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자치구에 여성공무원 야간당직(숙직) 바람이 불고 있다. 여성공무원 비율이 늘면서 남성직원들에게만 한정된 야간당직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분분하다.

일부 자치구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변화의 바람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18일 광주지역 자치구에 따르면 현재 5개 구청 모두 남성직원만 숙직을 서고 있다. 여성직원의 경우 육아에 방해되고 위험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각 구청들의 평일 숙직은 동직원과 무기계약직, 여성직원 등을 제외하고 본청직원이 선다. 당직 조 인원은 총 4~5명으로 6급 1명을 당직반장으로 두고, 7급 이하 직원 등 3~4명이 조를 이룬다.

통상 숙직은 퇴근 후인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다. 반면, 여성직원들은 토·일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주간에 당직을 선다.

하지만 남녀간 당직주기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숙직에 여성직원들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실제 북구는 남직원의 경우 52일에 1번꼴로 야간당직을 서고 있다. 이에 비해 여직원은 7개월에 1번씩 당직을 선다. 이를 근거로 남직원들이 당직순번 개선을 요구하면서 지난해 9~10월 숙직인원 1명을 줄이기도 했다.

다른 구청도 유사한 형태를 띤다. 남구는 6~7급(남성) 경우 50일에 1번씩, 8~9급(남성) 40일에 1번씩 당직을 서고 있다. 반면, 주간당직 근무인 여성은 6급 3개월, 7~9급 5개월에 1번씩 당직이 돌아온다.

이런 상황을 두고 숙직제도 개선을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거나 검토 중인 자치구도 있다.

서구는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지난달 11일까지 직원 1,2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설문조사에는 총 577명이 답변한 가운데 여성직원의 숙직배정에 대해 51%가 찬성의견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서구는 오는 4월부터 6월까지 남녀를 한 조로 편성한 혼성 야간당직팀을 구성,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북구도 지난달 9~10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여직원 숙직 찬반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는 548명의 직원이 참여했다. 결과는 찬성이 64%(348명)였다. 찬성이 과반을 차지한 만큼 여성 직원들의 숙직을 내달부터 임시 운영키로 했다. 남구청과 광산구청 또한 직원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숙직제도 변경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여성공무원들의 숙직 참여를 두고 직원들간 찬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모 구청 직원 A씨는 “남자만 숙직을 서야 한다는 것은 양성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면서 “직원들 절반이 여성들인데 이런 부분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B씨는 “숙직을 서면 부랑자 등이 찾아 오는 경우도 있어 여성들이 당직을 서기에는 위험성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직원 중 절반 가량이 여성인 만큼 숙직도 검토돼야 하겠지만, 현재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일선 자치구 한 관계자는 “상당수의 직원들이 여성도 숙직을 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매년 여성직원이 늘어나 개선책은 필요하지만, 육아나 양육을 맡은 직원과 주취자는 물론 부랑자 등의 위협에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강구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나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