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지는 연말 모임으로 술에 취한 손님들이 늘면서 택시와 시내버스 기사들이 이유없는 폭행에 시달리며 수난을 겪고 있다. 특히 기사들의 폭행 피해는 연중 이어지고 있지만, 구속비율은 현저히 떨어져 공공안전을 위해서라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7일 광주·전남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3~2017년)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를 폭행한 피의자 검거 건수는 총 641명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13년 121명, 2014년 123명, 2015년 140명, 2016년 133명, 2017년 124명 등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구속된 경우는 4명에 불과하며, 나머지 637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구속률이 0.6%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내버스와 택시 기사들에 대한 폭행사건은 지속되고 있다. 더욱이 연말이면 이같은 피해사례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실제 광주 북부경찰서는 이날 서로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승객 A씨(59)와 버스기사 B씨(39)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 15일 오후 9시 25분께 B씨가 운전하는 버스 안에서 버스가 흔들려 넘어질 뻔했는데도 사과를 받지 못했다며 B씨에게 주목를 폭행했고, B씨도 이에 대항해 A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날 오전 9시께 광주 북구의 한 사우나 앞에서는 태국인 C군(19)이 택시기사를 때렸다가 붙잡혔다. C군은 술에 취해 택시에 구토한 뒤 도망가다 자신을 붙잡는 택시기사를 폭행한 혐의다. 이에 앞서 광주 서부경찰서도 택시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D씨(57)를 불구속 입건했다. D씨는 지난 9일 오후 3시 50분께 서구 농성동 한 길거리에서 택시기사 E씨(67)가 승차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E씨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경찰 관계자는 “연말을 맞아 송년회 등 술자리가 잦아지면서 술에 취한 승객들이 기사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사건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운행 중인 택시나 대중교통 기사를 폭행할 경우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구속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미미한 데다 취객들의 무차별적 폭행이 이어지고 있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역 법조계 한 관계자는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를 폭행하는 것은 피의자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도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범죄다”며 “음주운전 범죄와 같이 사건처리 과정에서 피해가 중하거나 상습 또는 재범 가해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나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