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 2018.10.16(화) 21:02
닫기
신동기 박사와 함께하는 <인문학으로 세상보기> 행복에 대하여 (4)

신동기 박사와 함께하는 /인문경영 작가&강사·경영학 박사

2018년 01월 04일(목) 17:59
에피쿠로스는 왜 정신적 쾌락만을 추구했을까? 그것은 바로 본인이 '나는 빵과 물만으로 생활할 때 몸에서 쾌락을 느낀다. 그리고 내가 사치스런 쾌락에 눈도 돌리지 않는 것은 쾌락 자체를 싫어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 쾌락에 따르는 불편함 때문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물질적 쾌락 또는 육체적 쾌락에는 거기에 상응하는 대가/비용/불편이라는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었다.



물질적·육체적 쾌락의 문제



물질적 쾌락 또는 육체적 쾌락을 향유하는데 그와 똑같은 무게의 고통을 치러야한다면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추가되는 순 쾌락은 아무것도 없게 된다.

즉 하루 노동으로 10만원을 벌어 그 돈으로 10만원어치 등심을 사먹었는데 그 미각의 '쾌락' 크기가 10만원을 벌기 위한 노동의 '고통' 크기와 같아 서로 상쇄되고 만다면, '쾌락' - '고통' = '0'이 된다. 이렇게 되면 결코 현명한 쾌락 추구가 아니다. 이런 현명하지 못한 물질적·육체적 쾌락의 문제를 간파한 이는 에피쿠로스에 그치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바이블인 '국부론'을 저술한 아담 스미스(1723-1790)도 '사실 쾌락도 때로는 회피되어야 할 대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그것이 쾌락이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라, 그런 쾌락을 향유하면 다른 더욱 큰 쾌락을 포기해야 되기 때문이거나, 또는 그것을 향유하게 되면 그 쾌락을 갈구하는 정도보다 더 많이 회피하려는 대상인 고통에 우리 자신을 노출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고통 역시 때로는 바람직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그것이 고통이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라, 그 고통을 감수함으로써 더 많은 고통을 회피할 수 있거나, 또는 훨씬 더 중요한 쾌락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박세일·민경국 공역, 애덤 스미스, 도덕감정론, 2010, 비봉출판사, 562-3면)라고 말해, '쾌락'(여기서의 쾌락은 물질적·육체적 쾌락에 한정된다. 정신적 쾌락은 해당되지 않는다)에는 언제나 '고통'이 함께함으로 무조건 '쾌락'을 추구하거나 무조건 '고통'을 회피할 수만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양의 에피쿠로스라 할 수 있는 양주(BC440?-BC360?)는 '물질을 가벼이 여기고 생명을 소중히 하라'(輕物重生)(박성규 옮김, 풍우란, 중국철학사 상, 2005, 까치, 217면)고 말했다. 물질을 가벼이 여기라고 말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물질에 너무 욕심을 내다보면 자연히 몸을 괴롭히게 되기 때문이었다.



양주가 생각한 여섯가지 쾌락



노장 사상에 영향을 미친 양주는 사람이 누리는 쾌락, 즉 욕망의 대상을 성(聲 좋은 소리)·색(色 좋은 색)·의(衣 좋은 옷)·향(香 좋은 냄새)·미(味 맛있는 음식)·실(室 좋은 집) 여섯 가지로 보았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삶을 좋은 것에서 안좋은 순서로 네 가지로 구분했다. 전생全生, 휴생虧生, 미생未生 그리고 박생迫生 순이었다.

전생(全生)은 앞의 여섯 가지 욕망이 적절하게 충족된 삶이다. 휴생(虧生)은 일부만 충족되는 삶, 미생(未生)은 죽는 것, 그리고 박생(迫生)은 여섯 가지 쾌락 그 어떤 것도 누리지 못하는 삶을 의미했다(박성규 옮김, 풍우란, 중국철학사 상, 2005, 까치, 225면 참조).

박생을 미생보다 뒤에 둔 것은 성·색·의·향·미·실 여섯 가지 쾌락을 조금도 향유할 수 없는 삶이라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의미이다. 사실 현실에서 사람이 성·색·의·향·미·실 여섯 가지 쾌락 중 어느 한 가지도 누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기 전에 이미 생존할 수가 없다.

양주는 물질적·육체적 쾌락을 추구하면서도 매우 이성적으로 추구한다. 쾌락을 얻기 위한 수단인 물질 확보에 지나치게 힘쓰다보면 몸이 상하고 생명이 단축되어, 살아 있는 동안 즐길 수 있는 쾌락의 생애 총량은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 양주의 생각이었다.

따라서 욕망을 자제하면서 여섯 가지 쾌락을 오랫동안 꾸준하게 즐길 수 있도록 사는 것이 양주가 생각한 가장 현명한 삶의 방식이었다.





※출처: 신동기 저 '오래된 책들의 생각'(2017, 아틀라스북스)
회사소개회원약관개인정보보호정책제휴문의광고문의기사제보웹메일청소년보호정책
대표전화 : 062) 720-1000팩스 : 062) 720-1080~2인터넷신문등록번호:광주 아-00185
회장:박철홍 / 대표이사 발행인·편집인:김선남 / 편집국장:정정용
[61234] 광주광역시 북구 제봉로 322 (중흥동) 삼산빌딩 이메일 : jndn@chol.com개인정보취급방침
*본 사이트의 게제된 모든 기사의 판권은 본사가 보유하며, 발행인의 사전 허가 없이는 기사와 사진의 무단 전재복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