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3일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광주·전남 일부지역에서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들에게 잇따라 금품을 돌려 적발되는 등 선거가 혼탁·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 전국조합장 선거때 처럼 진흙탕 선거로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7일 광주지검과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광주 남구 모 단위농협 조합장 A씨 부부를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A씨 부부는 지난 1월부터 이달 초까지 조합원 5명의 자택 등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고, 현금 35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전 A씨 부부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고, 금품제공에 관여한 측근 2명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 부부에게 돈을 받은 조합원들은 선관위에 자진신고를 했다. 시선관위는 지난 7일 이들 부부와 측근 등 4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앞서 광주 광산구 모 축협조합장 후보 B씨(62)도 현금 200만원을 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서구와 남구, 북구에서도 각각 조합장 후보자들이 조합원 협회에 300만원을 후원하거나 상품권·음식을 제공하다 고발됐다.

전남에서도 금품살포 행위가 잇따라 적발됐다.

장흥의 한 농협조합장 후보는 지난해 11월 자신이 활동하는 산악회와 마을행사에 찬조금 30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담양의 한 농협조합장 입후보자는 조합경비로 3년여간 15명에게 경조사비 150만원을 건네 조사가 진행중이다.

여수의 한 입후보자는 지역별 모집책을 두고 조직적으로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13명에게 7만∼10만원씩 총 127만원의 출자금을 대납하기도 했다.

나주에선 모 조합 입후보자가 30만원이 든 돈 봉투와 조합원 명단을 지역주민에게 전달한 혐의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현재 광주·전남 시·도 선관위로부터 고발이나 수사 의뢰된 입후보자는 10여명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동시조합장선거과 ‘진흙탕 선거’로 번지자 선관위는 선거범죄 신고포상금을 최고 3억원으로 늘리고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다.

수사기관도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불법선거운동이 만연할 것으로 보고 단속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경찰은 이미 ‘수사전담반’을 편성해 첩보수집 등을 통해 불법선거에 대응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불법행위에 대해선 선관위와 수사기관이 모든 역량을 집중해 법에 따라 단호히 조치할 것”이라며 “조합원 등은 금품을 받다가 적발될 시 최고 50배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