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답답한 집안에 있느니 차라리 밖에서 가족들과 맥주 마시고 얘기를 나누다 보니 더위를 잠깐이나마 잊을 수 있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불볕더위와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여름밤이 이어지면서 도심 공원과 냉방시설이 갖춰진 영화관에는 늦은 밤까지 시민들로 북적인다.

운동이나 명상으로 더위를 이기고 시원한 영화관과 카페에서 무더위를 쫓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매년 열대야로 도심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밤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이어진 지난 15일 밤 10시께 전남대 잔디운동장에는 더위를 피해 밖으로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운동장 트랙을 돌며 운동을 즐기거나, 산책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인근 잔디에서는 돗자리를 깔고 잠을 청하거나, 캠핑용 의자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사람도 보였다. 대학 내 저수지를 바라보며 명상으로 더위를 피하는 등 시민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랬다.

비슷한 시각,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하늘 마당도 더위를 피해 밖으로 나온 시민들로 붐볐다. 돗자리를 펴놓고 가족, 친구, 연인들과 둘러앉아 각양각색의 음식을 먹으며 수다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마침 인근에서 열리는 '2018 세계청년축제'는 무더위를 피해 나온 시민들에게 재미난 볼거리를 선사했다.

축제장 한쪽에 마련된 풀장에 발을 담그며 더위를 피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물론, 체험 부스에서 화장을 고치거나 맥주를 마시며 무더위를 이겨냈다. 하늘공원 인근 무대에서는 여름밤에 어울리는 음악 선곡과 더불어 공원으로 나온 시민들의 사연을 소개해 여름밤의 운치를 더 했다.

가족들과 하늘공원을 찾은 김 모 씨(32)는 "집에서 에어컨을 쐬며 더위를 이기는 것도 좋지만 공원으로 나와 아이들과 함께 축제도 보고 먹거리도 즐기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 모 씨(21)는 "집에 있어도 덥기는 마찬가지라 신선한 바람을 쐬러 친구들과 공원을 찾았는데 마침 축제까지 열려 횡재한 기분이었다"고 즐거워했다.

아이들과 공원을 찾은 김 모씨는(33·여) " 낮에 아이들이 바람 쐬러 밖에 나가자고 했는데 날씨가 너무더워 외출은 상상조차 못 했다"며 "미안한 마음에 그나마 시원하게 바람이 부는 저녁 시간 집 근처 하늘공원을 찾았다"고 밝혔다.

북구 전남대 인근의 한 영화관과 카페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무더위를 피하고 전기를 절약하겠다는 이유로 냉방시설이 설치된 공간을 찾고 있는 알뜰족도 늘고 있다.

최 모씨는 (32·여) "집에서 에어컨을 틀고 있기에는 전기료가 부담돼 집 근처 카페를 찾았다"며 "더위도 쫓고 전기료도 절약할 수 있어 나만의 여름나기 방법으로 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나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