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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민중미술가 김화순

"내가 할 일은 현장에서 경험하고 그리는 것"
은암미술관서 15일부터 '길-사람-꽃'전
"아픈 사람들 이야기 그림으로 보이고파"

2018년 05월 10일(목) 19:20
작품 \'그날- 영석엄마\' 앞에 선 김화순 작가.
노랗게 염색한 짧은 머리, 노란 옷, 아들 순범의 이름과 노란 추모리본이 새겨진 목걸이를 목에 건 여인의 안경 속 눈동자엔 4년동안 흘리고도 마르지 못하는 눈물이 어려있다. 깊게 패인 여인의 눈가 주름은 그동안의 아픔을 선명히 새겨놓은 것만 같다.

김화순 작가의 작품 '광화문에 서다'는 세월호 참사로 아들 순범을 잃은 순범엄마의 모습을 100호 그림 전면에 등장시킨다. 순범엄마의 모습 뒤 배경에는 서울 광화문과 유모차를 끄는 엄마, 초를 나눠주는 시민들과 촛불 밝히는 시민들, 집회에 참여한 여고생들, 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영정사진을 들고 있는 모습 등 400여명의 모습이 빼곡히 그려져 있다.



민중미술가 김화순. 1980년대 민주화 격동기에 전남대 미대를 다녔던 그녀는 대학 미술패 활동을 시작으로 줄곧 시대의 현장에 있었다.

"그림으로도 데모할 수 있다"는 미술부 선배들의 말에 직접 미술패 '신바람'을 노크해 들어갔던 그녀는 거리와 광장, 농촌 등에서 수많은 걸개그림과, 깃발, 벽화 등을 제작했고, 졸업 후에도 민중미술가로 꾸준히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작가는 오월 시대정신으로 세상을 보며 소외된 이들의 곁에서 함께 한다. 세월호 참사 후에는 세월호 광주 시민상주모임 활동과 '예술인 행동장'을 동료 예술인들과 펼쳐왔다. 시민들과 만나는 현장에서 그녀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미술인으로서 다양한 작업들을 펼치고 있다.

세월호 선체가 육지에 바로 선 10일, 동명동 작업실에서 만난 작가는 이른 아침 선체 직립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서둘러 목포 신항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바로 선 세월호를 직접 눈으로 보고 나니 아이들이 아우성 치는 소리, 아이들의 눈물이 연상돼 참 힘들었습니다. 좌현 부분이 너무 처참하게 변해 있었지만 아이들이 증거를 남겨놨을 거라 믿었고, 오늘은 부모님들 표정도 한결 밝았죠."

오는 15일부터 24일까지 은암미술관에서 3번째 개인전 '길-사람-꽃'전을 여는 작가는 전시를 5일 앞두고 "작품 마무리에 분주하지만 오늘은 유가족들을 만나야 했다"고 말했다.

"제주 4.3도 그렇고 이번 오월은 특별합니다. 촛불혁명이 일고 세상이 한 번 뒤집어졌구나라는 생각을 해요. 4.3도 공개적으로 사회에서 이야기 되고 있고, 4년만에 바로 세워진 세월호나 5.18도 새로운 자료가 속속 공개되면서 앞으로 더 많은 진실들이 밝혀지길 바랍니다."

중요한 시기 은암미술관에서 전시를 여는 작가는 "올해 개인전을 하려고 그림을 많이 그렸다"며 "연말 전시를 예상했는데 은암미술관에서 오월전 의뢰가 와 예정외로 일정이 당겨졌다. 오월전을 꼭 하고 싶었다. 오월에 할 줄 알았으면 더 많은 준비를 했을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걸개그림 2점과 설치 1점을 포함해 작품 25점을 건다.

작품 중 눈길을 끄는 작품은 세월호 유가족을 전면에 세운 '그날-영석엄마'와 '광화문에 서다', '아버지 제삼렬씨는 우릴 보며 웃는다' 등 세 작품이다.

모두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그날의 진실, 촛불혁명의 모습이 생생히 담겨 있다. 그녀가 조금 전 세월호 직립 현장에서 만나고 온 영석엄마의 눈에 빛을 잃은 모습은 100호 대형 작품으로 화실 벽면에 걸려 있었다. 영석엄마의 얼굴 뒤로 닻과 잠수함, 국정원 사람들과 박근혜, 김기춘, 조윤선의 모습들이 그려져 있다.

"이번 전시를 앞두고 가장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진실은 이 안에 있을 겁니다."

'길-사람-꽃'이라는 이번 전시 주제의 의미는 사람들이 길을 만들어 가 그 길에서 꽃이 된다는 의미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세월호 이후 4년이 지났는데 지금까지의 과정이 너무 힘들었어요. 정부의 2차 폭력도 너무 아팠죠. 5.18이 지난지 38년인데 평생 벗어날 수 없듯 세월호도 그렇겠구나…. 이 사회 일원이라면 그 아픔을 충분히 같이 견뎌내고 이야기하고 공감할 수 밖에 없겠구나라고 생각합니다."

결혼 후 시민단체와 여성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직접 나서서 하는 것도 좋지만 너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 아니냐"는 말을 듣고 적지않이 갈등을 겪었다는 그녀는 "내가 해야 할 일은 사람들과 부대끼고 현장에서 경험하며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뒤로는 뭘 하든지 자유로워졌다. 민중미술작가로 살며 아픈 사람들과 공감하면서 전시를 통해 그림으로 보여 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작가의 작품에는 여자아이가 자주 등장한다. 그녀는 여성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여성단체 활동 10년, 여성영화제 창단 멤버에 영상창작단 '틈' 활동을 지금도 하고 있는 이유다.

작업실 입구에 걸린 눈 오는 옛 전남도청의 그림에 눈길이 머물렀다. 2012년 김향득 사진작가의 사진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그림 속에는 김향득씨가 깃발을 들고 도청 앞을 뛰는 모습이 조그마하게 들어있다.

작업실 벽면 전면으로 이번 전시 예정작인 대형 걸개그림 '우리는 모든 진실을 원한다'도 볼 수 있었다.

시민들과 함께 '세월호를 기억하는 예술인 행동장'에서 만든 작품으로 유가족이 팽목항에서 덮었던 담요에 우리가 알고 싶은 모든 것, 의혹들을 지나가던 시민들이 글로 남겼다.

"여백이 좀 남아있어 전시장에서도 시민 참여를 이어갈 것"이라고 작가는 전했다.

10월에는 소촌아트팩토리에서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영상작업을 포함해 규모있는 전시를 계획중이라고 했다.

"길이 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마음껏 그리고 싶습니다. 5.18의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 것처럼 우리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림으로 많이 나올 겁니다."
/이연수 기자          이연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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