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침에 동물원을 돌다가 보면 거미줄을 많이 보게 된다. 거미줄을 영구히 쳐놓은 녀석들도 있지만 매일 다른 자리에 다시 치는 녀석들도 있다. 이맘때쯤 곤충들의 짝짓기 활동이 유독 활발하므로 겨울을 위해서 거미들도 더욱 부지런해진 것 같다. 아침에 가장 일찍 산책을 나가는 분들은 아마도 나무들 사이에 쳐놓은 난데없는 거미줄 세례를 여러 번 당하게 될 것이다. 갑자기 군대 적 생각이 나는데 새벽에 길없는 곳을 갈 때는 꼭 이등병이 앞장서야 했다. 이유는 용감해서도 정찰병도 아니었다. 단지 이슬과 거미줄 제거반 노릇이었을 뿐이다. 그 이등병은 행군이 끝나면 몸과 얼굴에 온통 거미줄 투성이인데다 바지와 군화는 한동안 철퍼덕거려야만 했다. 20년 전 군대모습이니 지금은 어떨지 궁금하다. 그래도 설마 병장이나 소대장이 거미줄 제거반으로 솔선수범하진 않겠지?

회상하다 곁가지로 빠졌는데, 이번에 그야말로 멋진 거미줄을 보았다. 나무 사이의 간격이 거의 4m가 넘는데 손톱크기 만한 조그마한 거미가 아주 가느다란 한 줄의 거미줄로 그 나무 사이를 잇대어 쳐놓았던 것이다. 가운데 포획 그물망은 겨우 직경 30cm도 되지 않았다. 그 아슬아슬한 거미줄이 아침이슬을 머금고 찬란한 햇살에 당당히 무지개빛 광채를 반짝이고 있었으니 참으로 위대한 토목공사가 아닐 수 없었다. 설계도도 없이, 혼자서, 오직 한 재료만으로, 친환경적으로, 기하학적으로, 외부반응에 민감하게 등등. 현대의 모든 토목기술을 동원해도 이런 다양한 요건을 갖춘 작품은 아마 사람에게는 아직도 요원한 꿈일 것이다. 거미줄은 강하면서도 탄성이 있고 끈적끈적하다. 거미는 이 건축물 재료를 만드는데 오직 그날 먹은 것으로만 생체합성을 해낸다. 그건 그렇고 도대체 이 나무 사이에 어떻게 매달았을까? 곰곰이 그 앞에서 생각했다. 내 생각은 이렇다. 거미가 우선 한 나무에 올라갔다. 그리고 거미줄 끝을 단단히 붙였다. 이 접착제 또한 엄청난 재료일 것이다. 그리고 거미줄을 달고 내려와선 다음 나무로 땅바닥을 기어서 가서 똑같은 높이로 올라갔다. 그래서 하나의 메인(main) 다리가 두 나무 사이에 완성되었다. 거미에게 이 줄은 고속도로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리 중간쯤에서 거미는 오르락내리락 좌우 종횡무진하면서 본능에 각인된 설계도대로 자기로선 단순하면서도 매우 안정되고 실용적인 거대한 포충망을 만들었다. 그 포충망은 기하학적으로 완벽하지 않으면 다음 거미줄은 절대 만들 수 없게 된다. 먹는 게 바로 재료이기 때문이다. 거미는 무심결에 날마다 죽음의 정교한 작업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린 이 단순한 거미줄의 성분조차 아직 제대로 모른다. 거미줄을 실로, 비행기 재료로, 방탄복으로 만든다고 야단이지만 아직은 요원한 꿈일 뿐이다. 그러면서도 우린 일부 얄팍한 지식만으로 마치 그 동물을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이들을 본다. 낙타도 마찬가지다. 낙타 등의 혹에 물이 들어있다고 시작해서 지금은 지방성 영양분이라고 하지만 정말 그것이 영양분으로 쓰이는지 그 기전에 대해선 아리송할 뿐이다. 돌고래 초음파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디에서 나오는지 역시 정확하게는 알지 못한다. 뱀의 적외선 탐지기능, 코끼리의 발바닥 진동수용기 역시 대부분 가정일 뿐 실체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몇몇 현학허세하는 학자들이 권위를 이용한 통에, 우리의 동물에 대한 상상력과 질문을 억압받아 온 것도 사실이다.

여러 동물에 대해 권위자라 군림하면서 일반인이나 후배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조차 불쾌하게 생각하는 못된 풍조가 우리 과학계에 아직도 남아 있는 걸 느낀다. 모른 걸 모른다 하고 부족한 걸 부족하다 하는 게 진정 올바른 학자의 태도일 것이다. 사람들은 가볍더라도 정렬된 지식을 편애하는 경향이 있지만 자연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오늘은 작은 거미에게서 한 수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