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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신라 도읍지 경주

삼국통일 위업, 석굴암·불국사 자신감으로

2018년 05월 05일(토) 12:34
석가탑과 다보탑이 마주보고 있는 불국사 전경.
“우리나라엔 나라가 몇 개 있을까요?”
무슨 뚱딴지같은 질문이지라며 저를 쳐다봅니다. 우리나라에 나라가 몇 개라니? 이어 우리나라 지도를 머릿속에 그려보게 합니다. 그 지도 안에는 나라가 몇 개 있지요? 남쪽의 대한민국과 북쪽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있습니다. 분명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남쪽만 차지하고 있는데, 나라지도는 북한까지 포함해 그리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북쪽의 조선과 남쪽의 한국은 한 나라였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 일제강점기에도 한 나라였고, 그 전의 조선, 그 전의 고려 때도 하나의 나라였지요.
한반도 전체가 하나의 단일 공동체라는 계기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면서 비롯되었습니다. 물론 지금과 같은 온전한 한반도는 아니었지만, 한반도에 나뉘었던 몇 개의 나라들이 하나의 나라로 통일이 되고부터 한반도는 하나의 나라로 인식되었습니다. 신라의 삼국통일로 말미암아 한반도 사람들이 한 국가를 이뤘고, 한반도에 국가가 생기기 전으로까지 역사를 소급해 단일민족이라는 공동체로 묶게 됩니다. 신라 삼국통일의 의의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반도에 최초의 공동체 의식이 생기고, 한 국가가 된 것. 한반도를 최초로 통일한 신라. 그 도읍지 경주로 길을 떠납니다.


삼국사기 기록으론 신라는 기원전 57년에 건국되어 935년에 고려에 합병되는 천년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천년 동안 고대왕국의 도읍지가 경주입니다. 천년 왕도는 세계역사에서도 손에 꼽히는 기록이기에 신라 도읍지였던 구도심 유적이 세계유산이고, 외곽의 불국사와 석굴암이 묶여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경주 역사여행은 곧 세계 속의 문화유산을 보러 떠나는 여행길입니다.
경주 3종셋트라는 경주 방문기념품이 있습니다. ‘3종셋트’라는 말이 모방송에서 유행하던 즈음부터 차용해 쓰던 걸로 기억되는데, 경주를 상징하는 유물을 모형으로 만들어 세 개 골라 넣어 3종셋트 3천원이라는 매직글씨 광고로 방문지 곳곳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석가탑, 다보탑, 석굴암부처님, 첨성대, 에밀레종.
경주방문 대표 기념품 다섯이 첨성대 빼고 모두 불교와 관련이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역사여행길에 오르면 사회교과서 언급을 종종합니다. 5학년 2학기 사회, 삼국시대 설명중 ‘삼국은 불교를 받아들여 왕권을 강화했다’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불교를 받아들여 어떻게 왕권을 강화했을까요?
삼국시대는 지배계급인 왕과 왕을 둘러싼 세력들이 영토를 넓히기 위해 노력했던 때입니다. 백성들의 생각을 통일할 수 있는 힘으로 모든 부족이 공동으로 떠받드는 아주 강한 신이 필요했습니다. 이때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들어온 석가모니의 가르침, 즉 불교가 들어왔고, 강력한 힘의 뒷받침이 필요했던 삼국의 왕권과 결합되어 발전해 갑니다.
삼국시대의 왕은 백성들의 뜻을 한데 모을 수 있는 힘이 센 자리에 ‘부처님’을 넣었고, 부처님의 가르침은 곧 왕권을 뜻했습니다. ‘나는 이전 많은 생을 착한 업을 쌓아 이생에 왕으로 자리했고, 나의 말을 잘 듣는다면 너희또한 다음 생엔 왕으로 태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삼국을 하나로 통일한 신라는 불교를 더 숭상하게 되었고, 통일신라 전성기에는 훌륭한 불교 예술품이 많이 나왔습니다. 힘을 상징하는 멋진 기념물을 만들어 백성들이 우러러보게 했고, 왕을 중심으로 한 삼국의 지배계급은 이런 일에 후원자가 되어 많은 불교 건축물을 만들었습니다. 그 흔적이 바로 경주에서 모형으로 판매되고 있는 기념품인 석가탑, 다보탑, 석굴암불상, 에밀레종입니다.
누가 뭐래도 경주 역사여행 일번지는 불국사입니다. 경주를 안 가 본 사람은 있지만, 경주를 갔음에도 불국사를 안 가 본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부처 불(佛)에 나라 국(國), 불국사는 부처님 나라를 현세상에 구현해 놓은 것입니다.
유교경전에 나와 있는 선행과 관련된 말을 건물로 만들어 보려는 기획이나, 성경 말씀에 보이는 가르침을 눈에 보이게 만들어 보라고 했을 때 어떤 디자인이 나올까요?
불국사는 불교의 진리라고 글로 쓰여진 말을 눈으로 보게 표현해 놓은 창작품입니다. 단단한 화강암을 밀가루 반죽 주무르듯 깎고 다듬어 짜맞춰 단을 만들고, 부처님 세계로 오르는 다리를 만들고, 그 위에 피안의 세계를 상징하는 건물을 올렸습니다.
“우와!”
불국사 초입 석축길 따라 돌다가 경내로 들어서서 다보탑과 석가탑을 처음 만난 친구들은 탄성을 내뱉습니다. 탑의 구조나 역사적 연원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냥 입에서 나오는 감탄입니다. 십원짜리 동전에서 보아왔던 익숙한 그림이 눈앞에 펼쳐지는 반가움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도 됩니다.
세상에 우리와 같은 몸으로 태어나 생과 사를 경험한 석가모니 부처님을 상징하는 석가탑은 단정함 그 자체로 묘사되어 있고, 석가모니 부처님이 세상에 태어나리라는 예언과 함께 석가모니 말에 맞장구를 치는 다보 부처님은 다보탑의 형상으로 수많음 보석을 몸에 걸치고 있는 모습으로 불국사를 경주 역사여행 일번지로 만듭니다.
아이들과 함께 경주를 방문하면 저는 불국사는 꼭 갑니다만 불국사와 함께 짝을 이루는 석굴암은 잘 찾지를 않습니다. 토함산 굽이굽이 돌아 주차장에 주차하고, 20여분을 산길을 걸어 석굴암 부처님을 보고 다시 돌아 나와 주차장에 이를 즈음. 한 아이가 묻더군요. “선생님, 석굴암 언제 도착해요?”
석굴암은 그렇게 숨겨져 있고, 무수한 사람들을 맞이하기엔 많이 아파 있습니다. 신라의 자랑이었겠지만, 고려를 넘어 조선의 숭유억불 5백년의 시절 누구도 찾지 않는 퇴락의 시대를 지내다 일제강점기 어느 날 우연히 발견이 되고, 일본인들의 손에 신라사람들의 전통과학은 무시되며 다시 짜맞추기 되면서 불상에 이끼가 끼고 세척 보수 등을 거치다가 이제는 후손들을 위해 석굴을 콘크리트로 덧씌우는 응급처치 상태입니다.
영국인들이 ‘세익스피어와 인도를 바꾸지 않겠다’는 말로 세익스피어의 위대함을 묘사하는 말이 있지요.
"석굴암은 우리나라 오천년의 문화유산이 모두 없어지고, 석굴암 하나만 남는다 하더라도 우리민족의 문화적 자긍심은 손상되지 않을것이다"라는 유홍준 교수의 말을 인용합니다.
삼국유사에 전하는 이야기론 석굴암과 불국사는 재상 김대성이 가난했던 전생의 부모님과 전생의 선업으로 다시 태어난 이생의 부모님을 위해 각각 지었다고 전해집니다. 국가의 재상이 주축이 되어 벌인 범국가적인 사업으로 8세기 삼국을 통일한 자신감의 표현이었을 것입니다.
신라의 통일.
통일된 땅과 사람들은 후삼국의 분열을 거치지만, 다시 고려로 합쳐지고, 고려는 다시 조선으로 이어졌습니다. 잠깐 동안의 대한제국이라는 국명을 사용키도 했지만 어차피 조선의 연속이었고, 일제 강점 이후 다시 ‘대한’이란 이름과 ‘조선’이란 이름을 가진 두 개의 국가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역사경험으로 보면 분열은 합쳐지기 전의 모습이고 합쳐짐은 다시 분열되기 전의 모습입니다. 남북한의 분열은 합쳐지기 위한 전의 전제조건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남북분위기는 합쳐지기 전 과정중의 하나이겠지요.
고구려 백제 신라가 있던 시절을 삼국시대라 부르고, 신라와 발해가 있던 시대를 남북국 시대, 신라 후백제 후고구려를 후삼국이라 하듯, 지금 남북한의 대립 시대를 아우르는 개념이 등장하겠지요.
통일이 되고 먼 훗날, 통일된 나라에서 사는 이 땅의 사람들은 지금 한민족 두 국가를 어떻게 정의내릴까요?
/체험학습동행(historytour.co.k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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