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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광주·전남 만들자 <2> 반복되는 대형 화재

땜질식 처방·허술한 소방정책이 참화 부른다
충북 제천·경북 밀양 화재 수백명 인명피해
소방법 정비하면서 일반 중소형 병원 제외
관련 법규 개정이전 건축물 적용대상 안돼

2018년 01월 31일(수) 18:27
경남 밀양 요양병원 화재 여파에 대한 예방책으로 최근 광주시 북구 한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화재발생시 소화기 사용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김태규 기자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지 한 달여 만에 밀양 세종병원에서 또 다시 대형화재가 발생해 39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쳤다. 최근들어 병원과 요양시설, 스포츠센터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광주전남지역에서도 4년 전 인 2014년 장성 효사랑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불로 21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당했다.

인명피해를 동반한 대형화재가 터지고 나면 정부와 지자체는 늘상 대책을 발표한다. 관련 시설을 점검하고 다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규정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행정기관들의 이런 발표이후에도 유사한 형태의 화재는 다시 반복된다.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후진국형 대형 참사가 반복되는 실태과 원인을 점검해본다.







◇보여주기식 대응이 문제

정부와 지자체는 늘 그렇듯이 대형 화재가 발생하고 나서야 대책을 내놓는다. 화재가 발생한 것과 유사한 시설물에 대한 합동점검도 이뤄진다. 이에 맞춰 소방법에 대한 문제점을 들춰내고는 관련 법규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제천 스포츠센터와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이후 광주시와 전남도도 화재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민·관 합동점검을 시행하고 있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는 것은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는다기보다 화재피해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고 비난여론을 피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대응의 한계 때문일 것이다.

실제 지난 2014년 장성 요양병원 화재가 발생한 뒤 고령자 환자 안전강화를 위한 화재안전시설 및 인력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됐다. 당시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에서는 2015년부터 신규 요양병원에 한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아 '화재 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기존요양 병원은 오는 6월까지 설치하도록 유예했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일반 병원시설은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보여주기식 땜질 처방이 밀양화재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동안 개정 법률안, 시행령 등에 보완책을 끼워 넣었지만 개정이전의 건물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다.

지난 30일 소방기본법 개정안을 비롯해 도로교통법 개정안, 소방공사업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전문가들은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땜질식 처방이 아닌 사각지대가 없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방법규 현장서 무시되기 일쑤

인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소방시설 설치를 했어도 현장에서 무용지물 상태로 방치되는 것도 시급히 개선해야할 과제다.

최근 광주시가 다중이용시설 등 109곳을 대상으로 합동소방훈련 및 유관기관 합동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대상 34.9%에 해당하는 38곳이 소방법령 등 위반으로 적발됐다.

점검 결과 109곳 중 38곳에서 비상구를 폐쇄하거나 방화구획 훼손, 피난유도등 미설치 등 소방시설 불량 및 건축물 임의 증축 등 114건의 위법사항이 적발됐다. 분야별로는 피난설비 51건, 소화설비 24건, 경보설비 22건, 전기·가스·건축 17건 순이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에서 인명피해를 키웠던 비상구 폐쇄가 광주에서도 적발된 것이다.

광주시는 비상구를 폐쇄한 2곳에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방화구획 훼손, 건축물 임의 증축, 내부구조 변경 및 전기·가스시설이 불량한 14곳은 기관통보, 나머지(중복 포함)는 피난유도등 점등불량·감지기 탈락·스프링클러 헤드 불량 등 이 적발된 업소에 대해서는 원상복구 등 시정명령을 했다. 전남도 지난해 4,610곳 중 165개 업소를 적발해 이중 157건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또 8곳에 대해서는 기관통보처리 됐다.



◇강화된 소방법규 노후 건물은 제외

광주·전남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1만660건의 화재가 발생, 70명이 숨지고 359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또 같은 기간 다중이용업소에서만 69건의 화재가 발생됐다.

이처럼 다중이용시설에서 화재가 잇따르면서 소방법규가 강화되고 있지만 법개정 이전에 세워진 시설들은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화재의 초기진압에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스프링클러의 경우 (바닥면적 합계) 600㎡ 이상 시설물은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또 바닥면적 합계 600㎡ 미만이면 스프링클러 설비를 간소화한 간이스프링클러를 설치토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광주지역 4,879곳 중 총 1,343곳만이 스프링클러와 간이스프링클러를 설치해 놓은 상태다. 나머지 3,536곳은 스프링클러가 아예 설치되지 않은 채 화재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하지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이들 건축물들은 법안이 마련되기 전에 세워졌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정부는 최근 중소병원 등 스프링클러 시설을 강화한다는 의견을 냈다. 전문가들은 땜질식 법안을 마련할 것이 아니라 세밀한 법규개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자체 점검제도 실효성 논란

민간건축물에 대한 소방점검 제도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 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건축주가 점검업체를 선정하도록 돼 있다. 건축주가 점검업체를 선정하다 보니 제대로된 소방점검이 이뤄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부 건축주들은 소방점검업체에 허위공문서 작성까지 요구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가장 큰 원인은 솜방망이 처벌때문이다. 자체점검을 하지않았을땐 1년이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된다. 자체점검을 하고도 1달이내 보고가 누락될 경우에는 50만원(1달기준), 허위보고 적발시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렇게 가벼운 처벌조항 때문에 일부 건축주들은 소방시설을 정비하는 것 보다 과태료가 저렴하다는 생각에 소방설비 정비를 미루고 있다. 공동주택에 대한 소방점검은 더 허술하다. 아파트의 경우 검사를 위해 자택을 방문하더라도 개인프라이버시 등의 이유로 문을 열어주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강제로 점검을 할 수도 없어 점검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 의견

백은선 동신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58)는 "대형 화재참사 예방책으로 소방법 개정이 능사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백 교수는 "1985년 개정된 소방법은 이후 여러 차례 개정됐지만, 개정 이전에 설치된 건축물은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건축물을 세우고 나서야 소방시설기준이 적용된다"면서 "소방시설설치기준 여부도 건축허가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요즘 정부에서도 스프링클러 의무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지만, 천정공간이 7.6m정도 나와야 스프링클러 배관을 설치가 가능한데 기존건물들 중에서도 해당되지 않은 곳도 많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법률 등 하드적인 면을 개정하는 것은 한계가 따르지만, 방화성능이 뛰어난 방화구획시설비 등의 대안책을 모색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체 점검업체도 건물주가 선정하는 것 보다 소방협회 등 유관기관에서 선정토록 하는 등 허점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면서 "독서실과 고시원 등지의 경우도 화재에 취약해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나라 기자          이나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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