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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술 마시고 자진신고…업주 ‘이중고’

청소년보호법 악용 ‘무전취식’ 갈수록 늘어
“판매자만 처벌 형평성 어긋나 법률 개정해야”

2019년 05월 28일(화) 18:21
광주지역 한 대학가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 모씨(45)는 수년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어려 보이는 손님 4명이 술을 주문하자 너무 앳된 모습에 의구심이 생겨 신분증을 확인했다. 신분증을 확인 한 결과 20대 나이였기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 술을 판매했다. 몇 시간이 흐른 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하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며 경찰이 들이닥쳤다. 20대인 줄 알았던 청소년들은 알고 보니 중학생이었다. 김씨는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3개월 영업정지 처벌을 받았으나, 학생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청소년들이 술 등 유해상품을 구매하더라도 판매자만 처벌받는 청소년보호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업주들은 판매자만 처벌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면서 청소년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8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광주에서 지난 2016~2018년 주류 판매 등으로 청소년보호법 위반 단속에 적발된 건수는 총 495건으로 252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에게 유해 매체물 및 약물 등의 유통을 차단하고, 청소년이 유해업소 등에 출입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다.

하지만 신분증을 위조해 술집을 드나드는 미성년자들이 속출하면서 업주들이 울상이다. 현행법상 만 19세 이하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하다 적발된 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아울러 영업정지 처분도 받는다.

이에 반해, 청소년들은 보호 대상으로 간주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성인으로 속아 술을 팔았더라도 미성년자에게 판매했기 때문에 처벌받을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를 노린 청소년들이 위조된 신분증으로 출입 금지 업소에 들어가 술과 흡연을 한 뒤 자진 신고해 무전취식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을 들어 법을 악의적으로 범죄에 이용한 청소년들도 처벌받을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광주에서 룸소주방을 운영하는 김 모씨(52)는 “요즘 학생들이 화장도 하고 조숙하다 보니 외모로만 나이를 판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학생들에게 속아 술을 팔았다가 영업정지를 당하면 피해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주 최 모씨(61)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며 “청소년들이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긴 하지만, 상습적 혹은 악의적인 의도로 주류를 구매한 청소년까지 보호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처벌 대상에 포함시켜 사회봉사나 심리치료, 특별 교육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이어도 상습적인 경우 사기나 공갈 등으로 처벌받았던 사례가 있지만 극히 드물다”며 “자진신고가 들어오더라도 이것이 의도적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사실 어려운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나라 기자         이나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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