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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운영 지지도와 마음속 굳은살

박 원 우 부국장 겸 정치부장

2018년 11월 27일(화) 18:29
엄지발가락 밑 굳은살을 칼로 조심스레 긁듯이 잘라냈다. 등산을 즐겨 하는 탓에 발이 고생을 하는 게다. 등산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에는 산에 다녀오면 발바닥이 화끈거리듯 아려왔다. 울퉁불퉁한 산길을 4~5시간 걷기 때문에 발바닥이 성한 곳이 없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아무리 오래 산행을 해도 발바닥이나 발가락에서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대신 발바닥 곳곳에는 굳은살이 자리했다. 솜털처럼 작은 가시가 박혀도 심하게 아팠던 발바닥에 굳은살이 자라면서 점차 통증에 무감각해진 것이다. 통증을 느끼지 못할뿐더러 너무 두껍게 자라난 굳은살을 칼로 잘라내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 산행 때마다 발바닥에 가해진 자극이 쌓여 굳은살을 만들면서 이젠 날카로운 칼에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정상회담서 정상 찍고 하강곡선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11월말에 접어들면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3~24일 이틀에 걸쳐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55.4%로 집계됐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는 자체 조사를 실시한 이후 가장 낮은 국정운영 지지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조사에서도 전 달에 비해 비교적 큰 폭(-7.7%p)으로 하락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긍정평가의 하락 폭이 더욱 커진 것(-12.8%p)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말 무려 83%에 달하던 국정운영 지지율이 잠시 반등하다 또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는 경제위기 해결을 위한 정부의 대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에다 청년실업 등 고용문제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대한 실망감이 표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시소를 타듯이 등락을 거듭하는 국정운영 지지도를 보면 각종 정책에 대한 평가가 너무 쉽고 빠르게만 이뤄지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반도는 핵전쟁의 위협에 시달렸다.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북미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북핵시설에 대한 폭격설까지 나돌았기 때문이다. 이런 긴장이 지속되면서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험한 상황으로 점점 더 빠져들었다.

이런 위기상황이 이어지던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전격 만나 두손을 굳게 잡았다. 두 정상의 만남을 지켜보던 국민들은 전쟁위기가 사라진데 대한 안도를 넘어 통일에 대한 기대감에 가슴 벅차했다. 이 당시 문재인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율은 80%를 훌쩍 넘었다. 이후에도 남북정상은 수시로 만나 적대행위 중단과 남북간 철도연결 등 그 어느 정부도 시도하지 못했던 엄청난 일들을 하나씩 풀어나갔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였다. 청년들의 고용불안과 경기침체 등 경제적인 부문이 하락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가장 큰 리스크인 남북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는 정부에 대한 평가치곤 인색하기만 하다.

정책효과 나타날 시간은 줘야

남북정상이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감동이 점차 일상적인 것들로 변해가면서 이제는 웬만한 파격적인 뉴스가 아니고서는 아무런 감흥조차 전해주지 못한다.

감동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는 대북정책처럼 성공했다고 평가할만한 부문은 이제 당연한 결과로 치부된다. 대신 경제분야처럼 제대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부문은 가혹하리만치 언론과 정치권의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조금 다르다. 사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불황은 현정부의 정책 실패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는 주관적인 판단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경기상황을 놓고 볼 때 그렇다는 얘기다. 여론조사에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족스러운 항목으로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가 손꼽히고 있지만 이 역시 경제 구조적인 문제이지, 집권 2년이 채 되지 않은 현 정부의 정책 실패로 단정 짓기는 무리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돌파할 경제정책을 제대로 수립하고 효과를 내야 하는 것은 오롯이 현 정부의 몫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 정부의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경기불황이나 청년실업문제 등 해묵은 난제를 유발한 원인자로 몰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떤 정책이던지 집행과정을 거쳐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최소한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하물며 정책의 실패와 같은 단발성 원인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면 정책 효과는 더욱 더디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 행여 촛불혁명과 남북정상회담 등 연이은 감동이 일상이 돼 우리 마음에 굳은살이 박혀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살펴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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