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여행기행> 스페인 카탈루냐 분리독립운동





한 국가 안에 살면서 서로 다른 역사적 배경이나 문화, 언어의 차이 때문에 독립을 외치는 도시들이 많다. 스페인의 카탈루냐 캐나다 퀘백, 터키의 쿠르드족이 대표적이다. 자치권을 행사하면서 이들 도시들은 독립에 대한 열망이 강해 분리독립을 요구한다. 지난해 주민투표후 독립을 선언할 정도로 스페인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카탈류냐 지방의 독립움직임과 자치운영실태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글·사진 김성후 동신대 교수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 확대를 넘어선 독립열망은 웬일일까?

역사적으로 독립적이면서 민족적 정체성 유지

부자지역으로 스페인 국민총생산과 세수 20% 차지

부당한 대우와 차별에 독립으로 민족감정 표출

카탈루냐의 특수성과 민족적 자긍심이 빚어낸 독립열망



스페인(Spain)은 영어 이름이고 그들은 스스로를 에스파냐(Espana)라고 부른다. 또는 이베리아(Iberia)라고도 하는데 이는 에스파냐의 옛 이름으로서 지금은 거의 통용되지 않는다. 단지 ‘이베리아’는 스페인이 위치한 유럽 서남부의 이베리안 반도라는 이름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스페인은 북쪽으로 피레네 산맥을 경계로 프랑스와 인접하고 포르투갈 동서로 경계를 이루고 있는데 이베리아 반도에는 이들 두 나라가 있다.

스페인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숫자인 17개의 광역자치지역이 있는데 이들 광역자치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강한 지역성을 보여주고 있다. 즉, 광역권에서 자치주의의 특징이 뚜렷하다. 이런 지역성이 강한 지역은 카탈루냐, 바스크, 갈리시아인데 이들 지역에선 시위와 입법투쟁, 심지어 테러 등을 통해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으며 갈등이 내연하고 있다. 독립을 강력히 요구하는 지역은 중앙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세계뉴스 가운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자치나 독립을 요구하는 지역이 여럿인 유럽중에서도 카탈루냐의 독립에 관한 뉴스이다. 카탈루냐는 유럽연합도 오래 전에 출범하여 전 유럽이 통합을 지향하고 있는데 왜 독립을 추구할까? 시대에 역행하는 움직임이 아닌가?

이런 거센 저항과 분리운동엔 그만한 역사적, 문화적, 정치적 이유가 도사리고 있다. 스페인은 인종과 민족구성이 다양하고 오늘의 스페인이 되기까지 복잡한 역사적 과정을 거쳐왔다. 스페인은 가나안에 살았던 페니키아인이 최초로 식민지를 건설하였고, 카르타고인, 서고트족, 이슬람교도들이 연이어 제패했다. 마지막으로 기독교의 부흥에 따라 711-1492년까지 800년을 지배했던 이슬람세력을 몰아내고 기독교 왕국이 여럿 생겨났다.

‘엿먹어라 바르셀로나 영광스런 에스파냐’의 낙서를 반대로

이슬람교도들을 추방하고 기독교 소왕국의 하나가 되었던 카탈루냐는 지중해무역으로 번성하고 정치적으로 민주주의를 일찍이 달성하였다. 이로 인해 이 지역은 민족적 자긍심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카탈루냐가 자치권 확대를 넘어 독립을 추구한 이유는 이 지역이 역사적으로 독립적이었으며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인구도 1000만이나 되며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서 언어와 문화적 정체성까지 스페인과는 구별된다. 예를 들어 출구(exit)를 표시하는 안내판도 스페인어는 sortida도 카탈루냐어는 salida로 동시에 표시되어 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에서는 일반건물에 salida로만 표시된 곳이 많았다.

카탈루냐인들이 독립을 쟁취하기를 원하는 것은 프랑코 독재시절에 극에 달했던 오랜 탄압, 민족적 자긍심, 그리고 문화적 정체성보다는 경제적 이유가 거론되고 있다. 부자지역인 카탈루냐는 스페인 국민총생산과 세수의 20%를 차지하지만 국가균형발전을 담당해야 하는 중앙정부는 반만 돌려주고 있다. 이런 부당한 대우와 차별에 그들은 독립으로 민족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일리가 있지만 중앙정부도 주변의 강대국도 허용할 수 없으니 갈등은 계속 내연할 수밖에 없다.

이 곳이 독립하면 유럽의 분리독립 분쟁지역이 연달아 기세를 올릴 것이고 이에 따라 통합을 지향해 온 유럽연합에도 치명타를 가하게 된다. 그나마 카타르시스 역할을 해주는 사회문화적 기제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축구경기이다. 이 축구경기도 총성이 없지만 패권을 다투는 양지역간 전쟁이나 다름없어 그 열기가 대단하고 요란할 수밖에 없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가장 위대한 인류의 조약이 유럽연합을 출범시킨 마스트리히트 조약이다. 각국 통화의 단일화와 유럽의회 및 정부를 출범시키는 작업은 얼마나 지난한 일이겠는가. 그래서 필자는 감히 신의 작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여간 유럽은 통합조약을 통해 부흥을 꽤했으며 제3의 경제권을 형성하여 구겨진 역사적 자존심을 회복하였다.

‘엿먹어라 바르셀로나 영광스런 에스파냐’의 낙서를 반대로

갈등이 내연하는 카탈루냐를 다시 찾다



필자가 작년 7월에 이어 금년 1월에 바르셀로나를 포함하여 4개 주(또는 ‘도’로 불림)로 구성된 카탈루냐 광역자치권의 중심도시인 바르셀로나를 재방문했다. 작년 방문 이후에 카탈루냐 지방은 독립 쟁취를 위한 국민투표 부의로 인해 중앙정부 및 독립반대파 일부 주민 간에 벌어진 갈등과 분열은 전 세계의 관심을 모았었다. 그래서 이 번 방문 시에는 그 갈등의 흔적들을 찾고자 했다. 부연하자면, 독립 쟁취를 위해 입법투쟁을 하다가 지방정부의 지도층이 와해된 카탈루냐에서는 어떻게 갈등이 내연하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스페인은 여러모로 흥미가 있는 국가이다. 우리나라와 비교하여 비슷한 점이 몇 가지 있다. 인구는 4,900만명으로서 우리나라와 비슷하고 일인당 국민소득도 비슷하다. 수도 마드리는 국토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어 이것도 비슷하다. 유럽대륙의 서남부에 위치하여 중심에서 떨어져 있는데 우리나라가 아시아대륙의 동북부에 위치한 것과 비견된다.

그러나 면적은 남한의 5배로서 국토는 넓은 편이다. 산도 많아 산지가 전국토의 1/3이나 된다. 높은 산도 많아 우리나라보다 따뜻한 지역이지만 겨울에 설산을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다. 남부지역인 안달루시아 주에서도 3,000미터가 넘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이 뻗어 있어 정상 일대는 겨우 내내 녹지 않고 설경을 이룬다. 북쪽으로 프랑스와 국경을 이루는 피레네산맥은 더욱 험준하니 겨울 설산의 장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한편, 국토는 넓어도 우리나라만큼 신록이 사방에 우거지지 않고 반 건조지역이 넓게 분포한다. 그런 척박한 땅에서는 포도주 병마개용 코르크 참나무와 식품인 올리브 나무가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현장에서 올리브 농장이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에 드넓게 분포하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올리브 주산지로서의 풍광이 일품이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