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기만 꼿아도 당선된다는 말이 회자되던 시절이 있었다. 아니 수십년 동안 지역에서 치러진 모든 선거에서 당연스레 통용되던 자조섞인 말 이었다. 70년대 말 김대중 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출현 하면서 그가 만들거나 몸담은 정당에 무조건(?) 표를 몰아주는 투표 행태가 이같은 말을 만들어 냈다. 그러다 보니 지역의 정치 생태계는 건강함을 잃어버린채 한쪽으로 치우쳐 왔다. 정치 지망생들의 눈은 언제나 특정당에 가 있었고, 그 특정당 예선이 곧 본선이 돼 버리는 불공정 관행이 계속돼 왔다. 각 정당별 예선을 거쳐 선출된 후보들이 그 인물됨과 정책비전을 가지고 본선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기 보다는 특정당 공천만을 위해 몸부림 치는 특이한(?) 행태가 지속 돼 온 것이다.



유권자 선택권 사실상 박탈



유권자의 선택권은 사실상 박탈 됐으며, 공천권을 쥔 정당 지도부의 선택과 이른바 전략공천이라는 미명하의 강요 만이 선거판을 독식 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선거는 항상 싱겁게 끝났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특정당 공천 까지는 뜨거운 가마솥 이었으나 공천만 끝나면 분위기는 싹 식어버리는 이상 현상이 계속돼 왔다. 선택권자와 피선택권자가 뒤바뀐,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마치 관행처럼 이어져 온 것이다. 지역 유권자는 맘에 들지 않는 후보를 놓고도 특정당이 공천 했다는 이유만으로 찍어야(?)하는 일 또한 비일비재 했다. 그나마 이같은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 19대 총선 부터다. 김대중 이라는 정치적 구심점이 사라진 이후 호남정치에 대한 우려와 특정당 독식에 대한 불만이 새로운 정치 갈망으로 표출 됐으며, 그렇게 해서 탄생된 정당이 국민의당 이었다. 오랫동안 고착화된 지역1당에 대한 불만과 염증이 민의로 분출 됐으며, 생긴지 채 1년이 안된 신생정당에 표를 몰아 주는 계기가 됐다. 이유는 간단 했다. 이제 우리지역도 특정당의 불모를 떨쳐내고 공정한 경쟁을 통한 후보자를 스스로 선택 하고 싶다는 것 이었다. 그런 의미로 탄생된 국민의당이 지역민 의사와는 상관 없이 그들만의 이해 관계에 따라 분화 했다. 이름하여 민평당, 바른미래당이 그들이다. 통합파의 경우 전국정당화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지역민심은 수긍하기 어렵다. 추구하는바 정체성이 다를 뿐만 아니라 민심을 거스르고 당을 깨면서 까지 통합을 서둘러야 했는지 이해가 안가기 때문이다. 어쨌든 좋다. 명분은 항상 그럴싸 하니까 말이다. 아울러 지역민들의 선택권 또한 넓어 졌으니 그 또한 좋은 일이다. 이제 지역민들은 모처럼 폭 넓은 선택권을 행사해 볼 요량이다. 각당의 공천과정을 지켜보고 선출된 후보를 꼼꼼히 따져본뒤 지역에 필요한 인물을 선택하면 된다. 그러나 또다시 듣고 싶지 않은 얘기들이 들려온다. 그사이 선거때 마다 계속 돼온 선택의 강요다. 앞전 지방선거에서도 그랬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에서도 그랬다. 정당의 편의에 따라 지역민 여론과 상관 없는 인사를 '전략공천'이라는 미명하에 낙하산 공천 해놓고 찍으라고 강요하는 행태 말이다. 그것도 지역민심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고 '다시는 안하겠다'고 반성문(?)을 수없이 쓴 바로 그당, 민주당이 또다시 민의를 거스르려 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지난 총선과 광주시장 선거, 그리고 지난해 대통령선거 초반까지 지역민으로부터 어떤 질책을 받았는지 벌써 잊었는지 묻고 싶다.



지역민심 무시행위 용납안돼



문재인 민주정부 성공을 바라는 지역민의 지지를 마치 자신들에 대한 예전의 맹목적 지지로 착각하고 있는건 아닌지 또한 의심스럽다. 집권 했다고 지역민을 무시하는 예전의 못된 행태를 되풀이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지역민은 정당한 선택권을 행사하고 싶다. 공정한 기준과 경쟁을 통해 선출된 후보를 다른당 후보와 비교해 진정한 지역 일꾼을 뽑고 싶다. 예전처럼 무조건적인 선택을 강요 받는 횡포를 용납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민심은 봄 바람속 아지랑이 처럼 변한다. 지금의 지지가 지방선거까지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민주당은 명분없는 '전략공천'으로 민심을 거스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이 정부의 성공도 보장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