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지난 19일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이로써 이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 구속 영장이 청구된 전직 대통령이 됐다. 전직 대통령이 다시 구속 위기에 처한 것은 헌정사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이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한 지 닷새 만이다. 영장에 적시된 이 전 대통령의 혐의는 12개 안팎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금명간 영장실질심사를 열어, 발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것은 여러 요소를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우선 뇌물수수액이 110억 원대에 달할 정도로 혐의가 중한데도 이 전 대통령이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듯하다. 여기에 이미 구속된 김백준씨 등 다른 공범들과의 형평성도 고려한 듯하다.

우리의 형사법은 범행의 최종적 지시자이자 수혜자에게 더 큰 책임을 묻는 것을 원칙으로 해 왔다. 이 전 대통령의 혐의들이 박 전 대통령 혐의와 비교해도 양과 질에서 가볍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듯 하다. 검찰 판단이야 법리적 판단이 우선이겠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원은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 의견을 충분히 듣고 흔들림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특히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 전 대통령 측이나 검찰 모두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