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진 광주교대 교수가 14~17세기 전라도 지역사를 기록한 '전쟁과 전라도 지역사'를 펴냈다.

조선후기 경제사 연구와 호남 지역사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책을 펴냈던 김 교수는 최근에는 기후 변화와 우리 역사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으며, 민족사의 전개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친 전쟁사에 관심을 갖고 연구에 임했다.

'전쟁과 전라도 지역사'는 14세기 고려 말기 왜구 침략에서부터 17세기 조선 중기의 병자호란에 이르기까지 전쟁이 전라도 지역사에 남긴 흔적을 ▲왜구와 지역사회의 변화 ▲왜란과 지역민의 대응 ▲호란과 지역민의 대응 등 3개의 장으로 구분해 엮어냈다.

한반도 서남부에 위치한 전라도는 중국과는 떨어져 있고, 일본과는 다소 비켜나 있지만 전쟁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아왔다. 그 결과 전쟁이 남긴 흔적이 인물·유적·저술·기념일·지명 등의 형태로 오늘날까지 전라도 지역사회 곳곳에 많이 남아 있다.

흔적을 둘러보자면 우선, 행정구역을 바꾸고 새 지명을 탄생시켰다. 고려 말 왜구들이 침략해 노략질을 감행하자 서남해상의 영산도(흑산도)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나주에 정착해 그곳이 영산포가 됐다. 장산도 사람들도 나주 남쪽 왕곡면에 들어와 사니 그곳이 장산리가 됐다. 진도 사람들도 왜구 침략을 못 견디고 육지로 나와 나주, 영암, 해남 등을 전전하다, 조선 왕조의 강경책으로 왜구 출몰이 진정되자 무려 80년 만에 고향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 옛날에 고을 치소가 있었다는 뜻으로 고군면, 군내면 등의 지명이 남겨졌다.

두 번째로는 군사기지를 설치했다. 왜구가 육지로 올라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바닷가 곳곳에 수군기지가 설치되고 육지 중간에도 산성이 쌓아졌다. 그 가운데 영산강 입구 목포에 목포진이 조선 초기에 설치됐다. 1897년 목포에 개항장이 설치되고 그로부터 목포부·목포시가 근현대시기에 서남해의 주요 도시로 발돋움 했다.

세 번째로 역사인물을 탄생시켰다. 1587년 중무장한 왜구들이 손죽도를 침략하자, 녹도만호 이대원이 홀로 나가 싸우다 장렬하게 순국한다. 호남 연해민들은 노래를 지어 부르는 등 이대원을 숭앙하기 시작했으며, 손죽도 사람들은 섬에 이대원의 가묘와 사당을 지었다.

다음으로는 문화유산을 남겼다. 고려 말 왜구들이 침략하자 섬과 바닷가 사람들은 신앙으로 왜구를 격퇴하기 위해 바닷가에 매향을 하고 매향비를 세웠다. 현재 영광, 신안, 영암 등지에 매향비가 남아있는데, 비석은 당시 사람들의 신앙과 결사문화를 알려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마지막으로 귀화촌을 탄생시켰다. 임진왜란 때 들어왔던 왜군 가운데 돌아가지 않고 조선에 잔류한 사람들이 있었다. 조선 정부는 귀화인을 주로 바닷가 지역에 정착시켜 해남에 귀화촌(향화촌)이 있었다. 명나라가 망하자 배를 타고 망명해 온 사람이 해남에 정착해 일군 귀화촌(황조촌)이 있었다. 영암과 고창 등에도 향화촌이 여러 곳 있었던 걸로 보아 전라도 해안가 도처에 귀화촌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실린 내용들은 김 교수가 그동안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 학술대회나 강연에서 발표한 글, 집필하다 중단된 원고 등에 현장 답사한 정보를 추가했다.

김 교수는 "이번 책에서는 전라도의 향화촌과 향조촌을 발굴하고 제시했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며 "본서가 전라도의 귀한 문화자원으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출간 소감을 전했다.

김 교수는 전남대학교 사범대학 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전남대 대학원 사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광주교육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조선후기 지방재정과 잡역세'·'연표로 보는 한국역사'·'조선후기 경제사연구'·'소쇄원 사람들'·'전라도 역사이야기'· '대기근, 조선을 뒤덮다' 등이 있다.

도서출판선인. 445쪽. 3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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