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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는 악랄한 범죄행위다

정 정 용 논설실장

2018년 02월 04일(일) 17:10
요즘 공기업 및 은행들의 채용비리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정부와 금감원이 이들을 대상으로 채용비리가 있었는지 점검을 해봤더니 점검 대상의 무려 90% 기관에서 채용관련 불법·편법 지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정 채용을 하는 기관은 오히려 바보가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올 지경이니 암담하기까지 하다.

채용비리는 이력서를 수백개씩 들고 이리저리 일자리를 찾아 다니는 청년들의 사기를 송두리째 꺾어 버린다. 이에 역대 정부는 수시로 채용비리를 점검해 왔다지만 좀처럼 개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도대체 어찌해야 근절될지 암담할 지경이다.

채용비리의 백태를 보면 근절은 커녕 오히려 진화하는 느낌이다. 정원을 늘리거나 점수를 인위적으로 높여 합격시키는 방식은 이젠 옛 방식이다. 특정인을 취업시키기 위한 '신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특히 청년층 선망의 대상인 금융기관의 경우, 특정인을 합격시키기 위해 고위 인사의 지시로 갑자기 위원회를 개최, 없어졌던 채용이 살아나는 일까지 발생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채용비리 행태 오히려 진화



면접 위원을 내부인으로만 편성하거나 특정인을 위한 단독 면접을 하는가 하면 서류전형에서 꼴찌로 붙은 사외이사 자녀가 임원면접에서 최고 등급을 받기도 했다. 한 은행은 명문대 출신 지원자 7명이 불합격 대상임에도 임원 면접점수를 임의로 올려 합격 처리했다. 이 때문에 다른 대학 출신 지원자 7명은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분노가 치민다.

공기업들도 판박이다. 모 공기업은 고위 인사의 지시로 특정인을 합격자로 내정한 후 채용 절차는 형식적으로 진행됐다. 결국 내정자를 제외한 나머지 수험생들은 들러리 섬으로써 이중의 사기를 당한 셈이다. 심지어 면접 위원이 아닌 고위 인사가 면접장에 들어와 특정인에게 유리한 질의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니 유구무언이다. 우리지역 공기업이나 금융권도 예외가 없다. 광주은행은 지난 2015년 신입행원 채용 비리가 적발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광주은행은 이와관련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방지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으나 사후약방문이다.

지역의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달 말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조 전직 간부가 취업사기 혐의로 고발장이 접수돼 경찰이 조사 중이다. 기아차는 지난 2004년과 2014년에도 광주공장 노조간부 등이 연루된 대규모 채용비리로 홍역을 치른바 있다. 이밖에 강진의료원과 전남복지재단도 채용비리에 적발돼 징계를 받았다. 일일히 열거하기도 힘들다.

현재 청년 일자리는 사상 최악이다. 정부가 각종 대책들을 내놓으며 일자리 창출을 독려는 하고 있으나 백약이 무효이다. 특히 청년 일자리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통계청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9%에 달했다. 청년층 실업자 수도 43만5천명으로 실업률과 실업자 수 모두 실업률 작성을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이같은 취업절벽 앞에선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췄다는 취준생들이라도 희망을 품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드러난 공공기관이나 시중은행들의 채용비리는 '청년들의 꿈'을 꺾는 범죄행위나 다름 아니다. 지금도 수많은 젊은 구직자들이 어려운 취업 문을 두드리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채용비리를 바라보는 취업준비생들의 자괴감이 얼마나 클지 이해하고 남는다.



전수조사로 비리 밝혀 내야



채용비리는 단속만 했다하면 어김없이 터져 나온다. 특히 소위 '신의 직장'이라 불리우는 공기업이나 금융기관은 채용비리의 온상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공정사회와 공정경쟁을 내세우는 정부인 만큼, 청년들을 울리는 채용비리를 어물쩍 넘어가선 안되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5년간 채용비리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으나 빙산의 일각이 돼선 안된다. 수사기관 역시 연루자들을 철저히 가려내 엄벌, 채용비리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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