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데스크칼럼= 수묵의 재발견 이연수 문화체육부장 |
| 2018년 10월 18일(목) 18:06 |
“전남은 이번 수묵비엔날레로 남농의 한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최근 목포에서 만난 김상철 수묵비엔날레 총감독의 의미심장한 멘트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동안 틀에 갇혀 있었던 남종화에서 한발짝 벗어나 인간정신 해방이라는 수묵의 정신을 구현하고 그 가치를 드러낸 이번 수묵비엔날레의 방향이 읽혀지는 듯 해서다.
그동안 수묵은 현대미술에 밀려 매몰돼 왔다. 수묵을 하면 먹고 살 수 없어 먹을 버리고 유화물감을 잡은 화가들이 부지기수다.
수묵비엔날레 흥행 이유는
그런 측면에서 이번 제1회 수묵비엔날레의 전망은 밝지 않았다. 현대미술축제인 가까운 광주비엔날레와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았고, 비엔날레의 계절 전국에서 넘쳐나는 다양한 이름의 각종 비엔날레 속 남녘 끝에서 열리는 수묵을 중심으로 한 비엔날레에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예상 밖 순항을 했다. 31일 폐막까지 2주일여를 남긴 18일 수묵비엔날레 입장객 수는 24만 6,000명을 넘었다. 이 중 외국인 관람객 수는 1만 4,000명이다. 당초 전남도의 관람객 목표치가 25만명이었다. 사무국은 폐막일까지 25만명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치 않았던 성공에는 예술성과 대중성의 조화, 미래의 수묵을 위한 체험의 장 마련, 첫 보따리를 풀어놓은 ‘우리 것’에 대한 간절한 목마름이 있었다.
수묵화는 정신적인 표현을 강조하고 여백과 선을 중시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서양화와 차이를 드러낸다. 현대미술이 장식예술이 되버린 현실에서 수묵비엔날레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광주비엔날레가 한창인 9~10월 목포와 진도에서 열리는 수묵비엔날레를 찾은 이들은 입체와 영상이 가득한 현대미술에서 벗어난 평면회화에 대한 갈증을 품었을 것이다. 그리고 수묵은 그 해답을 안겼을 것이다.
수묵의 스며듬처럼 그윽하게 우리 몸에 스며되는 것. 수묵은 잃어버린 우리 것이며 우리의 멋을 잃어버린 시대에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고 그것이 활기와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렸다. 제1회 수묵비엔날레가 잊혀졌던 수묵의 가치를 발견하는 첫걸음을 뗀 것이다.
김 총감독은 지역민에게 공을 돌렸다. “수묵비엔날레는 지역민이 완성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묵비엔날레를 오픈하고 이렇게 많은 지역민들이 와서 관람하고 호응해 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대중성과 예술성에 지역민의 관심과 호응이 흥행 밑거름이 된 것이다.
김 총감독은 덧붙여 “전시를 하며 느낀 이번 수묵비엔날레의 가치는 미래의 아이들”이라고 강조했다. 먹을 한 번이라도 만져본 ‘수묵 키즈’들이 어릴 때 들러서 보고 즐기고 체험했던 수묵화를 기억하고, 미래에 그 기억으로 수묵화를 감상할 줄 알게 되면 그것이 바로 가치라는 설명이다.
목포문예회관과 진도운림산방에서 진행되는 수묵체험 ‘나도 수묵화가’는 전시 기간 내내 호평을 받았다. 화선지나 부채, 머그컵, 컵받침, 족자 등에 참여자들이 직접 수묵으로 작품을 제작해 소장할 수 있는 체험장에는 연일 호기심 가득한 학생들의 발길이 몰렸고, 이는 수묵이 관광자원이 될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목포와 진도에서 열린 생소한 비엔날레지만 국제사회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함이 국제성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수묵만이 갖는 실험성은 미래 수묵의 과제를 던져줬다.
비엔날레라는 특성을 생각한다면 앞으로 수묵은 재료를 뛰어넘는 실험성을 갖고 새로운 조형성을 찾아나가야 한다. 평면으로서 실험성에 한계는 있다. 수묵이 또한 색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무한한 도전을 하는 작가들이 나와야 하고, 인간정신 해방을 위한 무한한 화두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수묵키즈들, 미래 수묵의 가치
수묵은 철저하게 모더니즘이다. 또한 전통이 아닌 미래형이다. 미래 먹거리를 창조할 수 있는 산업이다. ‘오늘의 수묵, 어제에 묻고 내일에 답하다’라는 이번 수묵비엔날레의 주제는 구현됐다.
미래의 수묵은 굳은 현대인의 영혼을 자유롭게 하고 정화할 수 있는 청량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수묵화는 절반은 인간이, 나머지 절반은 자연이 완성한다고 했다.
자연이 완성한다는 의미는 뭘까. 보고 느낀대로, 붓 가는 대로, 여백은 여백대로 놔두는 것일 수도 있겠다. 수묵비엔날레를 계기로 수묵이 호남의 정신에 물들기를 바란다. 먹물은 위대하다.
최근 목포에서 만난 김상철 수묵비엔날레 총감독의 의미심장한 멘트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동안 틀에 갇혀 있었던 남종화에서 한발짝 벗어나 인간정신 해방이라는 수묵의 정신을 구현하고 그 가치를 드러낸 이번 수묵비엔날레의 방향이 읽혀지는 듯 해서다.
그동안 수묵은 현대미술에 밀려 매몰돼 왔다. 수묵을 하면 먹고 살 수 없어 먹을 버리고 유화물감을 잡은 화가들이 부지기수다.
수묵비엔날레 흥행 이유는
그런 측면에서 이번 제1회 수묵비엔날레의 전망은 밝지 않았다. 현대미술축제인 가까운 광주비엔날레와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았고, 비엔날레의 계절 전국에서 넘쳐나는 다양한 이름의 각종 비엔날레 속 남녘 끝에서 열리는 수묵을 중심으로 한 비엔날레에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예상 밖 순항을 했다. 31일 폐막까지 2주일여를 남긴 18일 수묵비엔날레 입장객 수는 24만 6,000명을 넘었다. 이 중 외국인 관람객 수는 1만 4,000명이다. 당초 전남도의 관람객 목표치가 25만명이었다. 사무국은 폐막일까지 25만명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치 않았던 성공에는 예술성과 대중성의 조화, 미래의 수묵을 위한 체험의 장 마련, 첫 보따리를 풀어놓은 ‘우리 것’에 대한 간절한 목마름이 있었다.
수묵화는 정신적인 표현을 강조하고 여백과 선을 중시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서양화와 차이를 드러낸다. 현대미술이 장식예술이 되버린 현실에서 수묵비엔날레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광주비엔날레가 한창인 9~10월 목포와 진도에서 열리는 수묵비엔날레를 찾은 이들은 입체와 영상이 가득한 현대미술에서 벗어난 평면회화에 대한 갈증을 품었을 것이다. 그리고 수묵은 그 해답을 안겼을 것이다.
수묵의 스며듬처럼 그윽하게 우리 몸에 스며되는 것. 수묵은 잃어버린 우리 것이며 우리의 멋을 잃어버린 시대에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고 그것이 활기와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렸다. 제1회 수묵비엔날레가 잊혀졌던 수묵의 가치를 발견하는 첫걸음을 뗀 것이다.
김 총감독은 지역민에게 공을 돌렸다. “수묵비엔날레는 지역민이 완성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묵비엔날레를 오픈하고 이렇게 많은 지역민들이 와서 관람하고 호응해 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대중성과 예술성에 지역민의 관심과 호응이 흥행 밑거름이 된 것이다.
김 총감독은 덧붙여 “전시를 하며 느낀 이번 수묵비엔날레의 가치는 미래의 아이들”이라고 강조했다. 먹을 한 번이라도 만져본 ‘수묵 키즈’들이 어릴 때 들러서 보고 즐기고 체험했던 수묵화를 기억하고, 미래에 그 기억으로 수묵화를 감상할 줄 알게 되면 그것이 바로 가치라는 설명이다.
목포문예회관과 진도운림산방에서 진행되는 수묵체험 ‘나도 수묵화가’는 전시 기간 내내 호평을 받았다. 화선지나 부채, 머그컵, 컵받침, 족자 등에 참여자들이 직접 수묵으로 작품을 제작해 소장할 수 있는 체험장에는 연일 호기심 가득한 학생들의 발길이 몰렸고, 이는 수묵이 관광자원이 될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목포와 진도에서 열린 생소한 비엔날레지만 국제사회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함이 국제성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수묵만이 갖는 실험성은 미래 수묵의 과제를 던져줬다.
비엔날레라는 특성을 생각한다면 앞으로 수묵은 재료를 뛰어넘는 실험성을 갖고 새로운 조형성을 찾아나가야 한다. 평면으로서 실험성에 한계는 있다. 수묵이 또한 색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무한한 도전을 하는 작가들이 나와야 하고, 인간정신 해방을 위한 무한한 화두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수묵키즈들, 미래 수묵의 가치
수묵은 철저하게 모더니즘이다. 또한 전통이 아닌 미래형이다. 미래 먹거리를 창조할 수 있는 산업이다. ‘오늘의 수묵, 어제에 묻고 내일에 답하다’라는 이번 수묵비엔날레의 주제는 구현됐다.
미래의 수묵은 굳은 현대인의 영혼을 자유롭게 하고 정화할 수 있는 청량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수묵화는 절반은 인간이, 나머지 절반은 자연이 완성한다고 했다.
자연이 완성한다는 의미는 뭘까. 보고 느낀대로, 붓 가는 대로, 여백은 여백대로 놔두는 것일 수도 있겠다. 수묵비엔날레를 계기로 수묵이 호남의 정신에 물들기를 바란다. 먹물은 위대하다.
등록일 : 2015년 1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