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법이 야당의 반대로 처리되지 않음으로서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의 개헌 동시 투표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 야당이 드루킹 사건을 문제삼아 국회를 보이콧했기 때문이다. 6월 지방선거에서의 개헌은 지난 대선에서 여야 모두의 공통 공약이었던 터라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나 다름아니다.

중앙선관위는 개헌안 투표일 전 50일인 4월 23일까지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공포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속칭 '드루킹' 여론 조작 댓글 사건 등으로 4월 임시국회가 파행을 빚어 국민투표법 개정 시한을 넘기게 됐다. 이로써 6월 지방선거에서의 국민투표는 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개헌이다. 국민투표법 개정은 6월 개헌을 목표로 하는 정치 일정 때문에 당면 현안으로 부상한 바 있다. 하지만 개헌 시기와 권력구조 등 핵심 쟁점을 놓고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한 치 양보도 없이 대치해 왔다. 여기에 드루킹 문제를 놓고 여야간 정치협상도 공전을 거듭해 왔다.

개헌은 지난 대선 당시 여야 공통의 공약 사항이었다. 지난 1987년 이후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개헌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드루킹 문제를 개헌과 연계시키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고 볼 수 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여야가 한발씩 물러나는 것이 실마리를 찾는 해법이다. 여당은 드루킹 문제에 대한 특검 수용을 적극 검토하고 야당은 개헌 협상에 나서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 본다. 현재 개헌을 추진하지 못한다면 동력이 상실돼 어려워진다는 점을 여야는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