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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은 오랜 친구같은 존재"

■평균 나이 100살 '오래된 흔적 박물관-소소선방'
박성일씨 30년 모은 흔적들 담양에 옮겨 문열어
에디슨 축음기·조선시대 반닫이 등 골동품 가득
음악·커피·골동품 함께 즐기는 휴식 공간으로
"400년 된 한옥대문 가장 애착…좋은흔적 남길 것"
◀일본이 유럽에 수출했던 선풍기. 지금도 전기를 연결하면 작동이 가능하다.
◀오래된 흔적 박물관 '소소선방' 내부.

2018년 06월 14일(목) 19:27
에디슨의 3대 발명품 중 하나로, 1910년대 제작된 축음기.
오래된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이들이 있다. 민속박물관이나 광주의 비움박물관, 제주의 본태박물관 등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면 우리 것의 아름다움과 멋, 지혜에 한번쯤 감탄한 적이 있을 것이다.

광주와 가까운 담양 관방제림 인근에 오래된 것들을 간직한 휴식공간이 문 열어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과 쌉싸름한 드립 커피, 거기에 옛 골동품이 가득해 잠시 앉아서 쉬어갈 수 있는 공간….

지난해 2월 오픈한 오래된 흔적 박물관 '소소선방'은 현대식 카페를 연상케 하는 외관과는 달리, 3개 남짓 되는 테이블을 제외하면 온갖 골동품 천지다.

약 30년 전부터 골동품을 모으기 시작했다는 박성일 씨(67)는 100년이 훌쩍 넘은 축음기부터 독일산 타자기, 일본이 유럽에 수출했던 선풍기 등을 옮겨 오래된 흔적 박물관을 만들었다. 일반 카페처럼 커피와 다양한 음료를 맛볼 수 있지만 근현대사를 엿볼 수 있는 박물관의 느낌이 강하다.

이곳에서 들리는 음악 또한 컴퓨터 음원이 아닌 LP판과 축음기를 통해 흘러 나왔다.

박 씨의 아버지가 모아왔던 LP판에 지금은 구할 수 없는 가수 이미자의 20대 목소리가 담긴 LP판 등을 합치면 약 1,000장이 넘는다고 한다. 때마침 흘러나온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는 선명한 목소리와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어우러져 LP판만의 매력을 발산했다.

축음기는 에디슨의 3대 발명품으로 꼽히는데, 에디슨이 직접 만든 1910년대 축음기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축음기는 다른 것에 비해 상당한 크기를 자랑하며, 소리가 나오는 관이 전부 나무로 제작돼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제품이다.

맞은편에는 영화 속에서나 보던 족히 70년은 돼 보이는 태극기와 조선시대 평민과 양반이 썼던 안경집, 그 시절의 옷차림을 보여주는 1923년에 찍은 사진 등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물건들이 가게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이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완도에서 구한 돌인데, 큰 바위에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는 데 걸린 시간이 무려 1억 년이라고 한다.

그 다음으로는 조선시대때 사용했던 반닫이와 의걸이가 있다. 반닫이는 일반 느티나무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문양을 지니고 있어, 다른 것들에 비해 가치가 높다. 또, 궁에 들어가기 전 옷을 걸어 놓는 용도의 의걸이에는 부귀영화를 뜻하는 투각이 새겨져 있으며, 곳곳에 보이는 사용의 흔적이 오랜 시간의 경과를 짐작케 한다.

또, 삼베틀과 그 틀로 짠 삼베, 잠수부가 썼던 투구, 찻잔, 똑딱이 카메라, 일제 강점기에 사용했던 전화기, 재봉틀, 영사기, 도시락, 놋그릇 등이 전시돼 있으며 현재까지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것들이라고 한다. 100년 된 커피 그라인더와 쌀을 담는 뒤주는 음식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함께 진열돼 있다.

50년은 지나야 골동품으로 쳐주는 특성상 대부분 100살을 넘긴 것들로 그 중 가장 막내는 엔티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50년 된 저울이다.

골동품을 구매할 때 마다 다시는 사지 않겠다고 다짐한다는 박 씨는 "옛 것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우직함을 배웠다"며 "요령을 피우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우직함이 좋은 물건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골동품에 빠지게 됐다"고 전했다.

골동품을 구하러 가는 길, 네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에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찾아가기도 하고, 운이 안 좋으면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제치고 가장 구하기 힘들었던 건 400년 된 한옥 대문이라고 했다. 곡성 성륜사를 오가며 눈독 들였던 대문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찾아 헤매다 태워지기 직전에 발견해 20년 동안 시골집에서 보관했다. 직접 먼지를 털어내고 깨끗하게 관리한 덕에 세월을 비켜간 듯 말끔하다. 힘들게 구한 물건이라 가장 애착이 간다고 전했다.

전남 지역에서 미술 교사를 했던 박 씨는 동료 교사들에게 맛있는 차를 대접하고자 커피에 관심을 가지다 전남대 생활교육원 바리스타 과정을 통해 1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커피에 입문했다. 사람들과의 정을 중시하는 성품 탓에 박 씨는 지인들에게 골동품으로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13일 취재차 방문했을때 지금은 떡집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빗살무늬가 새겨진 떡 살을 선물로 받았다.

100년 된 독일산 카메라 를 만지는 박성일 씨.






새 것은 낯설다는 박 씨에게 골동품은 오랜 친구 같은 존재다. 그러나 이제는 적절한 선에서 골동품 구매를 줄이고 있다. 대신 25년 전부터 진행해온 음악회를 DVD로 남겨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고 한다. 1년에 한 번 씩 개최하는 '소소선방-작은 음악회'는 장사익, 박강수, 이동원 등의 음악인들이 참여하기도 했으며, 올해는 가을에 열릴 예정이다.

"주변에 항상 베풀고 골동품도 매일 같이 닦아주면서 좋은 흔적을 남기고 싶습니다."

'소소선방'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이보람 기자         이보람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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