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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팝니다…작은 책방의 변신

음식·음료·빈티지 곁들인 복합 문화 공간 '지음책방'
책 고르기부터 결제까지 나 홀로 무인 서점 '연지책방'

2018년 05월 03일(목) 18:27
소설, 시집, 잡지, 미술, 만화책 등 약 6,000권의 책이 있는 '지음책방' 내부.
광주에는 약 13개의 작은 책방이 있다. 송정역시장에 있는 영화와 맥주, 독서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인생가게', 쥬얼리 숍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양림동 '메이드 인 아날로그', 독서모임과 시낭독회가 열리는 '검은책방 흰책방' 등 각각의 특색을 가진 책방이 자리한다. 최근에는 방송 작가 3명이 모여 만든 '삼삼한책방'도 생겨났다. 이 책방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교류를 하고, 북페스티벌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광주시민이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책방들은 책을 파는 곳에서 문화를 파는 곳으로 바뀌어 가고 있으며, 종이 책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동명동 한 켠에 위치한 '타인의 책 지음책방'에서는 6,000권이 넘는 책과 음식, 음료, 빈티지 소품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이곳은 김정국 대표(47)가 대학생이던 1991년부터 모아온 책으로 꾸며졌다.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한 김 대표는 도서관에 반입이 불가능한 커피와 독서 중 밖으로 나가 식사를 해야 하는 불편함을 느꼈다. 이런 경험을 살려 책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소통하며 음료와 식사를 곁들일 수 있는 공간을 탄생시켰다.

저녁 시간을 넘긴 시각, 20대 젊은 여성 두 명이 책방을 방문했다. 아직은 낯선 듯, 조심스레 음료를 주문하고 책을 봐도 되는지 동의를 구했다. 김 대표는 손님 취향에 맞는 책을 추천해주기도 하고, 작가와 책에 대한 설명도 함께 곁들여 이해를 도왔다. 두 여성은 바로 아래 '타인의 책'에 들러 구하기 힘든 오래된 서적과 미술 서적을 보기도 했다.

'지음'이라는 이름 그대로 책지음·시지음·밥지음·함께지음을 통해 소중한 친구가 되기 위한 노력을 쉬지 않고 있다.

책을 쓰고 읽는 책지음, 시를 짓고 낭송하는 시지음, 책 속에 나오는 요리를 같이 먹으며 토론하는 밥지음, 동네 주민들과 교류할 수 있는 함께지음의 카테고리로 운영된다.

특히, 밥지음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어서 먹어봄으로써 책 속의 상황을 간접 경험해 볼 수 있다. 또, 함께지음은 근대 문화를 간직한 동명동답게 플리마켓과 함께 공방을 소개하고, 아이가 책과 친해질 수 있는 책방육아, 인간의 성에 대해 토론하는 등 복합 문화 공간으로 성장하고 있다.

서울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던 김 대표는 건강 악화로 부인이 있던 광주로 내려와 책방을 차리게 됐다. 그동안 여행을 다니며 모은 빈티지 접시와 찻잔, 소품 등으로 책방을 꾸린 김 대표 부부는 별도의 준비 없이 있는 것만을 가지고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아내가 좋아하던 예쁜 그릇에 두 부부가 먹기 위해 만든 음식을 그대로 판매하는 것 또한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지음책방이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책 판매에 있다. 매년 주제를 정해 한 가지의 책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는 페미니즘을 다룬 책을 중심으로 김 대표가 미리 읽어보고 추천해주고 싶은 책을 소개하고 판매한다. 보통 일반 서점에서 구하기 힘든 책들이 대부분이며, 판매가 끝나고 난 후에는 1 권 씩 여분을 남겨 방문 손님들이 볼 수 있도록 배려한다.

김정국 대표는 "독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활동이지만 세상과 어우러지기 위해 하는 것이다"며 "이는 진짜 나에 대해 이해하기 위한 방법인데, 지음책방을 매개로 전혀 모르는 사람과 책에 대해 교류하면서 나를 알아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용봉동에는 24시간 문이 굳건히 잠겨 있는 빨간 건물이 있다. 밖에서 보기엔 잠시 영업을 정지한 가게 느낌이 든다. 가끔 힐끗 거리는 사람은 있으나, 선뜻 문을 열고 들어갈 용기를 보이지는 않는다.

이곳 '연지책방'은 회원들만 이용 가능한 무인 책방으로, 사전에 회원가입을 통해 비밀번호를 발급받을 수 있다.

직접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 연지책방은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적막하다. 아무도 없이 나 혼자 있다는 생각에 오로지 책에만 집중하기 안성맞춤이다. 깨끗하게 정돈된 책방은 사람이 다녀간 흔적도 찾아볼 수 없어 마치 개인 책방 같은 느낌도 들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차분히 책을 고른 뒤에는 무인계산대로 가 직접 결제까지 마칠 수 있다.

책의 시작점인 '연필과 지우개'를 뜻하는 연지책방은 원래 평범한 유인 책방이었으나, 녹록치 않은 현실에 폐업 위기를 맞았다. 우연히 무인편의점에 관한 기사를 접한 민승원 대표는 2달 간의 준비를 거쳐 무인서점으로 재 개점했다.

그러나 준비과정 또한 쉽지 만은 않았다. 서점용 무인 계산 소프트웨어가 없어 직접 프로그래밍을 공부해 제작했으나, 수시로 발생하는 오류에 하루에 수 차례 씩 책방을 오가야했다. 무인 서점 운영 방식을 가게 방치로 오해하는 시선 또한 만만치 않았다.

이곳엔 개인이 출판한 독립출판물과 소형출판사의 책을 중심으로 약 130여 종이 있다. 대형서점에서는 보기 힘든 책과 독특한 내용의 좋은 책들을 만나볼 수 있어 회원들의 만족도도 높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만큼, 회원들의 취향에 맞는 책을 1권씩 들여놔 책의 순환률도 좋은 편이다.

이렇다 보니 회원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여유롭게 책방을 둘러보고 접하기 힘든 책을 볼 수 있어 구매하는 과정 자체가 힐링이라며 한 달 평균 약 200명의 회원이 방문한다.

무인이라는 특성상 책 분실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현재까지 도난사건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유동 인구가 많은 시끌시끌한 서점이 싫다면, 오로지 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연지책방에 들러보는 걸 추천한다.
/이보람 기자         이보람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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