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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기 박사와 함께하는 <인문학으로 세상보기> 행복에 대하여(8)
2018년 02월 08일(목) 17:50
공자는 '유익한 벗이 셋이니, 올곧은 벗, 성실한 벗 그리고 아는 것이 많은 벗이다'(논어3권, 2003, 학민문화사, 286면)라고 말했다.

에피쿠로스에게 있어 철학을 가진 벗들 역시 구체적으로 '올 곧고 성실하고 아는 것이 많은' 공자의 유익한 벗의 정의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바로 철학, 덕 또는 교양을 갖춘 벗들이다.

빵과 물 등 최소한의 물질적 조건에 만족하면서 은일한 생활 속에서 철학이나 덕 또는 교양을 갖춘 소수의 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 그것이 바로 에피쿠로스의 정신적 쾌락이다.



철학·덕·교양을 갖춘 벗들



당나라 때 문장가였던 한유(768-824)는 '취증장비서(醉贈張秘書)'란 시에서 다음과 같이 읊고 있다.

'사람들이 모두 내게 술을 권했지만/ 나는 못들은 척 했네/ 하지만 오늘 그대 집에 와서는/ 술 청해 그대에게 술을 권하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 나도 글을 할 줄 알기 때문이지/…중략…/장안의 수많은 부잣집 자제들은/ 큰 쟁반에 산해진미 늘여놓고 술을 마시지만/ 글 하는 즐거움은 모르고 술에 취하고/ 여인들과의 희롱에만 취할 뿐이라네/ 잠깐의 향락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모기떼가 모여 노는 것과 진배없다네.'(황견 엮음, 고문진보 전집, 2004, 을유문화사, 226-230면)

은일한 삶, 술과 소찬, 격조 높은 대화 그리고 친구로 이루어진 즐거운 삶을 노래하고 있다.

에피쿠로스의 정신적 쾌락 아타락시아는 위진남북조 시대(221-589) 청담(淸談)을 즐겼던 죽림칠현(竹林七賢)의 삶과 닮았다. 은일한 삶이 그렇고 가까운 소수의 벗들과 대화를 즐기는 삶이 그렇다.

그러나 차이도 있다. 에피쿠로스의 충실한 후계자인 시인 루크레티우스(BC94?-BC55?)가 그리스인 중 최초로 종교에 도전한 사람이 바로 에피쿠로스라고 자신의 시에서 읊고 있는 것처럼, 에피쿠로스는 새로운 행복론인 자신의 아타락시아를 세상으로부터의 도피에서 찾은 것이 아니라 기성 권위에 대한 도전과 극복에서 가져왔다.

즉 물질이 아닌 정신을 추구하고 번다한 교류보다 몇몇의 소중한 우정을 중요시하는 아타락시아는 소극적 행복론이 아닌 자기 철학과 이성에 기반한 적극적 행복론이었다.



괜찮은 삶은 이렇게 사는 것



오늘날 분업과 협업으로 모두가,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는 자본주의 환경에서 에피쿠로스 행복론을 원형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생각키 어렵다. 그러나 응용할 여지는 크다.

생애 전체를 기준으로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좋은 삶일까를 고민해 볼 때, 생각의 시간과 자기 철학을 갖고, 물질 소비와 생산에 종사하는 시간을 함께 줄이고, 가족 그리고 몇몇의 좋은 친구들과 깊은 이성적 대화를 즐기면서 함께 사는 것은 분명 괜찮은 삶이다.





/인문경영 작가&강사·경영학 박사

※출처: 신동기 저 '오래된 책들의 생각'(2017, 아틀라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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