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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스승의 날'을 없애자고 했을까

박원우 국장 겸 정치부장

2019년 05월 14일(화) 18:45
오늘(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크고 작은 교훈을 주셨던 선생님들의 모습은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난다.

필자가 초등학교(당시엔 국민학교)에 다닐땐 새학기가 시작되면 담임선생님의 가정방문이 이뤄지곤 했다. 대부분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가정형편인지라 교육환경 또한 열악했다. 이런 여건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교사로서는 가정방문을 통해 학생들의 처지를 살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담임교사에게 궁핍한 생활을 그대로 드러내야 하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매우 불편했다. 이 때문에 일부 학부모들은 담임교사의 가정방문을 피해 멀리 들일을 나가기도 했다.

필자는 담임선생님을 따라 같은 반 친구들의 집을 찾아다니던 기억이 난다. 수줍은 모습으로 담임선생님을 맞이하시던 친구 부모님들은 아이 교육에 대한 얘기를 귀 기울여 듣고난 뒤 다른 가정으로 이동해가는 선생님의 모습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때까지 대문앞에 서서 배웅해주셨다.



'스승의 날 폐지' 국민청원



또 스승의 날에는 학급 반장이 선생님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어버이날 직후 맞는 스승의 날에 부모님 가슴에 달아드렸던 카네이션을 선생님 가슴에도 달아드리면서 부모님 못지 않는 공경심을 가졌다. 예전에 선생님은 이처럼 학생은 물론 학부모 등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왔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승의 날 폐지'와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꾸자는 청원이 올라왔다. 스승의 날 폐지 청원에는 전·현직 교사들이 크게 공감하고 있다. 교사들이 스승의 날 폐지 요구에 동조한다는 건 의외의 반응이다. 오죽하면 교사들이 아예 스승의 날을 없애 달라는 요청에 호응했겠는가. 우리 교육 현실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요즘 교육현장을 둘러보면 학생인권이 강화된 반면 교권은 바닥에 추락했다. 학생들이 교사에게 위협적인 말과 행동을 해도 체벌할 수 없다. 그렇다고 외국처럼 유급 등 제재를 가할 마땅한 방법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종이카네이션은 괜찮고 생화는 안된다는 식의 김영란법까지 시행중이다. 모든 교사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는 듯한 이런 상황이고 보면 교사들 입장에서는 차라리 스승의 날이 없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교사들의 비애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의미가 퇴색해버린 스승의 날은 지난 1958년 세계 적십자의 날을 맞아 청소년 적십자 단원들이 병중에 계시거나 퇴직한 선생님들을 찾아 위문한 게 유래가 됐다.

당시에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의 이런 활동이 알려지면서 '스승의 날'을 제정하자는 의견이 모아졌고 이를 계기로 1963년 제12차 청소년적십자사 중앙학생협의회에서는 5월 24일을 '은사의 날'로 정해 기념할 것을 권한다.

이후 '은사의 날'의 명칭을 '스승의 날'로 바꾸고 기념일도 1965년에서야 지금과 같은 5월 15일로 변경된다. 스승의날 기념일을 이날로 정한 것은 세종대왕 탄신일에서 기인했다고 한다. 학생들 스스로가 스승의 날을 만들었다는 것도 놀랍기만하다. 어려웠던 시기였지만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컸던 것이다.



교권 확립·교사 명예 회복 시급



세계 여러나라에도 스승의 날은 있다. 미국은 5월 첫 번째 화요일을 National Teacher's Day로 지정해 운영중이고, 중국은 9월 10일(교사절), 베트남 스승의 날(11월 20일)은 공휴일로 지정돼 있다. 이밖에도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교사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담아, 스승의 날이나 교사의 날을 기념일로 지정해 운영중이다.

세계 각 나라에서 운영중인 스승의 날을 없애자는 국민청원이 제기되고, 여기에 수많은 교사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교육여건이 열악하다는 걸 의미한다. 교사들이 스승의 날 폐지를 청원하고 공감하는 마당에 학생지도에 교사들의 열정을 기대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무너진 교권을 바로세우고 실추된 교사들의 명예를 다시 회복시키는 일은 이제 우리 교육현안중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과제가 됐다. 정부와 교육기관, 시민단체, 학부모 등 모든 사회구성원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절실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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