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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싸움에 새우의 지혜

조영환 수필가

2019년 01월 03일(목) 18:20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이 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위치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고래 사이에 낀 새우와도 같다. 중국이 경제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주도권을 잡으려는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상황이 복잡해졌다. 미국과 중국 모두 자기의 필요에 따라 한국이 자기 손을 잡아주기를 바라면서, 자칫 잘못하면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질 위험이 커졌다.

올바른 전략이 있다면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까 하는 걱정 없이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가.

2013년 6월 시진핑 주석이 미국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때 처음으로 '신형대국관계론'을 제의했다. 두 대국이 서로 충돌하지 말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상호 공영하자는 것이 신형대국관계론의 주 내용이다.

그런데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이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미국은 여전히 한미일 동맹구도로 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길 원하고, 중국은 적어도 동북아에서만큼은 확실한 주도권을 잡길 원하기 때문이다. 2015년 한 해만 해도 한반도의 사드 배치 문제, 한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가입 문제,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기념 열병식 참여 문제 등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한국을 서로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신경전을 벌였다. 우리는 국가 안보적인 차원에서든 경제적인 차원에서든 국익을 최우선으로 두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보인다.

미·중 힘겨루기에 끼인 한국

특히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은 북핵실험을 단호히 반대하고 강력한 경제제재에 동참했다. 국제사회에서 세계 평화와 발전을 책임지는 리더라는 명분을 쌓기에 충분한 카드였다. 북한은 우리의 아픈 손가락이다. 한 핏줄이면서도 서로의 가슴에 총구를 겨누고 왔었다. 분단과 통일은 우리가 자주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임에도 국제사회의 이해관계에 의해 우리 당사자들보다는 세계 강대국들의 논리가 한반도를 지배한다. 즉 한국과 미국 vs 북한과 중국, 좀 더 확대하면 일본과 러시아까지 한반도에 발언권을 행사한다. 전통적으로 중국은 북한과 '혈맹관계'를 유지하면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그랬던 중국이, 친중파 장성택을 처형한 이후 북한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북한은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80% 이상에 달할 만큼 경제적으로 중국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한편 2016년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지만, 중국은 딜레마에 빠진 듯하다. 북한을 적당히 제재하는 수준으로 넘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로 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김정은 정권의 북한을 완전히 고립시키면 이웃한 국가로서 위험이 따르게 된다. 어쨌든 분명한 건 중국은 상황에 따라 북한에 대해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활용하며 국익을 극대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 속에서 한국이 중국 편에 서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 모두 동북아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자기편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상황에서 양국 간 신경전을 우리가 실리를 취하기에 더 없이 좋은 기회도 있을 것이다. 국제 경제를 둘러싼 중국의 새판 짜기 역시 한참 진행 중이다. 단적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과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실크로드)프로젝트'가 그 대표적인 증거다.

아시아의 개발자금을 마련한다는 명분하에 미국과 일본 주도의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경제·안보 등 실리 외교 펴야

하지만 우리는 우방국인 미국의 암묵적 반대로 바로 결정을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5년 3월 영국이 미국의 만류에도 G7 국가 중 처음으로 가입의사를 밝히고 뒤이어 굵직한 유럽 국가들이 줄줄이 참가하면서 뒤늦게 우리나라도 가입을 결정했다. 2015년 4월 15일 57개의 창립회원국이 확정되었다. 어차피 이런 상황이라면 선도적으로 가입해 주도권을 확보하여 경제적 실리를 확실하게 챙길 명분을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가 더 많은 국익을 취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음에도 미국일대일을 고려하다 타이밍을 놓친 것이 못내 아쉽다.

중국은 일대일로는 10년간 1조6,000억 달러가 투자되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건설·토목,IT·통신,전력,상·하수도 등 다양한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므로 여기에 참가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우리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어떻게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가해 국익을 챙길 것인지를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난제들을 가지고 2019년 새해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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