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학교 내 체육문화시설이나 주차장을 만들어 지역주민과 공동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가운데 정작 일선학교 의견은 수렴하지 않아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지적이다.

23일 교육부와 광주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교육부와 문체부는 지난 2월 학교를 지역주민이 문화체육생활을 누리는 거점으로 만드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학교시설을 복합화해 지역 자체의 문화적 여건과 관계없이 지역민 모두가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학교 부지 내에 주민센터·체육문화시설·어린이집·주차장 등 다양한 주민 편의시설을 복합적으로 설치하고 학생과 지역주민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개념이다. 또 도서관·체육관·전시장·강당 등 다양한 학교시설을 지역주민이 자유롭게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지난 3월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도 학생안전 보장과 안정적인 학교운영 담보를 조건으로 큰 틀에서 동의했다.

문제는 학생들의 안전과 학습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학교 담벼락을 허물어 지역사회와 융합시키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학생들의 안전문제로 유야무야됐다.

일선 학교에서도 지역별 여건에도 맞지 않는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시설운영 주체는 학교인데 정작 당사자인 일선 학교장들의 동의는 구하지 않고 우선순위가 뒤바뀌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학교시설 관리는 초중등교육법 11조에 따라 학교장의 책임인 것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광주 한 중학교 관계자는 “외부인에 의한 학생 (성)폭력 사건 등이 종종 발생해 심각하게 여겨지고 있는데 학생 안전관리에 대한 교사들의 책임이 더 커질 것이다”며 “일선학교마다 안전관리 현황도 다른 상황에서 시설개방은 교사·학부모들 사이에서 엄청난 저항을 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시·도교육감협의회도 큰 틀에서 합의는 했지만 학생들의 안전과 학습권 침해 등이 담보되지 않으면 일선학교의 동의도 구하기 힘들지 않겠느냐”며 “앞으로 교육부 등과 협의를 통해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 안전과 안정적 관리운영, 시설관리 주체 보완 등을 위해 강화된 법적 근거와 구체적인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