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 2018.10.21(일) 19:06
닫기
신동기 박사와 함께하는 <인문학으로 세상보기> 문명은 도둑질로부터 시작되었다(2)
2018년 05월 17일(목) 17:47
서양 전체의 고대사라 할 수 있는 화려했던 로마 문명, 그 출발도 다름 아닌 '사람 도둑질'이었다. B.C. 753년 4월 21일 로물루스가 쌍둥이 동생인 레무스를 죽이고 자신을 따르는 3천명의 라틴족 젊은이들을 이끌고 테베레 강 동쪽 연안 7개 언덕에 로마를 건국한다.

로물루스가 왕·원로원·민회로 이루어지는 정치체제를 갖추고 난 다음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바로 '사람 도둑질'이었다. 이제 갓 태어난 로마의 시민 대부분이 독신남자였던 탓에 이 시민들의 아내들을 어디에선가 공급(?)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건국만 했지 머지않아 로마가 저절로 사라질 판이었다.

해결책은 어느 한 부족의 여자들을 한꺼번에 잡아오는 것이었다. 그 해결책의 실행이 바로 이후 수많은 화가들의 흥미를 자아내고 상상력을 자극했던 '사비니족 여인의 강탈'이었다.



로마문명 시작 '사람도둑질'



로마인은 사비니족을 자신들의 축제에 초대한다. 그리고 축제 도중 여자 강탈에 나서게 되고, 여기에 분노한 사비니족 남자들과의 네 차례 전투를 거쳐 드디어 집단적으로 아내들을 확보한다. 2,200년을 이어갈 위대한 로마 문명 건설자들의 '위대한 어머니들'이 마련(?)되었다. '강탈'이라는 방법을 통하여.

20·21세기 로마제국인 미국의 자본주의 문명 역시 '도둑질'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번 도둑질은 단순한(?) '여자 도둑질' 정도가 아니었다. 인류사 최대 도둑질인 대륙 하나 전체를 도둑질하는 '통 큰 도둑질'이었다. 바로 북미 대륙 전체를 한꺼번에 빼앗은 사건이었다. 유럽인들이 북미 대륙에 발을 내디딜 때 북미 대륙에는 동물과 식물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사람이 있었다. 북미 대륙이라는 동산을 돌보고 있는 인디언이 바로 그들이었다.

유럽의 백인들이 북미 땅을 도둑질했다는 것은 그들의 북미대륙에 대한 인식에서 잘 드러난다. 그들은 아메리카 땅을 '신대륙'이라 불렀다. 특정 고유명사로서의 땅 이름이 없었다. 아메리카 땅에 발을 내디딜 때 그 땅의 이름이 아직 없었다면 그 땅을 터전으로 하는 부족명칭이나 그 땅의 상징적인 어떤 것, 하다못해 대영제국 자신들이 정치적 편의에 의해 아시아를 극동·중동·근동 아시아로 구분했던 것처럼 지역 위치로라도 불렀어야 했다.

'체로키의 대륙'으로 부르든 '옥수수의 땅'으로 부르든 아니면 '서쪽 대륙'이라 부르든 최소한 '신대륙' 정도의 정체성 없는 보통명사는 아니어야 했다. '신대륙'이란 호칭에는 글자 그대로, '새로운(新)' 즉 '주인이 없는' 땅이라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 그러기에 J. 로크(1632-1704) 같은 이는 '자연이 제공하고 그 안에 놓아둔 것을 그 상태에서 꺼내어 거기에 자신의 노동을 섞고 무언가 그 자신의 것을 보태면, 그럼으로써 그것은 그의 소유가 된다. 그것은 그에 의해서 자연이 놓아둔 공유의 상태에서 벗어나, 그의 노동이 부가한 무언가를 가지게 되며, 그 부가된 것으로 인해 그것에 대한 타인의 공통된 권리가 배제된다'라고 주장해, 유럽인들이 신대륙에서 인디언들의 소유물을 심지어 그들의 생명까지도 양심의 거리낌 없이 마음껏 빼앗을 수 있도록 한다.



인류사 최대의 '통큰 도둑질'



일찍부터 대자연을 그들의 어머니이자 집으로 그리고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인디언들이 일반 유럽인은 물론 로크의 눈에도 전혀 들어오지 않았던 모양이다. 제대로 말한다면 그 광대한 나라는 주인 없는 대륙, 주인들을 기다리는 황무지였다. - 중략 - 북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됐다. 그것은 마치 하느님이 여분으로 남겨두었다가 대홍수의 수면 밑으로부터 솟아오르게 만든 것 같았다'라고, '신의 뜻'까지 거론하면서 북아메리카를 주인 없는 땅으로 규정했다.

'신의 뜻'까지 거론했으면 당연히 신의 모습을 닮고 또 그 신이 만드신 이의 후예인 '인디언'의 존재를 그 후예가 돌보는 대상인 동물이나 식물과 같은 격으로 보는 독신(瀆神)적 행위는 저지르지 않았어야 했다.



※출처: 신동기 저 '오래된 책들의 생각'(2017, 아틀라스북스)



/인문경영 작가&강사·경영학 박사
회사소개회원약관개인정보보호정책제휴문의광고문의기사제보웹메일청소년보호정책
대표전화 : 062) 720-1000팩스 : 062) 720-1080~2인터넷신문등록번호:광주 아-00185
회장:박철홍 / 대표이사 발행인·편집인:김선남 / 편집국장:정정용
[61234] 광주광역시 북구 제봉로 322 (중흥동) 삼산빌딩 이메일 : jndn@chol.com개인정보취급방침
*본 사이트의 게제된 모든 기사의 판권은 본사가 보유하며, 발행인의 사전 허가 없이는 기사와 사진의 무단 전재복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