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 2018.09.20(목) 17:18
닫기
현장르포 - 아파트 경비원의 고단한 일상

"늘그막에 그나마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해요"
2~3평 남짓 좁은 공간에 TV는 고장난 채 방치
24시간 맞교대 근무…청소·분리수거 등 분주

2018년 09월 11일(화) 18:44
지난 11일 오전 10시께 북구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진행하고있다.
"서로 얼굴 붉히기 시작하면 끝도 없어. 먼저 죄송합니다 하는 게 나아."

광주지역 아파트 경비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일부 경비원들은 입주민들의 욕설과 막말까지 견디며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다. 일부 입주민들의 폭언과 부당한 지시 등 '갑질'에 시달리며 수모를 겪고 있는 것이다. 회사나 공직생활을 정년퇴임했지만 아직 일할 수 있는 젊은 나이인 데다 한편으로는 늘그막에 마땅히 일할 곳도 없는 탓이다.

11일 오전 10시 광주시 북구 S아파트 경비실.

15년 동안 경비 일을 해왔다는 박 모씨(68)는 최근 이 아파트에 자리를 잡았다.

박씨가 근무 중인 2~3평 남짓한 좁은 경비실 안은 책상과 길게 놓인 간이침대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무료함을 달래줄 TV는 고장난지 오래였고, 벽 한 켠에 붙어있는 오래된 달력은 곰팡이가 자주 슬어 붙여놓았다고 했다.

그는 "우리 같이 나이 먹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어요. 그나마 경비 일이라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거지"라고 말했다.

박씨는 격일제로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며, 한 달에 버는 급여는 고작 150만원 수준이다. 제대로 된 휴식시간도 없이 일하는 박씨가 하는 일은 경비업무 외에도 아파트단지 청소·화단정리·주정차관리 등 부지기수다.

박씨는 요즘은 출근과 동시에 분리수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날 박씨가 분리수거함을 정리하는 동안 일부 입주민들은 '아저씨 여기에 두고 갈께요'라며 분리수거를 맡기기도 했다.

박씨는 "저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분리수거통이 꽉 차면 비워주는 것이 내 일인데…"라며 "아직도 일부 입주민들이 경비원은 아랫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2시간 내내 분리수거를 한 박씨의 점심은 집에서 챙겨온 도시락이었다. 그가 일하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총 9시간을 나눠 휴게시간을 고지했지만 쉴 수 있는 공간은 지정하지 않았다.

용역업체는 휴게시간에 경비실 문을 잠그고 쉬라고 하지만 사실 아파트 현장에서는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밤 시간대는 근무환경이 더 열악하다. 경비실 문을 잠그고 수면조차 취할 수 없는 날이 다반사다.

박씨는 "아무리 24시간 근무라지만 새벽시간이라도 잠을 자야 하는데, 취객들이 무턱대고 경비실 문을 열고 들어오거나 늦은 시간 민원을 제기하는 주민들이 있어 실상 쪽잠도 자기 힘들다"며 "일을 성실하게 하지 않는다고 입주민 회의에서 혹여 말이라도 돌까 봐 밤에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고 실상을 토로했다.

한편, 지난해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에는 입주자나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 등이 경비원에게 경비업무 외에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할 수 없으며, 인권존중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별도의 처벌규정은 두고 있지 않고 있다.
/송수영 수습기자         송수영 수습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회사소개회원약관개인정보보호정책제휴문의광고문의기사제보웹메일청소년보호정책
대표전화 : 062) 720-1000팩스 : 062) 720-1080~2인터넷신문등록번호:광주 아-00185
회장:박철홍 / 대표이사 발행인·편집인:김선남 / 편집국장:정정용
[61234] 광주광역시 북구 제봉로 322 (중흥동) 삼산빌딩 이메일 : jndn@chol.com개인정보취급방침
*본 사이트의 게제된 모든 기사의 판권은 본사가 보유하며, 발행인의 사전 허가 없이는 기사와 사진의 무단 전재복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