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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수명 연장 뒤에 숨은 불편한 숙제
2019년 03월 05일(화) 18:20
말 그대로 초고령화 사회다.

대법원은 육체근로자의 정년인 ‘가동 연한’을 만 60세에서 65세로 5년 연장했다. 198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만 55세에서 60세로 변경한 이후 30년 만에 나온 결정이다. 급속하게 늘어난 평균 수명과 은퇴 연령 등 인구 고령화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인간 평균 수명은 40대에 불과했다. 20세기 들어 의학계는 최대의 성과물인 항생제 페니실린은 발견했고, 이때부터 세균과 싸울 수 있는 무기를 장착했다. 1970년부터 1980년까지 한국의 기대여명은 0.6년 증가했지만 2000년에서 2010년까지는 2.8년 증가했다. 그 결과 ‘100세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인간 수명 연장의 꿈, 그 뒤에는 불편한 숙제가 남아있다. 노인 인구 빈곤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5.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브리프에 실린 ‘인구구조 변화와 재정 측면의 과제’를 보면 2000년에 만 65세 노인의 기대여명(앞으로 더 생존할 것으로 예상하는 기간)은 16년이었지만 2017년에는 21년으로 증가했다.

연구원은 기대여명이 늘어나면서 2017년 65세 노인이 2000년 당시 동일 연령 노인과 동일한 생활 수준을 유지하려면 노후대비 자산이 약 25% 증가해야 한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게다가 의학과 의료보험제도 발전으로 기대여명의 증가세는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도 기대여명이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늘어난 수명에 뒤처진 살림살이



기대여명의 증가 속도에 비해 연금이 충분히 증가하지 못하면 노인 빈곤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는 물리적인 상황이다.

문제는 노령층 진입을 앞두고 있는 국내 50대들의 경제 여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점이다.

청년층에서 중장년층으로 옮겨간 고용 한파에 금리 상승으로 늘어난 이자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가계 살림살이가 쪼그라든 것이다.

지난해 4분기 50대가 가구주인 가계의 명목 월평균 가처분소득은 412만원으로 1년 전보다 2.4%(10만2,000원)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분기(-2.9%) 이후 최대 낙폭이다.

반면 지난해 4분기 전체 가구 가처분소득은 1년 전보다 2.1% 늘었다. 2015년 2분기(3.1%) 이후 증가 폭이 가장 컸다.

50대는 가장 많은 인구가 몰려있는 연령층이다. 1955∼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도 일부 포함돼있다. 저출산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지난해 50대 인구 비중은 16.6%를 기록, 40대(16.4%)를 넘어섰다. 50대 가구주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지난해 상반기 3% 내외의 증가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3분기 제자리걸음(0.0%)에 이어 4분기에는 2013년 4분기(-0.5%) 이후 5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가처분소득은 명목소득에서 조세·연금·이자 비용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것으로 소비나 저축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이다. 가처분소득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가계의 실질적인 경제 여력이 줄었다는 뜻이다. 은퇴를 앞둔 50대 가구주 가계의 경제력 악화는 저출산 고령화와 맞물려 심각한 노인 빈곤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실질 은퇴 연령은 남성 72.9세, 여성 73.1세로 모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위다. 100세까지 산다고 해도 인생의 3분의 2는 일을 해야 먹고 살수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고령층의 자산 소비율보다 소득 증대를 위한 정책 제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도 자산보다 소득이 늘어날 때 고령층 가구의 소비 증가 효과가 크다고 분석했다. 고령층 일자리 창출 정책이 소비 진작과 행복한 노후를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소득이 1% 늘어나면 소비 지출은 0.09% 증가했다. 금융·부동산 등 자산소득이 같은 폭으로 증가하면 소비 지출은 0.01%, 이전소득이 늘면 소비 지출은 0.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보고서는 고령층 가구일수록 소비 수준이 낮고 평균 소비 성향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구주 연령이 60대 이상인 가구의 평균 소비성향(소비 지출/처분가능소득)은 2006년 79.5%에서 2016년 67.2%로 12.3%포인트 하락했다. 다른 연령대 가구에서도 평균 소비성향이 대체로 떨어지고 있으나 10년간 하락 폭은 60대 이상에서 가장 컸다. 이는 고령층의 경우 소득은 적고 상대적으로 소비는 많아 평균소비성향이 중장년층보다 높다는 기존 이론에 배치되는 현상이다. 고령층이 되며 은퇴해 소득이 줄지만 불확실성이 커 소비를 더 큰 폭으로 줄이고 자산을 축적하려다 보니 소비성향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노인인구 소득 늘어야 행복



‘60세 정년’에 인간 수명이 짧을 때 인간은 뭐든 해야 했다. 학교 다닐때부터 직장 정년 퇴임까지 치열한 전투를 하고 살았다. 이런 가운데 40년이나 늘어난 수명은 축복이다. 그렇다면 남은 여생은 행복한 시간이 돼야 할 것 아닌가. 1인당 3만 달러 시대에 주역인 5060세대는 풍족한 대한민국을 누려야 할 권리가 있다. 연금 혜택 등 단편적인 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여가를 즐기면서 꾸준히 일하고 노동의 즐거움도 필요한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5060세대는 위기에 빠져 있다. 지금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초고령화 사회는 우리 모두 숙제로 남게된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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