▲ 전반적으로는 국민들의 높은 지지 속에서 비교적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국민 눈높이에서 정책을 펼치려는 의지, 낮은 경호, 강한 적폐청산 드라이브, 소통노력도 높게 평가한다. 4강 외교회복도 성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노력은 했겠지만 협치가 잘 이뤄지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통해서 꼭 협치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국민의 바람일 것이다. 특히, 다당제라는 새로운 환경변화에 대해서 정부·여당도 충분히 인식을 하고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나와야 될 것이다. 취임 2년차를 맞는 이제는 늘어놓거나 펼치기만 할 때가 아니라 정책의 완결성을 높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예결위 상설화 등 국회 제도개선에 대한 입장은.

▲ 저는 국가개조의 첫걸음은 국회개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의장 취임 이전부터 갖고 있었다. 국회의장 취임 직후부터 추진했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도 그런 제 생각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었다.

예결위 상설화 역시 제가 국회의장 취임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주장했으며, 과거 당대표 시절에는 이를 당론으로 추진하기도 했다. 예결위 상설화를 통해 예산 심의기간 부족문제를 해소하고, 예산심사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 매년 예산안 졸속심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그 때마다 예결위 상설화 논의가 잠깐 나타났다 잠잠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것이 아니라 이에 관해 여야가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5·18민주화운동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특별법 제정에 대한 생각은. 특별법 제정이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할 의향은 없는지.

▲ 5·18민주화운동은 우리 민주주의 역사를 진일보시킨 위대한 민주항쟁이라 생각한다. 5·18민주화운동 정신계승을 명확히 하고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라도 당시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안건신속처리 절차의 요건이 갖춰진다면, 충분히 그 절차를 이용해 처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바람직한 것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공감대를 형성한 후, 여야 합의를 통해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안에 대한 공감대 형성없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법안을 처리할 경우 법안 집행과정에서도 잡음이 생길 뿐 아니라 진상규명 절차의 취지 및 정당성도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미스터 스마일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지만, 원칙과 소신, 강단있는 정치인으로 통한다. 또한 사람을 잘 챙기며,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의리와 인간성을 겸비했다는 평가다. 오늘의 의장님이 있기까지 힘의 원천은 무엇이고, 어떤 정치인으로 남고 싶은지.

▲ 국회의장직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변화와 성과를 낼 수도 있고, 그냥 적당히 누리다 지나갈 수도 있는 자리다. 그런 점에서 저는 성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한다. 다당제 속 여소야대 국회의장으로서 책임감이 컸고, 헌법에 정해진 입법부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책임의식을 가지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아시겠지만, 지난 1년 대한민국 전체가 다이내믹한 기간을 보냈다.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 대통령 탄핵, 조기대선 등 국가적 어려움이 많았다. 국회가 국정운영의 한 축으로서 이런 국가적 위기사태를 슬기롭게 극복,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정권교체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저는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에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바라는 일이다. 나아가 개헌에 성공한 국회의장으로 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강병운 기자         강병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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