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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용과 역사여행<48> 절엔 언제 가면 좋아요?

새벽 산사음악회의 선물같은 아침
매일 새벽 3시 30분 범종루에선
운판·목어·북으로 하루 시작 알려

2019년 05월 09일(목) 17:23
분황사 목어 종
해인사 범종루


곧 부처님오신날입니다. 예전엔 석가탄신일이라고 불렀던 공휴일입니다. 성탄절이 해방후 미군정 시기 공휴일로 지정되어 새로 탄생된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그 바톤을 이어 받았고, 이십 여 년 후 종교평등에 위배된다는 한 변호사의 소송을 시작으로 우여곡절 끝에 석가탄신일도 공휴일로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성탄절은 종교인이 아니라도 연말 분위기와 어울려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감사하고 사랑하자는 의미로도 기념할 만한 공휴일임에 암묵적 동의가 있지만, 부처님오신날은 해당 종교인이 아니라면 본연의 의미보다는 좋은 봄날 선물 같은 공휴일로 여겨지는 게 사실입니다. 올해는 일요일과 겹쳐 있어 공휴일의 맛은 덜하지만, 국가적으로 기념하는 날은 맞습니다. 이벤트 삼아 떠나는 여행이라면 이 즈음 절을 찾아가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요.





저는 문화관광해사로 절에서 해설을 시작했습니다. 해설을 위해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 놓고 청중의 관심을 의도하는 방향으로 이끌 때가 있습니다. ‘어느 절이 가장 좋냐’는 질문은 절마다 특색이 있기에 객관적인 답이 어렵다는 말로 운을 뗀 뒤, ‘절은 어느 때가 가장 좋아요’ 라는 질문을 만들고 절에서 펼쳐지는 새벽 산사음악회를 소개합니다. 절에서 음악회를 한다고? 궁금의 실마리를 풀어 해설을 이어갑니다.

산사음악회는 매일 새벽 3시 30분에 시작하니, 절 입구까지는 30분 전에 도착해야 합니다. 그렇게나 일찍이요. 그 수고에 대한 보답으로 무료입장 기회 드립니다. 새벽 세시에 매표소는 출근 전이니까요. 그리고 새벽 특전 하나 더. 오감을 자극하는 맛이 아닌 폐부 깊숙이 씻어내는 맑은 단맛이 새벽 산사 길에서는 느껴집니다. 밝은 날 눈이 먼저 안내 역할을 하는 산사 길과 눈이 흐려 다른 기관도 함께 동원해야만 오를 수 있는 빛없는 길은 느낌 자체가 다릅니다. 후각도 청각도 감각도 숲에서 전해오는 메시지를 받아냅니다. 봄·가을이야 덥지도 차지도 않는 날일 터이니 두 말할 필요 없고, 여름은 여름대로 청량함에 상쾌하고, 겨울은 겨울대로 톡 쏘는 맛이 있습니다.

일주문을 지나고 경내에 들어서서 종이 있는 곳, 단층 건물은 범종각일 터이고 2층으로 되어 있으면 범종루라는 이름의 건물 주위에서 기다립니다. 종을 비롯한 사찰의 사물(사물놀이라는 이름이 절의 사물에서 그 이름을 가져왔다고 합니다)인 종, 북, 목어, 운판이 있는 곳입니다. 각기 사찰마다 건물 이름은 약간씩 차이가 있기도 하고, 사물이 함께 모여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종 따로 나머지 세 개 따로 있는 곳도 있습니다.

정각 세시 반. 먼저 제일 좌측 구름처럼 되어 있는 쇠판인 운판 소리가 들립니다. 하늘을 무대로 하는 짐승들에게 하루를 알림입니다. 사방이 적막한 고요 속, 시작을 알리는 쇳소리는 새벽공기를 타고 마음속 깊이 청아함으로 들어와 덜 깬 눅눅한 마음을 가볍게 쓰다듬어 줍니다. 그리고 물고기 모양의 목어를 두드립니다. 물을 무대로 사는 짐승에게 시작을 알림입니다. 나무로 만든 타악기 소리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목어 소리를 들으며 인류의 첫 악기는 나무타악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어 펼쳐지는 북의 울림. 세 명의 스님이 북 앞에 자리합니다. 먼저 첫 연주자가 북 안으로 조그만 원을 그리며 시작합니다. 북을 치는 두 팔은 마음 심(心) 자를 그리며 두드립니다. 북 채를 쥔 두 팔은 북을 중심으로 춤을 치듯 너울거리고, 두 번 세 번 교대시마다 앞의 고수가 좌측으로 빠지고 잔잔해지는 북소리에 이어 다시 뒤의 고수가 중앙으로 들어서며 세상의 흐름을 이어 놓습니다. 북장단의 완급은 잔잔한 유년기를 거쳐 점점 더 가파르게 올라갑니다. 무언가 결정을 요구하는 듯 빨라지고, 재촉합니다. 청년기를 지나 세상의 중심에서 활동하는 사람처럼 마구 뛰어 다니다 휘모리 장단을 고비로 끝맺음을 합니다. 빠른 장단으로 숨차 있는 바로 그때 이어지는 종소리. ‘더어어엉’.

새벽 산 속 종소리. 내 몸과 종이 이어지고 하늘과 땅이 엷은 막으로 연결되어 진동합니다. 진동이 잔잔해질 즈음 다시 ‘더어어엉’. 그렇게 스물 여덟 번을 반복합니다.

새벽 산사음악회가 끝나고는 바로 내려가지 말고 새벽예불도 참관하면서 새벽이 점차 아침으로 바뀌는 과정을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365일 그냥 무심히 맞이하는 일상이 내가 살아온 지금까지 매일 이렇게 시작되었고, 앞으로 내가 살아있는 동안 선물 같은 아침은 또 이렇게 지속될거라 생각하면서요.

/체험학습 동행(historytour.co.k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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