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동 터줏대감 ‘플로리다’ 노영창 대표



[ 전남매일=광주 ] 이보람 기자 = “트렌드와 맛, 비주얼을 중심으로 메뉴를 만듭니다.”

광주의 핫플레이스 동명동에는 수많은 식당, 옷가게, 술집 등이 즐비하다. 동명동은 항상 젊은이들로 가득하며, 최신 트렌드를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개성이 가득한 카페다. 서로 경쟁하듯 SNS에 올라오는 인증샷은 여전히 동명동이 ‘핫’함을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카페 ‘플로리다’는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기 명소로, 동명동하면 떠오르는 마스코트가 됐다.

지난 10년간 동명동을 지켜온 터줏대감 카페 ‘플로리다’의 노영창 대표(40)는 29살의 나이에 진로를 바꾸는 큰 결심을 하게 된다.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통신 계열의 회사를 다니던 노 대표는 3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플로리다 노영창 대표.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심했고,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하는게 참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개인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마침 그 찰나에 커피가 조금씩 좋아져서 카페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실전을 통해 커피를 배운 그는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9년 동명동에 ‘플로리다’를 창업한다.

“저는 정말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메뉴를 만드는 것도 좋은데, 2009년 당시 전 세계에 금융위기가 불어닥치더라고요. 그래서 주변에서 반대를 많이 했었죠. 그때만 해도 개인 카페가 별로 없기도 했고요. 그런데 ‘플로리다’를 하면서 경제 침체가 서서히 풀린 것 같아요.”

또 하나의 걱정은 가게의 위치였다. 핫플레이스가 된 지금과는 달리, 당시의 동명동은 휑한 동네였다. 상권을 조사하던 노 대표는 우연히 동명동의 빈 가게를 보게 된다. 유동인구와 주거인원이 부족한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덜컥 계약을 하고 만다.

“상권은 분명이 안 좋았어요. 그런데 그냥 느낌이 좋더라고요. 조선대도 가깝고, 충장로와도 인접해 있어서 계약을 했는데 처음에는 후회도 했어요. 너무 성급했나 싶더라고요. 가게가 자리를 잡고, 동명동이 활기를 띠는데까지 6년 이상 걸렸죠.”

플로리다 내부.

‘플로리다’가 지금의 위치에 설 수 있었던 건 단순히 동명동의 인기 덕분이 아니다. 메뉴 개발과 인테리어, 메뉴판 제작, 메뉴 작명 등 그 어느 하나 노 대표의 손을 거쳐가지 않은 것이 없다. 그렇게 탄생한 독특한 음료들은 다른 카페에서는 볼 수 없는 ‘플로리다’만의 시그니처가 됐다.

“지금의 아내와는 20년 전 대학교 때 만났어요. 둘 다 다른 일을 하다가 지금은 365일 내내 붙어있게 됐는데, 제가 아이디어를 내면 아내가 머리속에 있는 재료를 꺼내서 직접 만들어요. 많은 연구를 통해서 직접 먹어보고, 재료도 찾으러 다니죠. 그렇게 메뉴가 어느 정도 만들어지면 제가 비주얼적인 부분과 이름을 지어서 완성시켜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신메뉴가 나오는데, 이렇게 하나의 메뉴가 완성되기까지 약 1달 이상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게 탄생한 왕자라떼와 국내산 팥을 직접 삶은 왕자빙수, 망고 하나가 통으로 들어가는 망고빙수, 플로리다펀치는 ‘플로리다’ 매출의 일등공신이다. 이들은 독특한 비주얼과 함께 촌스러운 이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는 메뉴에 이름을 넣어 하나의 상품화를 시키고자하는 노 대표의 신념이 담긴 것이다. 트렌드와 맛, 비주얼을 모두 살림과 동시에 세련된 비주얼과 상반되는 촌스러운 이름을 붙여 색다름을 추구하기도 한다.

특히, 플로리다펀치는 그의 탁월한 눈썰미 덕에 ‘초대박’을 쳤다. 해외 여행 당시 카페를 많이 찾는다는 노 대표는 일본의 과일 카페를 방문, 그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기존 메뉴에 ‘용과’라는 과일을 새로 추가했다.

“과일 공판장에 갔더니 용과가 딱 2알 있더라고요. 그렇게 사온 용과를 썰어서 플로리다펀치 위에 얹었는데 비주얼이 정말 좋은 거예요. 그때부터 손님들에게 인기를 끌게 되면서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즉석에서 5분만에 만든 ‘딸기송송레몬탁’은 이름 그대로 딸기가 송송 들어가고 거기에 레몬을 탁 얹는다. 6개월간 야심차게 준비했던 에너지 음료 ‘화이팅’이 5잔만 팔린 것에 비해 ‘딸기송송레몬탁’은 히트를 치며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고.

그는 “제가 보는 것과 손님이 보는 것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고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전했다. 최근에는 어려워진 경기로 모두 다 잘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남쪽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이라는 뜻을 담은 ‘남풍라떼’를 출시했으며, 날씨가 추워질 때 쯤 새로운 메뉴가 나올 예정이다.

플로리다 내부.

그러나 이런 노 대표에게도 힘든 시기는 있었다. 2012년 건물주로부터 갑작스럽게 가게를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게 된 것이다. 1년 동안 명도소송을 진행했지만, 끝내 가게를 옮겨야만 했다.

“사실 이길 수 없는 소송이라는 건 알고 있었어요. 단지 영업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늘렸을 뿐이죠. 그 시간이 제일 힘들었던 위기였지만, 그래도 카페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다음해인 2013년에 지금의 위치로 자리를 옮기고 오히려 전보다 잘돼서 다행이죠.”

가게 이전 한달 후인 2013년 6월 17일에는 눈꽃빙수에서 이름을 바꾼 ‘왕자빙수’가 페이스북을 점령, 관련 게시물에 좋아요 3,000개 이상과 1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한 번 왔던 손님이 다시 가게를 찾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는 청결과 맛, 친절을 강조했다. 가게를 열고 닫을때마다 매번 30개 이상의 체크리스트를 작성해야 하며 지켜야할 수칙 또한 만만치 않다.

“흡연자는 채용 자체를 안하고 있어요. 커피에서 담배 냄새가 나면 안되잖아요. 저희 가게 앞에서 담배를 피거나 침을 뱉거나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는 행위는 꿈도 꿀 수 없습니다. 가게에서 나오는 쓰레기도 깔끔하게 버리고 있어요. 저희야 힘들지만 손님들을 위해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 이런 서비스도 소홀해서는 안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동명동 터줏대감”이라는 말에 쑥스러운 미소를 보인 노 대표는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바람을 전했다.

“그동안 동명동에서 수많은 가게들이 생겼다가 없어지는 모습을 봐 왔어요. 이태원이나 경리단길도 큰 인기를 끌었지만 사람들의 소비 패턴이 바뀌고, 월세 등의 다른 문제들이 섞이면서 활기를 잃은게 보이더라고요. 저는 광주도 그런 수순을 밟게 될까봐 걱정이 돼요. 프랜차이즈 보다는 개성있는 친구들이 많이 들어와서 동명동의 색채를 잃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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